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베이사이드장로교회 담임, 리폼드 D. Min 수료
언젠가 나는 나의 아픈 손가락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약지인 네 번째 손가락이 아팠다. 손을 쥐면 손가락이 펴지지 않고 잠을 자고 나면 손이 쥐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픈 것이 온몸에 영향을 줬다. 그것이 심해지자 몸살기가 나면서 시름시름 아팠다. 그래서 참다 참다 견디기 어려워서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의사 분은 저의 손가락이 아픈 이유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상담해 주었다. 그런데 그분은 내가 손가락이 아픈 이유를 설명을 해주고서는 그 치료 방법으로 손가락을 많이 쓰지 않는 길 밖에는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약지는 전혀 쓰는 데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그분이 확인 차 저에게 묻기를 “골프를 하십니까? 골프를 하면 왼손으로 골프채를 쥘 때 약지를 쓰게 되어서 아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 이 손가락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왜 아픈지 모르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그분이 웃으면서 “잘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어디에 많이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약지는 정말 불필요한 손가락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데도 쓸데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없으면 이상하니까 장식용으로 하나님이 주셨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간을 지내면서 내가 그 손가락을 어디에 쓰는가를 살펴봤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네 번째 손가락을 꽤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차 핸들을 돌릴 때도 그 손가락이 힘을 주고 있고, 깜빡이를 킬 때는 반드시 이 손가락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방을 들 때에도 이 손가락에 걸어서 들었다. 그리고 보니 물건을 잡을 때에도 이 손가락이 힘이 없으면 잡지를 못했다. 그러니까 네 번째 손가락에 가장 힘을 많이 주며 잡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내가 네 번째 손가락을 향하여 다음과 같은 사과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다. “나의 네 번째 손가락인 약지야 미안하다. 나는 네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존재로만 알았다. 그런데 네가 아파 깊이 생각해 보니 너는 정말 많은 일을 하더구나. 너는 나를 위해 아플 정도로 일을 많이 하였는데 내가 그것에 대하여 감사하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네가 참으로 귀한 손가락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살려고 한다. 그러니 나를 용서해다오.”
그때 내가 깊이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나도 나의 약지처럼 소리 소문 없이 주님의 나라를 위하여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혹시 성경에 나오는 사도 베드로나 다른 믿음의 사람들처럼 특별한 능력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을 위함이다. 예수님의 이름의 권세는 어떤 때에는 특별한 기적을 일으키는 역사를 가져오게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꾸준히 숨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기도 한다. 나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일을 꾸준히 감당한다는 것은 주님이 힘을 주시지 않으면 못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일은 그렇게 꾸준함을 통해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꾸준한 기도가 삶을 바꾸고, 꾸준한 봉사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일으키고, 꾸준한 전도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교회에서나 도미니카에서 제자 훈련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20년 30년이 지나면서 변화의 역사를 보고 있다. 그런 것을 보고 있는 나는 다른 것이 기적이 아니라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다. 성령님이 붙들어 주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매를 보게 하시니 감사할 뿐이다. 나는 모든 성도가 눈에 띄는 일만이 아니고 맡은 모든 일을 성령님의 은혜로 꾸준히 넉넉히 감당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천국에서 주님 앞에 섰을 때 많은 열매 가운데 충성된 종이라고 일컬음을 받고 상을 받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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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