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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ilton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표를 살 때부터 쉽지 않았다. 입장할 때는 더 어려웠다. 이미 푯값을 다 치렀는데 정작 극장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스마트폰에 QR 코드가 있어야 했다. 극장 측에서는 표를 구입한 모든 사람에게 password를 보냈고 그 번호만 입력하면 QR 코드가 떠올라 그것을 보여주고 입장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류(類)의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왜 잘 안 되는지 그날도 그런 내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그러기를 10분을 훨씬 넘기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입장 완료.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펼쳐지는 공전(空前)의 히트작 뮤지컬 “Hamilton”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으면서 password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Password를 모르면 현대 생활은 전혀 할 수 없다. 은행, 집, 여러 기관,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세계에 접속할 수 없는 것이다. Password로 접속한 세계는 상상할 수 없는 광대한 세상이다. 영적 password, 곧 예수님의 이름으로 접속된 하늘 세계는 이 땅의 어떤 세상도 견줄 수 없다는 것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미국 10달러 지폐에 그려진 초상화를 살린 파워 있는 뮤지컬이 바로 해밀턴이다. 그동안 10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던 미국 초대 재무장관 해밀턴의 초상화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다가 뮤지컬 “Hamilton”의 위세 있는 인기에 눌려 그 주인공을 도무지 바꿀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건국 시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은 대부분의 대사가 랩으로 이어졌다. 뮤지컬을 사전에 공부하고 갔기에 그나마 줄거리를 이해했지, 그렇지 않았으면 2시간 가까이 바삐 움직이는 무대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뮤지컬은 이민자 해밀턴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의 애국적인 면을 조명하기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권력, 친구 그리고 여인들 속에서 빚어지는 싸움과 갈등은 욕심 많은 일반 사람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그는 49세에 애증(愛憎) 관계에 있었던 친구와의 결투에서 총에 맞아 생을 마감한다. 오늘의 미국인들은 그런 해밀턴에 환호한다. 역사적(歷史的) 인물 속에서도 오늘을 사는 자기들의 평범한 모습을 보기 때문인가.

 

우리말에 “어제”는 있다. “오늘”도 있다. 내일(來日)에 해당하는 한글 단어는 없다. 우리 민족이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것 같아 섭섭히 생각하지 말자. 내일의 내일인 “모레”라는 단어가 순수 한글 아니던가. 우리 민족은 “내일”보다 더 먼 “모레”를 말하는 미래 지향적 민족이다. 모레는 미국독립기념일이다. 미국 독립의 날이 1776년 7월 4일이었으니 올해가 246주년 독립 기념일이다. 미국 건국의 유산들이 미국 전역에 남아있다. 그것들을 사장(死藏)시키지 말고 오늘과 미래의 삶을 풍성케 하는 데 다 끄집어내야 한다. 밝은 면이든 어두운 면이든, 공동체적이든 개인적이든 역사를 왜곡시키지 말고 배워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하와이 이주, 또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는 한인 이민 출발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이민 역사도 미국 역사의 애환(哀歡)을 함께 만든 당당한 역사이다. 특별히 한국 이민 교회의 역사는 한국 이민자들을 위로하고, 이해하고, 돕고, 그리고 바른길로 인도했던 본질적이며 실용적인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인 이민 교회를 이끌었던 인물 중에 오늘까지 환호받는 사람이 있었던가. 미국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보았던 뮤지컬 “Hamilton”은 “password”를 시작으로 “미래”와 “이민” 그리고 “역사적 교회 인물론”까지 많은 상념(想念)을 자아낸 수작(秀作)이었다.

07.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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