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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愛)며 들다

김한맥 선교사

(문화동원연구소 대표)

대한민국의 칠십이 넘은 배우가 얼마 전 세계적인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최초로 수상했는데 정작 더 유명해진 것은 입담이었다. 수상 소감부터 기자회견까지 그 배우가 가는 곳에는 칭찬과 경이의 탄성이 이어졌고 그것을 회자하여 ‘윤며들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배우의 성이 윤씨였기에 그가 하는 말들이 마음에 스며든다는 의미로 스를 윤으로 바꿔 ‘윤며들다’가 된 것이다. 

오직 살기 위해 시작한 연기생활이었고 무명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톱스타도 아니었던 칠순의 배우가 기적처럼 이뤄낸 성공에 대해 담담히 풀어내는 말들마다 세계인들의 가슴에 스며든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마도 삶을 통해 얻은 진솔한 자기 가치의 힘이 아닐까 싶다. 꾸밈이 없는 진실한 여유는 동서를 가리지 않고 통한다는 증거였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기의 마음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남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어찌 쉬울 수 있으랴. 따라서 말 몇 마디로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래서 말의 중요성은 어디서든 강조가 된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 한 마디 때문에 친구도 등지게 만들고 관계가 끊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 누구에게나 배우 윤여정씨처럼 말할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 속담처럼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지금 위기일지도 모른다. 말세로 치닫으면서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말세는 세상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함께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 반발과 배역이 극한에 이르기에 기독교가 수난을 당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오죽하면 교회 안에서조차 하나님에 대한 간절함과 말씀에 대한 사모함이 옅어지며 성도끼리 서로 아끼고 희생하는 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있어야 할 빛과 소금이 교회의 창고에만 그득히 쌓여있다고 손가락질을 했는데 이제는 교회에도 빛과 소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을 정도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교회의 예배가 규제를 받자 기독교의 근간을 흔든다며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운운하며 반발하던 교회들이 불과 일 년여 만에 비대면 예배에 익숙해지고 가나안(교회에 나가지 않는) 신자의 수는 이전보다 배나 더 늘었다고 한다. 그나마 좁쌀 알갱이만한 신앙의 양심은 있어 하나님의 생명책에서 지워지는 것이 두려워 바리새인과 서기관의 외식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종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교회들에 대해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가 내 제단 위에 헛되이 불사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 내가 너희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너희가 손으로 드리는 것을 받지도 아니하리라”(말1:10)는 경고의 말씀이 이미 교회의 강단을 후려치고 있을 듯하다. 

최소한 한국의 교회들에서만이라도 예수님의 사랑이 세상으로 애(愛)며들어야 한다. 죄인을 위해 기꺼이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성도들을 통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세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그 절절한 사랑이 하나님께서 닳아 없어지도록까지 사용하실 사명자들을 통해 세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선교와 전도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교사가 하나님께 순종하여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불신자들에게 보여줌으로서 복음이 되시는 예수님이 그네들의 삶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선교이기 때문이다. 주의 종은 주님만 위해서 일하는 자일 뿐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자가 아니다. 종이 주인을 위해 일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늘에서 이루신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것이며 기꺼이 그런 도구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중요한 세 가지 금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황금·소금·지금이라고 한다. 죽음 앞에서 황금은 그저 돌덩이에 불과하고 소금은 언제든 황금으로 살 수 있으나 지금은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고 탄생과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한다. 그 지금이 바로 지금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사명이 바로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만인을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어주신 예수 그리스도가 만인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세상엔 지금 복음 그 자체가 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절대로 필요하다. 예수님의 사랑이 세상에 애며 들도록 하는 최고의 사명에 우리는 지금 부름을 받은 자들이다.    

hanmackim@hanmail.net    

05.2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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