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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것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열 다섯 살때 무엇을 하셨는가. 많은 분들이 사춘기 몸살을 앓으며 공부에 짓눌려 버거운 시간이기도 하셨으리라. 그 가운데 대부분 미래에 대한 영롱한 꿈들을 꾸셨으리라. 그런데 그 나이에 돈이 없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산에서 나무를 하거나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청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눈이 아프더니 완전히 실명하게 되었다. 그는 눈을 잃자 모든 것을 잃은 것으로 여겼다. 눈이 없는데 걷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먹을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그가 돈이 없어 못 간 중학교를 들어가게 되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학교이긴 하지만 실명이란 놀라운 이유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사실 그곳에서도 점자로 유서를 쓰려고도 했었다. 그는 1973년 여의도에서 있었던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전도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마침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잃은 시력이 아닌 그에게 남은 것들을 묵상하게 되었다. 그의 손에 지팡이가 들려있었으나 그의 앞에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신뢰하게 되었다. 그는 10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가운데 지금은 총신대를 총장으로 이끄시는 이재서 목사님이시다. 40여 년 전에 밀알 선교단을 세우셨고 현재는 세계 밀알 선교연합 총재로서 섬기시기도 하신다. 그는 예수님을 믿은 후로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셨을 뿐이라는 말씀을 직접 듣기도 하였다.

 

그릿(grit)이란 단어는 끝까지 열정을 가지고 집중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은 태도를 일컫는다. 요즈음 그런 그릿의 모습을 눈앞에서 풍성히 보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골을 잃으며 탄식하기도 하고 골을 얻으며 환호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 때문에 땅을 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세계 각국 청년들의 모습에 감동이 된다. 그릿의 청년 선수들과 그들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이들이 남은 시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삶의 현장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모두가 월드컵 우승자가 된다. 

 

올해도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지금은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며 마음 아파할 때가 아니다. 아직 충분히 남아 있는 시간이 있다.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다. 미끄러졌다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이다. 멈추었다면 다시 흐를 수 있는 시간이다. 실수했다면 다시 고칠 수 있는 시간이다. 죄를 지었다면 다시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순신 장군은 남아있는 12척의 배를 가지고 기적의 역사를 썼다. 올해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한 달이나 있다. 무엇이든 왜 못하겠는가. 

12.0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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