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신학교 재학시절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학우들과 담소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 정확히 어떤 수업시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설교학 수업 시간이었을 것이다. 학우들은 대부분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이었고 늘 하던 이야기는 교회사역에 대한 것이었다. 쉽지 않은 목회사역 속에 타 교회 사역자들의 사역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공유하여 자신들의 사역에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그 당시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과의 대화 중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성도들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고 그로 인해 효과적인 사역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또한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대중매체를 적절히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계셨던 교수님이 하시던 이야기가 지금도 생각이 난다. 그분은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계신 분이셨고 목회사역을 은퇴하시고 후학들을 위해 교편을 잡으셨던 분이었다. 그 교수님은 “그런 거 할 시간에 말씀공부에 좀 더 매진하라”는 권고였다.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였는데 당시 우리들의 반응은 “목사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모르면 교인들과 대화를 하기가 어려워요”라고 했었다. 그때 교수님의 반응은 “쓸데없는 소리”라며 야단을 치셨다.
시간이 흘러 기자는 취재현장에서 여러 교회들과 목회자들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여러 정황상 교인들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지고 한숨이 나오게 되는 모습들도 많이 목격을 하게 된다.
연말이 되면서 수많은 행사들을 찾아가서 취재를 하고 미처 취재를 하지 못한 것은 참석한 분들의 입을 통해 소식을 접하곤 한다. 많은 교계 단체들 중에는 거의 처음 접하게 되는 단체들도 있음을 알게 되는데 별로 존재감도 없어 보이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조직이 되어 있어서 놀랐고, 이사장이 목회자여서 놀라는 일이 있다. 그 놀라움은 안타까움이 담긴 놀라움이었다. 기자가 안타까움을 갖게 된 것은 목회자로서의 본분을 지켜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서였다.
기자가 신학생 시절 수업시간에 야단을 치셨던 노 교수님의 말씀이 “그 단체의 이사장 혹은 대표를 할 시간 말씀공부에 좀 더 매진하라”로 오버랩이 되서 들리는 것 같다. 그 당시 노 교수님의 말씀은 목회자로서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기본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교계기자가 된지 20년을 향해 가면서 교회와 목회자의 소식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그러나 교회 사이즈와 교인의 숫자가 크고 적고를 떠나 목회자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많이 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이 있다. 그리고 성경에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으러 떠났던 목자의 이야기 등을 생각해보면 본질에 충실하기 보다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자들’이 많이 있어서 마음이 씁쓸해진다.
예수님께서 지상사역을 하시던 시절에도 예수님의 오른쪽 자리와 왼쪽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20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자신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2000년 전에는 예수님의 제자의 어머니가 부탁했었는데 오늘날은 셀프로 그렇게 하려는 자들이 많이 있고 그 중심에는 복음을 전해야 하는 목회자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예수님은 철저히 낮아짐을 요구하셨는데(마 20:26, 27; 막 20:43, 44)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의 모습 속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보다는 예수님께서 분부하셨던 말씀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단체를 이끄는 것은 귀한 일일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하는 사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과연 그들이 속해서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동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던지 자신의 본분인 양떼들을 돌보고 말씀을 전하는 사역보다 우선이 된다면 그것은 우상숭배를 하는 것일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무엇을 하던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잡음이 들려오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자신들의 영광을 드러내려고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결과물일 것이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일들과 사역들이 가득하게 되었으면 한다. 목회자로서 본분을 지키고 주어진 양떼들을 돌보고 말씀을 전하는데 힘을 다하는 사역자들이 많아지는 2025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그 바람이 헛된 것이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박준호 기자>
12.2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