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많이 궁금했다. 떠난 지 수십 년 만에 모교인 총신대학교 개강 수련회 강사로 초청받아 가면서 학교는 얼마나 변했는지 특히 요즈음의 대학생들이 얼마나 하나님을 사모하며 어떻게 예배드리는지 알고 싶었다. 살짝 걱정이 앞섰다. 예전의 젊은이들처럼 열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모교에 강사로 가다니 이 무슨 큰 은혜인가 감격하며 후배들을 만날 생각으로 설레기도 하였다. 주일 예배를 모두 마치고 몇 만남도 끝내고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니 화요일 새벽 6시 30분이었다. 첫 집회가 10시 30분에 시작한다니 씻고 옷을 갈아입고 총장님을 비롯하여 예배 전에 만나야 할 분들과 그 시간을 고려하면 그리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학교까지 가는 길에 차창으로 보니 어느 운동장에서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팬데믹 때에는 같이 운동을 못해 몸이 몹시 욱신거렸을 추억의 동네 축구 아저씨들이 정겹게 보였다. 학교에 도착하여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성경책과 설교원고를 챙겨 총장님실로 향했다. 앞을 보지 못하시며 유학하여 학위도 마치시고 교수와 총장의 직분을 너무 잘 감당하시는 입지전적(立志傳的) 총장님이시다.
인사를 나눈 후 교목실장님의 안내로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 나의 모든 예단(豫斷)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예배당을 꽉 메우고 넘쳐 콘서트 홀에서도 예배를 드린다는 학부(學部) 학생들의 찬양 열기가 대단했다. 눈물어린 교수님의 기도, 가슴에서 울려난 재학생 특송에 이어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 되었다. 정말이지 나는 정성껏(?) 준비한 원고를 한 줄도 안 보았다. 볼 틈도, 볼 생각도 없었다. 후배들의 하나님을 사모하고 눈망울에서 한 순간도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집회마다 학생들, 교수님들, 직원들이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설교자는 은혜를 나누기보다 은혜를 듬뿍듬뿍 받았다. 따스한 봄 날씨가 짧은 한국 일정동안 계속되었다. 그 날씨 속에 학교에 머무는 동안 교정에 한참 서 있기도 하였고 교정을 거닐기도 하였다. 따스한 햇살에 피부가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마음은 상쾌해졌다. 눈은 매우 즐거웠다. 캠퍼스가 젊은 학생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띄었기 때문이다.
모교에서 말씀을 전하고 교회 두 곳을 방문하였다. 필자가 속한 교단에서 필자가 임원을 맡고 있는 터라 본 교단의 뿌리요 형제라 할 수 있는 합동교단의 전(前) 총회장을 지내셨던 소강석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새에덴 교회와 현(現) 총회장이신 권순웅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주다산교회를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담임 목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말씀도 전하였다. 모든 회중이 마스크를 다 벗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을 찾고 구하는 마음은 두 교회의 예배당에 가득히 차고 넘쳤다. 목사님들은 환대해 주셨고 성도들은 말씀에 반응해 주셨다.
금요일 밤 9시는 어린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이다. 또 청소년들이 공부하거나 게임하면서 매우 바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시간에 시작되는 집회에 영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들이 함께 어울려 뜨겁게 찬송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는 놀라운 광경을 방문한 교회에서 보았다. 토요일에 미국으로 돌아온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활기찬 학교와 다음세대 까지 역동적인 교회들을 보면서 연신(延伸) ‘살아있네’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03.1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