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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나눔 영롱한 만남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슈바이처 박사는 나의 청소년 시절의 영웅이었다. 그 때 후로는 언제 어디서나 그의 이름이 눈에 띄면 반가움이 솟구치곤 했다. 

목회자 휴일이라는 한적한 월요일 오전에 지난달 여촌 이승종 목사로부터 선물 받은 ‘어깨동무 뜻 나눔’이라는 책을 들추다가 역시 슈바이처의 이름에 초점이 멈췄다. 슈바이처를 자신의 멘토로 삼아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어깨동무사역’의 케이스 스터디용으로 실어둔 내용이었다. 굉장한 감동이 있어 함께 나누려고 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의 오일 재벌인 걸프사의 창립자의 아들로 태어난 래리머 멜론(1910-1989)의 인생 스토리이다. 그의 작은 아버지는 당시 미국의 재무부 장관이었다. 부와 명문가의 부러움을 안고 태어나 성장한 맬런은 프린스턴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했지만 파경을 맞았다. 고향 피츠버그를 떠나 서부를 거쳐 아리조나에 정착하여 결혼하고 목장주로서 성공과 부요를 이뤘다. 

래리머가 어느 날 라이프 잡지를 들추다가 슈바이처의 기사를 읽는다. ‘생명의 경외’라는 슈바이처 신학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존엄 앞에서 어떤 것이라도 생명을 부정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큰 죄악으로 여긴다는 슈바이처 신학의 골수인 ‘생명의 경외’에 래리머는 사로 잡혔다. 

그는 그의 친구를 슈바이처의 삶의 현장이 있는 아프리카로 보냈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과 삶의 주변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었던 것이다. 슈바이처를 만나고 돌아온 친구가 ‘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근심과 고통으로 씨름하고 있는데 나만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는 고백을 전달받은 래리머는 슈바이처의 삶에 완전히 매료당했다. 그리고 자신도 슈바이처처럼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박사와의 편지 교제가 시작되었다. 

18년이라는 긴 시간에 65번의 편지와 전보 등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직접 대면의 만남은 교제가 시작한 3년 후였고 단 한 번의 만남이 처음이었고 끝이었다. 비록 멀리 있었지만 두 사람은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단단히 묶였다. 래리머는 1947년 나이 37세에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7년 수업을 마치고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재산을 정리한 후 아이티의 빈민촌에 들어가 병원을 건립했다. 그리고 그 병원 이름을 ‘슈바이처 병원’이라고 붙였다. 두 사람은 비록 36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래리머에게 슈바이처는 스승이었고 친구였고 동역자였다. 

여촌 이승종 목사는 이 단원을 마감하는 글에서 뜻 모음란에 이렇게 적었다. 

“한 사람의 인격적인 영향력은 전염성이 강하다. 아름다운 만남은 인격의 교감이다. 슈바이처는 오래 전부터 부인이 간호사 훈련을 마치면 아프리카 오지 선교를 위한 채비를 했었다. 자신의 공명심과 탐욕을 버릴 수 있음은 깨달음과 결단이다. 위대한 삶을 목격한 사람의 결단은 또 다른 위대한 열매를 가져온다. 슈바이처는 많은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관계성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생각과 사상이 구체적일 때 그 울림은 크다. 전도와 선교의 역량, 조직, 조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삶의 정체성이 소중하다. 18년 동안 배움과 나눔을 나누는 동안 생긴 밀도 있는 우정은 시간이 갈수록 인격적인 힘이 된다. 삶은 관계성의 열매이다”(이승종 저, “어깨동무 뜻모음”, p.191).

어차피 인생이, 목회가, 현대 세대들이 모두 솔로 시대를 걷고 있다. 기댈 언덕도 없고 맘 터놓고 밀담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는 외로운 세대이다. 우리 모두 어깨동무 사역으로 주께서 원하시는 영적인 어깨동무 사역들이 계속해서 번져 나갔으면 좋겠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또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9-12). 

jykim47@gmail.com

03.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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