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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포기하라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링 위에서 한창 복싱 경기가 벌어질 때 한쪽이 너무 기울어져서 패배가 분명하거나 크게 부상당할 위험이 있을 때 링 밖의 코치가 흰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2회 전에서만 네 번의 다운이 있었다. 중계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이제는 졌다고 생각했었다. 코치가 흰 수건을 던져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을 정도이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3회전에 기적의 역전 KO승이 있었다. 1977년 11월 27일, 11전 11승을 자랑하던 파나마의 세계 챔피언 카라스키야를 상대로 한 대한민국 홍수환 선수 이야기이다. 흰 수 건을 던지는 시간이야 불과 1-2초이었을 텐데 그 날 만약 그랬다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회자할 4전 5기라는 위대한 이야기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여 성공한 이야기가 지난 21일도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이민 땅에서 많은 분이 그러셨는데 필자도 감격하여 많이 울컥했다. 대한민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두 번의 도전 끝에 성공적인 발사를 이룬 것이다. 날씨 등의 이유로 발사일이 몇 날 미루어지면서 살짝 걱정을 자아냈지만 숱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된 것이다. 과학계의 쾌거이며 국가적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과학자들의 눈물 어린 노력과 이와 연관된 기관들의 처절한 수고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한 기업들의 헌신적 투자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실패의 자리에서 산적한 어려움 앞에서 힘들다고, 귀찮다고, 두렵다고 포기의 흰 수건을 던졌더라면 오늘의 기쁨과 영광을 맛볼 수 있었겠는가. 흰 수건을 던지는 포기가 없었기에 드디어 우주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기대감으로 벅차다. 포기하지 않고 일구어낸 일 후에 펼쳐질 긍정적인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인들의 포기하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계속된다. KWMC,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도 흰 수건을 던지지 않았다. 1988년 제1회 선교대회를 시작으로 8회까지 이어져 오면서 한인들이 앞장서 세계 선교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나 팬데믹을 맞이하여 4년 주기의 대회가 이어지지 못했다. 주로 시카고 위튼 칼리지에서 4-5,000명 규모로 열렸던 대회가 대면, 장소, 재정 등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포기할 수 없었다. 그 9차 대회를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온 인류의 소망 예수”라는 주제로 갖게 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비싼 항공료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의 영원한 코치이신 예수님이 링 위에 흰 수건을 던지시겠는가. 결코 그러실 일이 없으시다.

 

흰 수건을 던진 젊은이가 있다. 그의 영적인 관심은 대단한 것이었으나 자신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는 현실에 미련 없이 포기의 수건을 던지고 역사의 무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포기를 포기하라. 순간적으로 끝날 흰 수건을 던짐을 멈춘다면, 짧게 끝날 포기를 포기한다면 앞으로 누릴 것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풍성하다. 주저앉고 싶은 일이 왜 한두가지 뿐이겠는가. 차리리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싶은 상황이 누군들 없겠는가. 예수님이 십자가 길을 포기하셨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겠는가. 누가 장애물이 없다고 말하던가. 있다, 많이 있다. 장애물도 많이 있고 포기할 이유도 즐비하다. 그러나 포기를 포기하자. 고지가 바로 저긴데 라고 이은상 시인은 외친다. “고난의 운명을 지고 / 역사의 능선을 타고 / 이 밤도 허위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그렇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주님이 곧 오실 터인데 흰 수건 던지지 말자. 겨례여. 포기를 포기하자.

 

06.2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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