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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 쓱쓱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뉴욕은 변화의 도시이다. 모든 도시가 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고전미(古典美)와 오래된 문화나 전통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도시들도 꽤 있다. 그러나 뉴욕은 작심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최근에도 많은 건물들이 지어졌고 기존 시설에도 새로운 내용들이 들어서기도 한다. 

그 중에 새롭게 만들어진 전망대 ‘써밋(SUMMIT)’은 압권이다. 누군가 그랬다고 한다. “만일, 뉴욕에서 단 하루만 있을 수 있다면 어디에 가겠냐고 물으신다면 망설이지 않고 ‘여기’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 ‘여기’는 다름 아닌 바로 써밋(SUMMIT) 이란다. 근래에 펜슬빌딩이라고 불리는 연필처럼 가늘고 긴 빌딩이 많이 세워지고 있다. 아무튼 맨하튼은 여러 차례 가보아도 지루하지가 않다. 멈추지 않는 창의적 변화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맨 처음 요구받은 것은 변화이다. 도착하는 날부터 맞닥뜨린 것은 언어와 제도라는 변화의 소용돌이 이다. 이민자의 자녀들도 뜻하지 않는 변화 속에 강같은 눈물을 흘렸다. 필자의 자녀도 그랬다. 큰 아이는 10살 때 미국에 왔는데 학교 다닌지 얼마되지 않아 자주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아프다고 하여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10살 아이의 마음이 아픈 것인 줄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들은 졸지(猝地)에 한국의 친구, 학교, 친척, 음식, 놀이들을 다 잃어버리고 아빠 손에 이끌려 자기가 선택하지 않는 변화의 자리에 던져진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낯선 변화에 저항하다가 변화를 수용(受容)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교실에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교실 안의 모든 사물을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로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다. ‘window 창문’/ ‘book 책’ 등이다. 아들은 자기를 배려하고 받아준 선생님의 마음에 충격적인 감동을 받았고 미국에서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변화의 시작은 항상 힘들어도 방향이 바른 변화의 열매는 마침내 달다. 변화라는 단어만큼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도 되는 단어가 달리 있을까. 

'뚝딱 뚝딱' 소리가 난다. 교회당 안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튼튼하게 지어진 교회당이지만 40년을 지나니 손을 볼 곳이 여기저기 생겼다. 또 얼마 있지 않아 교단 총회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해 몇군데 리모델링도 필요했다. 변화의 시간이다. 그 변화의 시간 동안 들어가는 것이 많이 있다. 그 결과 교우들이 깨끗해지고 편리해지고 새로워짐을 누린다. 변화 앞에서 네 가지 태도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변화를 아예 무시하거나, 두려워 거부하거나, 마지못해 받아들이거나, 기쁘게 끌어안는 것이다. 교회당의 여러 변화들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교인들이 너무 고맙다.

‘쓱쓱 쓱쓱’ 소리가 났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얌전히 앉아 있었다. 처음 시도하는 변화이니 오죽 긴장했겠는가. ‘쓱쓱’은 어제 아내가 염색약을 필자 머리에 발라 주던 소리였다. 여러 과정을 거치고 나니 나의 머리는 드디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아내의 찬사(?)가 따랐지만, 곧 만나게 될 교우들은 뭐라고 말할지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된다. 그래도 세상은 어디선가 ’뚝딱‘ 소리도 있어야 하고, 때때로 ’쓱쓱‘ 소리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04.2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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