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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단상 (斷想)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구름인가 안개인가. 넓은 호수를 감싸고 있는 산들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아무튼 집 없이 떠도는 그들이 애처로운 듯 잠시라도 편히 머물다 가라고 살포시 품어 주고 있었다. 막 세수를 끝낸 듯한 푸르른 호수 위를 오리 한 마리가 길고 하얀 물보라를 자기 뒤로 남기며 조용히 헤엄쳤고 거위 한 마리는 엄마를 찾는 울음인지 ‘꺼억 꺼억’ 소리 내면서 어디론가 날았다. 나무는 우리 모두가 잠든 밤에도 눕지도 졸지도 않다가 변함없이 자리 내린 깊은 뿌리 위에 서서 자기 옆의 나무들과 지나가는 바람에게 ‘굿모닝’하듯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길옆에 작은 바위도 길 위에 작은 돌들도 나도 보고 지나가라는 듯 살짝 시위하고 있었다. 며칠 전 노회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새벽 기도회 후 수련회 장소 주변을 산책하면서 보았던 광경이다.

 

“괴롭히는 성도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련회 중에 ‘나를 붙드신 말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시간은 수련회 참석하신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자기를 지금까지 붙잡아 준 말씀을 소개하고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짧게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어느 사모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팬데믹 기간에 교회를 개척하고 3년이 되었지만, 아직 네명 이상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으시다고 했다. 성도가 너무 없다보니 괴롭히는 성도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많은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네, 가요” 다른 사모님은 친정어머니가 한국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며 주님을 향해 그렇게 외치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사모님이 예수님을 믿지 않는 친정어머니에게 예수님을 믿고 꼭 천국 가셔야 한다고 마지막 순간까지 전하고 또 전하셨는데 마침내 그 마지막에 “네, 가요”를 외치셨다는 것이다. 복음을 전할 때는 마지막까지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그렇게 하겠노라 다시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우리 주님은 사랑의 주님/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주님/ 우리 우리 주님은 임마누엘의 주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의 주님/ 그는 살아 계신 분 너무나 좋으신 분/ 나의 이름 부르며 다시 오실 우리 우리 주님은 사랑의 주님——’ 수련회 찬양의 시간에 여러 찬양을 함께 불렀다. 그 찬양 가운데서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주님, 나와 함께 계신 주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찬양이 있었다. 하나님이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면 무엇이 내 삶에서 문제이겠는가. 어떤 것이 나를 힘들게 할 수 있겠는가. 

 

수련회에서 말씀을 전하였다. 제목은 “목적이 분명했던 바울”이었다. 본문은 빌립보서 1장 20절에서 24절까지 였다. 바울은 많은 상처가 있었으나 상처를 크게 보지 않고 사명을 크게 보았다고 했다. 바울에게는 자기가 원하는 삶이 있었다. 빨리 천국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좇지 않았다. 그는 사명을 위해 살았다. 그의 사명은 살든지 죽든지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려는 것이오, 다른 사람들에게 더 유익한 것을 위해 사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 모든 사람에게 시급하고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 복음 외에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말씀을 가지고 우리의 사명 회복을 위한 토론회와 기도회를 이어가졌다. 여름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에 펼쳐진 짧은 수련회는 지쳐있던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일으키어 하나님 앞으로 더 가까이 이끌어 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수련회 또는 여행 같은.

 

08.1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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