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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오늘도 나는 살고 있다. 나 뿐이 아니다. 만날 수는 없어도 온 세상에 수십억의 사람들이 동시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살아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을까? 그러지 않을 수 있다. 하루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가. 수년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소진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의 이야기는 한국이나 일본 등 일부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밖에서 온종일 바쁘게 뛰어다녀도 자신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인생을 소풍같이 살자는 시인도 있다. ‘하루 또 하루/ 실낱같이 이어지는 삶/ 매일 매일이/ 소풍이라고 생각하자/ 힘들고 슬플 때도 있지만/ 가슴 설레는 일도 많은/ 너와 나의 인생살이/ 소풍 놀이하듯 살아가자----’ 매일을 소풍처럼 산다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을 말해 주는 여유로움이 있어 좋은데, 인생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말하는 것은 아닌지 그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 뜻깊게 말하는 이런 노랫말도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있지----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노래하는 사람이 내가 사는 이유는 인기를 얻겠다,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힘든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숙연하게 노래한다. 

 

얼마 전 한국 KBS에서 방영된 ‘마에스트로 클래식의 발견’이라는 제목의 다큐 프로그램이 있었다. 독일과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핀란드 사람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가 사는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작곡자의 음악 세계를 깊이 연구하여 교향악단으로 잘 표현하여 관중에게 바르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인류를 하나 되게 하려는 웅장한 목표와 함께 다음 세대의 지휘자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그들에게 여러 기회도 주려는 섬세한 목표도 갖고 있었다. 그 영상에서 지휘자가 되려는 꿈을 가진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저의 꿈은 연주자들을 이끌어서 교향악단 전체가 하나 된 상태로 음악적 영감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음악적으로 친근하게 청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내가 사는 이유를 분명하고, 깊이 있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경이로웠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 연세 높으신 권사님이 계시다. 며칠 전에도 폐에 연관된 수술을 하셨는데 늘 건강하시지는 않다. 그래도 새벽기도회에 빠지시는 일이 없으시다. 권사님에게 앞을 못 보는 아드님이 계시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청년의 때에 그렇게 되었으니 본인도 어머니도 얼마나 힘드시겠는가. 권사님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셨다. 그 아들을 돌보아야 한다. 자기는 아들을 놔두고 죽을 수가 없으시단다. 권사님이 갖고 계신 삶의 집착은 아들 때문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한 권사님은 자신의 몸이 아파도 다르게 사신다. 

내가 사는 이유가 분명한가. 나를 만드시고 이 땅에 보내신 이가 하나님이시다. 이 진리만 분명히 인식한다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02.1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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