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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을 기다리면서…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미국은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데이로, 한국은 6월 6일을 현충일로 제정하여 순국선열들을 기념한다. 

1862년 미국 남북전쟁 때 해리스버그에서 남군과 전투를 치룬 북군의 중대장 엘리컴(Ellicombe) 대위는 어두운 밤, 숲 속 어디선가 들리는 신음소리를 들었다. 피투성이 되어 죽어가는 남군의 어린 병사에게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대위는 랜턴을 켜서 그 병사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그 순간 엘리컴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 죽은 어린 병사는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남부에서 음악공부를 하던 아들이 아빠와 상의도 없이 남군에 입대하여 아버지 앞에서 죽었다. 아버지는 죽은 아들의 포켓을 검사하다가 악보가 그려진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다음날 상관에게 아들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군악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적군의 장례에 군악대까지 동원할 수는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록 적군이지만 아들을 잃은 엘리컴 대위를 위로하기 위해서 단 한 명의 군악병을 사용할 수 있다고 허락했다. 엘리컴은 그 한 명의 트럼펫터를 택하여 아들의 악보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한국말로는 ‘밤하늘의 트럼펫’으로 알려진 ‘진혼곡’은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160년이 된 오늘날에는 세계 각국의 병사들의 고된 하루를 마감하며 평안과 안식의 밤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서 취침 나팔소리로 퍼지는 트럼펫 솔로 곡이 바로 엘리컴 아들이 만든 음악이었다. 이 트럼펫 솔로는 지금도 조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 산화한 병사들의 유해가 안장되거나 봉안할 때 연주되는 장의용으로 연주되고 있다. 

우리 성도들은 기도한다. 더 이상 죽은 자들을 위한 슬프고 외로운 트럼펫 연주가 그치고 그 대신 죽은 자를 일으키는 공중의 나팔소리를 기다려야 한다. 언제 누가 이 생명의 나팔을 불 것인가? 성경은 이렇게 가르쳐주고 있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 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데살로니가전서 4:16-18).  

각 나라를 지키려고 산화한 병사들의 삶을 기리는 6월의 호국의 달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숨을 바쳐 세계 평화를 갈구하며 슬픔을 달래는 가족들 모두에게 이제 곧 울려 퍼질 공중의 나팔소리와 함께 친히 강림하셔서 죽은 자를 살리시고 살아남은 자들도 영접하시는 주님의 나팔 소리가 속히 우리 귓전에 울리는 그날을 학수고대해 본다. 메모리얼데이를 보내고 현충일을 기다리면서…

jykim47@gmail.com

06.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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