제 5장 기도의 내용과 관련된 성령의 사역(2)
2. 마땅히 기도해야 할 바를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약속대로 성령의 은혜와 자비를 알게하심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도록 하시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며, 간구할 때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우리가 어떤 은혜에 참여하기를 바라는지를 알 수 없다. 가톨릭교도들처럼 그 의미도 알 수 없이 중언부언하는 기도를 하는 것, 즉 간구할 때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말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제자들 특히 합리적인 피조물들에게는 무가치한 것이다.
우리는 아는 것을 기도해야 한다. 우리의 기도 내용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 이외의 다른 것이어서는 안된다. 만일 우리가 약속에 따라 간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나, 혹은 약속에 들어 있는 은혜와 자비를 아는 것을 필수 불가결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부족한 것과 유익한 것과 유용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데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신다. 우리는 성령이 가르쳐 주시기를 원하시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이것들이 사도가 고린도전서 2장 9절에서 말한 것처럼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것들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준비하신 것을 언약의 약속을 통해 선포하셨는데, 이는 언약의 약속들이 바로 (자기 백성을 위해) 자신 안에서 계획하신 하나님의 은혜의 깊은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약속 안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른 어떤 수단을 통한 것보다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약속들로부터 우리가 마땅히 기도할 바를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약속들을 알 수 있는가? 보통 신자들은 이 약속들에 대해 완전히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혹은 비교적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령의 도움이 없이는 이 약속들이나 혹은 이 약속들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성경을 자주 읽어서 잘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렇게 기억된 약속들만으로 신자들의 마음과 생각에 기도의 내용을 공급하는 것은 성령의 특별한 사역에 속하지 않는다.
성령은 기도의 내용과 관련하여 신자들의 눈을 열어주시고, 이해하도록 하시며, 생각을 밝히 깨닫게 하여 자신을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한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시며, 그들의 아름다움과 영광, 합당함과 매력을 알게 하신다. 그리고 신자들로 하여금 자신들 안에 있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중보의 열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결과들을 깨닫게 하신다. 또한 자비와 용서와 거룩의 탁월함, 새로운 마음의 원리들과 성품들과 경향들과 행동들, 더불어 하나님의 약속들 안에 있는 진실하고 신실한 모든 것을 알게 하신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계속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적절한 이해로 가득 차게 될 때, 그것은 언제나 하나님을 향한 기도와 찬미의 내용이 된다. 신자들은 성령의 실질적인 도우심을 받으므로 이렇게 될 수 있다. 성령은 신자들의 마음에 이런 지식과 더불어 사랑을 불어넣으실 뿐 아니라,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를 알려 주시고, 그들에게 열정과 갈급함으로 이를 추구하도록 불러 일으키시는데, 이것이 바로 기도하는 것이다.
대답:
1. 은혜와 간구의 영은 우리가 기도할 수 있도록 약속을 주셨지만,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문을 만들도록 약속되지는 않았다.
2. 기도문의 내용이 신자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도록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약속과 기도해야 할 의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3.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기도해야 할 내용을 객관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과,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기도의 내용을 알게 하고 이를 사랑하도록 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 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후자는 성령의 하시는 일이다.
4. 기도의 내용을 하나님의 영이 깨닫게 하시지 않으신다면 그 의미가 없는 것처럼, 기도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5. 신자들로 하여금 약속된 은혜와 자비를 깨닫게 함으로써 계속해서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간구하도록 마음과 영혼을 유지시켜 주시는 것이 성령의 역사이다. 이것은 기도에 영적인 아름다움과 질서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곧 성령의 모든 지혜가 신자들이 필요한 것을 올바르게 구하며 감사를 드리고 찬양하게 하시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모든 성품을 사랑하고 찬미하도록 하시는 것이다. 반대로 기도문은 영적인 혼란과 무질서 이외에는 다른 어떤 유익도 있을 수 없다.
