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죄 죽임에 관하여”의 배경
1656년 오웬이 크라이스트교회(Christ Church) 대학의 학장이며 옥스퍼드대학 부총장직을 맡을 때 그는 이 책을 저술하였다. 그때는 찰스 1세가 처형되고 올리버 크롬웰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였으며 총장인 크롬웰은 옥스퍼드대학을 학문적이며 신앙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로 오웬을 선택하였다.
대학의 책임을 맡은 후 대대적인 개혁을 주도하고 학생과 교수들을 위한 면학분위기 조성에 힘쓰며 경건생활을 강조하였다. 적자에 시달리던 대학재정을 확충하고 학생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하였다. 끝까지 대학의 정책에 반항하는 학생들을 감옥을 만들어 지하에 가두기도 할 정도였다. 이처럼 대학의 개혁을 위해 진력하던 시기에 학생들에게 설교했던 내용이 바로 “죄 죽임에 관하여”이다.
당시 학생들의 나이가 13세에서 17세의 연령이었기에 청소년들에게 설교한 내용이기도 하였다. 로마서 8장 13절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를 본문으로 주해하면서 전개한 죄 죽임의 교리는 개혁파 정통주의적 경건의 핵심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의 활동시기가 위대한 청교도들이 활동하던 시대였지만 종교개혁자들이 전해준 복음적인 경건이 점점 사라져가던 시대였다. 또한 기독교 안에서도 알미니안주의와 소키니안주의와 같은 도덕주의를 가르치는 움직임이 있었고 가톨릭의 예배형식을 따르는 영국국교회의 고교회(Hight Church)적인 분위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들은 복음적인 경건을 흉내 내어 고행, 훈련, 특별한 복식, 수도자적인 삶을 강조하였고, 이런 흐름 속에서 기도와 금식, 자기성찰과 묵상을 강조했지만 그 방법을 성경대로 사용하는 참된 경건은 가지지 못했다. 그들은 말씀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깨뜨려 복종하게 하시는 성령님의 은혜를 구하는 참된 경건을 거부하는 시대정신을 따르고 있었다.
오웬이 대학 안에 팽배한 젊은이들의 불경건과 게으름, 성경적 원리에서 이탈한 종교적인 습성들 때문에 그는 이 설교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그가 말하는 핵심인 죄 죽임의 삶이 잊혀져버렸다고 탄식하였다. 이 책은 죄에 대한 그의 나머지 두 저작 “내재하는 죄에 관하여”와 “죄와 은혜의 지배에 관하여”에 비교하여 포괄성이나 학문적인 철저함이 덜한 책이지만, 죄 죽임의 필요성과 그 실행을 위한 실제적인 지침에 있어서는 훨씬 더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 “죄 죽임에 관하여”를 대면하면서 개혁자들의 탁월한 경건과 정통주의의 성경해석을 기초로 한 경건의 실천에 대한 스콜라주의적인 진전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죄를 죽인다’ 의미는 완전제거가 아닌 죄 억제와 세력약화
성화는 하나님의 전적인 사역과 인간의 온전한 순종의 결과
II. 저자 서문
오웬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주요 이유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이유는 오늘날 크리스천이라고 공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주위의 유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혹들은 주로 크리스천들이 겉으로는 세상을 평화스럽게 살고 있지만 동시에 속에서는 죄와의 싸움으로 갈등하고 있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뒤돌아볼 필요성을 깨닫도록 북돋아주고 싶고, 성도들에게 어떻게 죄를 이길 수 있는지 좀 더 분명한 지침들을 주고자 한다.”
“둘째 이유는 최근에 죄를 죽인다고 하면서 위험한 실수의 함정에 빠진 일부 사람들의 행태 때문이다. 복음의 신비와 그리스도의 죽음의 효능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과 자신의 선조들도 감당할 수 없는, 죄를 죽이기 위한 방법들을 스스로 고안해서 그들의 목에 씌우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양심에 근심을 일으키고 미신과 자기 의를 낳게 하는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왔다.”
이어서 그는 “은혜언약 아래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주고 복음의 글과 정신에 부합하는 담론이 되기를 소원한다. 확실히 성도들의 마음속에 복음적인 방법으로 죄를 죽이는 삶을 살도록 격려하고 그들의 영혼이 안전한 길을 통해서 안식처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 이 작업이 필요하다. 진실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나의 목표와 바람은 이 글을 통해 나의 마음과 다른 성도들의 마음과 삶에서 죄를 이기고자 하는 열망과 모든 분야에서 거룩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고취되는 데 있다”라고 ‘죄 죽임에 관하여’에 대한 그의 의도를 밝힌다.
III. 전체적인 맥락
이 저서는 내재하는 죄성에 대한 투쟁으로서, ‘오웬의 성화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로마서 7장에 근거하여 신자 안에 죄의 세력이 내재해있다고 천명한다. 신자는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은혜아래 사는 존재이다. 죄의 지배에 대해서는 자유하지만 죄의 지배하려는 속성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않다. 이 속성과 신자는 싸워야 한다.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를 죽이는 일의 주체는 성령 자신이시며, 의무에 대한 인간의 순종은 도구일 뿐이다. 죄는 결코 신자를 지배할 수 없지만 신자가 죄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신자의 마음은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은 죄를 이길 수 있는 은혜를 공급해준다.
그는 로마서 8장 13절의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에서 이 교리를 이끌어내어, 신자는 일평생 죄를 죽이는 것을 자신의 일로 삼아야한다고 말한다. 죄 죽임에 대하여 율법적 태도나 자유방임의 태도 양 극단을 피하고, 성령 안에서 영적 훈련과 성취를 지속해야 한다고 한다.
오웬의 ‘죄를 죽인다’는 말은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서 죄가 역사하지 못하도록 그 힘을 약화시킴으로서 죄의 세력이 신자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죄를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죄의 죽임은 현세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죄의 세력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성령의 능력을 힘입은 성도가 순종으로 죄를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 성화의 본질이다. 성화의 주체는 성령이시며 인간은 피조물로서 창조주 하나님께 마땅히 순종해야하며, 성화는 그 순종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화는 하나님의 전적인 사역과 인간의 온전한 순종의 결과다. 이런 전제척인 맥락 속에서 오늘도 우리를 향하여 설교하는 이 대가의 설교의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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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