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지난 15일과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정상회담이 있었다. 여기서 G는 Group의 약자이다. 20개 국가 그룹이 모여서 전체 회담, 다자간 회담, 그리고 개별 회담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담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문제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G20에 참여한 국가는 아무래도 국가의 경제력 군사력 등 여러 영향력이 고려되어 선정된 것이다. 가장 강한 나라를 꼽자면 단연코 미국이다. 미국의 강력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감사’가 미국을 강력하게 만든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에는 수직의 감사와 수평의 감사가 분명했다. 미국을 세웠던 청교도들은 무엇보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수직의 감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620년 12월 26일, 미국 동북부 플리머스 해변에 도착하였던 청교도들의 넘치는 감사는 그들의 항해일지에 기록되어 있다. 평탄한 가운데의 감사가 아니었다. 그들이 타고 온 배는 180톤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배였다. 그 같은 배로 대서양을 횡단한다는 것은 무리였으나 그들은 작은 배라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그 배의 항해속도는 시속 2마일밖에 되지 않는 느린 것이었는데 그래도 117일간이나 계속 전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였다. 항해하는 기간 중 두 사람이 죽었지만, 이들은 한 아기가 탄생하였음을 감사하였다. 폭풍을 만나서 중심을 잡아주는 돛대가 부러졌으나 배가 파선되지 않았음을 감사하였다. 고통의 시간 속에 영국으로 되돌아가자고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음을 감사했고 수많은 시련 가운데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믿음과 용기를 주신 하나님께 크게 감사드렸다. 그들은 잃은 것을 생각하면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남은 것을 보며 감사하였다. 이렇듯 감사로 역경을 이긴 것이 미국을 세운 이야기이다.
수평의 감사는 어떤가. 미국인들은 서로에게 감사를 늘 표현했다. 미국처럼 감사(Thank you)가 입에 밴 나라가 없을 듯하다. 미국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Thank you"였다. 연말이 다가오니 모두에게 선물이 큰 부담이다. 쇼핑몰마다 사람들이 서로 나눌 ‘선물’을 잔뜩 쌓아놓고 손짓을 한다. 돈이 없이 누군가에게 선물 주기가 힘드신가.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대체할 수 있는 선물은 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미국에는 마음으로든 입으로든 수평의 감사가 넘쳐난다.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 너무나도 찾기 힘든 것이 수직의 감사이다. 수직의 감사를 회복하지 않으면 미국은 멀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존귀는 감사하는 자의 것이고 비천은 감사 없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감사하는 소리가 나오고 즐거워하는 자들의 소리가 나오리라 내가 그들을 번성하게 하리니 그들의 수가 줄어들지 아니하겠고 내가 그들을 존귀하게 하리니 그들은 비천하여지지 아니하리라" (렘 30:19) 오늘날 미국의 위기는 수직 감사의 위기이다. 사람을 너무 챙기다가 하나님을 잊고 있고, 기술을 지나치게 높이다가 하나님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G20 국가에 당당한 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방문한 뒤 깜짝 놀라며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우리나라. K문화 K음식으로 세상을 평정하고 있는 나라,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한편 걱정도 된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울려 퍼지던 나라에서 ‘사상과 이념이 만세’로 바꾼 것 같아서이다. 서로를 챙겨주던 ‘두레’의 나라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치닫는 것 같아서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감사의 나라이다. 감사하는 나라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감사하는 나라가 승리한다. 감사하는 나라가 행복하다. 대한민국이,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북한이, G20이, 그리고 온 세상 나라가 하나님께 감사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나라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전쟁이나 경쟁에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감사에 부지런한 온 세상 나라가 되길 이 감사절에 꿈꾸며 기도한다.
11.1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