더 나아가 그 약속들에는 하나님의 모든 계명과 명령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들을 고백하고 간구할 때, 이것들은 우리의 기도의 내용이 된다. 하나님의 모든 계명과 더불어 율법은 영적이며 내적인 것이므로 성령의 은혜로 가르침을 받아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을 성령을 통해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기도의 참된 내용을 제공받게 된다.
왜냐하면 영혼은 율법이 가진 신앙과 거룩함과 우리의 외적인 행동뿐 아니라 마음까지 미치는 율법의 내적인 영향력과 어느 때나 어떤 일에나 절대적으로 거룩하고 올바르며 하나님과 일치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만, 자신이 그 기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훌륭하고 거룩한 신자들에게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조롱하고 책망할 죄에 대한 고백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통로를 통해 우리가 기도할 때 성령은 우리로 하여금 마땅히 간구할 바를 알게 하시고,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감정이 얼마나 이 명령의 요구를 꺼려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알게 하신다. 이처럼 성령을 통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매사에 마땅히 기도할 바를 겸손하게 구하게 되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은혜와 자비를 느끼며 순종하게 되는 것이다.
3. 성령은 신자들이 올바르고 적절한 목표를 가지고 어떤 것을 기도하거나 간구할 수 있도록 인도하심
성령께서 그렇게 해 주시지 않는다면, 기도의 내용으로 그 무엇도 우리에게 그 자체로서 탁월하거나 유익하거나 하나님께 받아들여질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잘못된 목표를 가지고 하는 기도는 그 자체로 무효가 되거나 부패될 것이며 아무 쓸모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성령을 통해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본문을 통해 볼 때 명확하다. 왜냐하면 성령은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고 우리가 기도해야 할 바를 가르쳐 주시면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를 중보하시기 때문이다(롬 8:27).
성령은 우리 안에서 우리에 의해서 그렇게 하거나, 혹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신다. 왜냐하면 성령께서 스스로 우리 밖에서 하나님을 향한 어떤 일도 하지 않으시며, 그가 중보하시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관련된 성령의 이 모든 일은 그리스도께 의존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홀로 자신의 인격으로 우리를 위해 하나님께 해야 할 일을 하셨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우리를 위해서 일하신다. 그러므로 그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간구하도록 인도하시고 간구할 수 있도록 하신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해서 하나님은 성령의 뜻을 아신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곧 하나님은 간구할 때 간구하는 목적과 계획을 아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것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신다. 이처럼 기도할 때 올바른 목적과 계획을 갖도록 하여 기도가 하나님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시는 분은 성령이시다.
* 성령은 기도의 내용과 관련해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기도하도록 중보(intercession)하실 뿐 아니라, 기도의 목적과 관련하여 그 기도가 하나님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일하신다. 그러므로 성령은 다음과 같은 일을 계획하도록 인도하신다.
첫째, 간구와 기도를 통해 얻는 모든 성공이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도록 인도하신다. 신자들의 열망이 모두 하나님의 영광이 될 수 있도록 하시는 분은 오직 성령뿐이시다. 성령의 특별한 도움과 후원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우리 자신의 유익을 구할 뿐이다. 그런 기도는 부패되고 가증한 것이 된다.
둘째, 성령은 신자들이 자신들의 간구로 그들이 더욱 거룩해짐으로서 그들이 하나님을 닮아가며 그분에게 더욱 가까이 나아가도록 도와주신다. 이런 목적이 없는 곳에서는, 비록 기도의 내용이 좋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기도는 가증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비와 은혜와 약속대로 하나님의 가장 좋은 사랑의 열매를 간구할 수 있지만, 이런 목적들이 없다면 하나님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계속해서 이런 목적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성령의 사역이다. 왜냐하면 성령은 우리가 스스로 세워 놓은 모든 목적들을 버리고, 우리의 모든 자연적인 욕망들을 하나님께 복종시키도록 하시기 때문이다. 만일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어떤 일을 하신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이 역사하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기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younsuklee@hotmail.com
10.2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