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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중요해! 진짜 사람이 중요해…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에게 모성애같은 첫 사랑이 있다. 목사로 부름 받아 첫발을 내딛고 심혈을 기우려 시작한 첫 개척교회에 대한 애정은 모성애처럼 본능적인 사랑이다. 필자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개발 지역이었던 송파에서 개척할 교회 자리를 매일 일년 동안 찾았었다. 연말에 주님의 뜻을 따르기 전에 내 기준대로 내 열심만 내세운 것을 회개하고 새해의 발걸을 맡겼다. 회개 후 3일 만에 신학교 총장이셨던 박윤선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김강도사님… 몇 가정들이 모여서 성경공부를 인도해 달라고 하는데 가보시겠어요? 예! 가고말고요! 지역이 어디라고 합니까? 글쎄… 송파라던가?’ 난 그 때 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 회개하고 맡겼더니 3일 만에 응답하시는 주님 앞에 부끄럽고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교회가 송파의 ㅅㅅ교회였다. 

 

여섯 부부들은 대형 교회가 싫어서 작은 빛 선교회를 조직하고 조용히 순수한 믿음으로 구제와 전도의 꿈을 안고 기성교회을 떠난 주일학교 교사 부부들이었다. 그들은 매일 밤 철야기도를 했었다. 전도와 구제에 특심했다. 저들의 순수한 열심을 지도해 줄 목사가 필요했었다. 필자는 이렇게 저들과 함께 작은 지하실 방에서 교회가 개척되었다. 방석에 앉아 예배하면서도 열심히 전도해서 4~50명이 모였다. 격렬한 난상토론 끝에 투표하여 방석대신 의자를 놓았다. 자녀들을 위한 교육관을 마련할 때에도 험한 산을 넘어야 했다. 건축이 싫고 기성교회화가 싫어서 나온 이들이 다시 방 한 칸 전세할 전셋돈 건축헌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큰 갈등을 안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집사 한 분이 부부의 의견다툼 과정에서 뇌출혈로 생명을 잃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지진이 터지는 충격을 안아야 했다. 

 

스타트 멤버들은 자신들의 작은 빛 선교 구현이 깨어지고 교회주의(?)로 치닫지 않으려는 안간힘을 노골적으로 젊은 목사에게 쏟아냈다. 그러나 기본적인 전도와 구제는 열심이어서 감사했다. 그 때 겨우 주일출석 장년들이 60여명 모일 때였다. 2천명 총동원 전도 초청 행사를 기획하였다. 1년 동안 준비한 결과로 1,657명이 모였고 550명이 결신했다. 이런 열심으로 3년이 지났을 때엔 주일출석 장년만 270여 명이 회집했다. 겉 모습은 성장인데 내부에서는 텃새와 철새들의 갈등이 점점 깊은 골을 만들어 갔다. 제직회만 열리면 무법천지 독단적인 횡포가 시작되었다. 젊었던 목사는 내심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고 단절하고 더 어려운 이민교회를 찾아 떠남으로 3년 반의 개척 목회를 내려놓았던 것이다. 

 

개척목사가 떠난 후 교회가 공중분해 되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함께 출발했던 여섯 가정이 두 가정만 남기고 뿔뿔히 흩어졌다. 남은 두 가정이 굳세게 40년을 지켜온 오늘의 현실은 시작할 때나 오늘이나 작은 건물 3층에 여전히 단칸 셋방 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음을 전해 들을 때마다 두 마음이 갈등으로 찾아오곤 했다. 결단을 잘 했다는 생각과 그 때 함께 시작했던 이웃 교회들의 성장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쉬움과 약간의 후회감도 동시에 솟아나곤 했다. 

 

그 시절 같은 노회의 선배였던 옥한흠 목사님도 은평교회(사랑의 교회 전신)를 개척하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김목사! 어때? 개척 멤버들이 어때? 사람이 문제야! 사람…’ 옥목사님도 평신도 깨우는 교안을 집필을 시작하면서 성공 케이스를 기대하면서 한 부부에게 집중적인 양육 훈련의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망을 안고 허탈해 하던 시절이었다. 목회는 사람없이 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성패가 달렸으니 과연 사람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시절 그 지역에서 만나교회, 수동교회는 작은 예배당 건물에서 출발했고… 새벽교회는 아파트 상가에서 개척을 했었다. 임마누엘 교회는 거대한 예배당을 지었고, 명성교회도 명일동 버스 종점 2층에서 시작했던 즈음이었다. 강남과 천호지역이 함께 모두 개발되던 시절이었다. 우리교회는 석촌호수가 가까운 백제고분 앞의 작은 건물 3층과 지하실에서 시작을 했었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오늘은 엄청난 차이가 이뤄졌다. 작은 빛 선교의 꿈이 틀린 것은 아닌데 사람이 중요해! 진짜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에서 사역을 하던지 사람이 중요해! 목회자도, 교인들도 모두가 사람이기에 정말 사람이 중요함을 40년 후 우연히 지나는 서울 송파 방이동 그 교회 앞을 지날 때 찐한 옛 감성과 오늘의 감격으로 마음이 온통 범벅이 된 하루였다. 

 

jykim47@gmail.com

05.13.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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