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두 마리 강아지를 함께 기른 적이 있었다. 해피는 식성이 그만이다. 없어서 못 먹고 안줘서 못 먹는다. 가리는 것이 없다. 완전히 잡식이다. 그런데 코코는 신통할 정도로 자기 호 불호가 분명하다. 웬만한 것은 결코 먹지 않는다. 자기 맘에 들어야 먹는다. 그런데 그 성격이 8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분명히 강아지도, 사람도 성격은 타고 나는 것일까? 그 성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2400년 전 의사의 아버지로 불리던 히포크라테스는 네 가지 기질이론을 주장했다.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로 분류했다. 이 네 가지 기질이 두부처럼 하나씩 잘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네 기질이 적절하게 혼합되어서 그 중에 어느 기질이 더 많고 강한가에 따라서 본인만의 특이한 기질을 형성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또 한 때는 혈액형이 곧 성격을 형성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은 이 혈액형에 기인한 성격을 비판 없이 수긍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대체적으로 O형은 침착하고 이성적이며 남에 말에 움직이지 않는 강직하고 자부심이 강한 성격으로…. A형은 소심하고 염려가 많고 자기희생을 통해서라도 다투기를 피하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이해했다. B형은 교제를 좋아하고 마음속에 오래 품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며 화통한 성격으로 통했다. AB형은 섬세하고 신경질적인 것 같지만 쉬워 보이면서도 차갑게도 느껴져서 잘 구분을 하기 어려워하는 성격타입으로 통했다. 필자는 A형인데 어쩌면 내 인생의 소년기에는 이 혈액형 성격이론을 비판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체념하면서 살아왔다. 나(A형)는 소극적이야! 성실하기로는 본인이 인정은 하지만 다투기를 싫어하고… 이는 앞서 보리라는 의욕 상실증 환자처럼 매사를 포기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홀로 있기를 좋아하고 우울하고 비사교적이고 소극적으로 살다가 드디어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을 때 폐결핵이 발병되었다고 믿었다.
전국의 폐결핵 말기 환자들이 모이는 마산결핵요양소. 하루에도 몇 사람씩 죽어나가는 생명의 끝자락 현장에 18세의 어린 소년도 섞여 있었다. 본능적인 생의 욕구적 몸부림 속에서 생명의 공급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십자가의 보혈의 능력으로 새 생명을 얻은 그 날 이후 나는 A형이 아니었다. 내 안에 새생명으로 들어오신 예수의 피 J형으로 바뀌었다. 못난 나의 성격, 기질, 능력, 건강, 환경… 어느 것 하나도 바뀐 것은 없었지만 내 안의 영적인 혈액형은 완전히 J형으로 변했다. 내 피를 먹고 마시지 않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다고 하셨다. 영적 갈증에 나는 마시고 또 마셨다. 내 심장에 J형 피가 온 몸을 적실 때까지 마셨다.
그날 이후 나는 결코 A형이 아니다! 나는 J형이다! 소극적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A형인 나의 옛사람은 십자가에 못 박혔다. 그리고 이제 내가 산 것은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다. 때때로 A형 기질이 나타나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그 분의 말씀이 나를 지배한다. 안되면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할 수 없어도 내 안의 그 분은 얼마든지 하실 수 있다고 큰소리치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불가능한 것들이 눈앞에 가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남? 본래 나는 포기하는데 명수였다. 결코 어떤 일이든지 일주일을 넘겨본 적이 없다. 언제나 용두사미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 J형이 되면서부터는 50년 동안 결코 포기를 모르고 살아왔다. A형이었을 때는 평생 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J형이 되고부터는 장로들과도 싸움도 했다. 이건 분명히 A형 기질이 아닌 J형이 그렇게 만들었다. 아직도 혈액 성격론에 갇혀 있는 자들이 있는가? 일란성 쌍둥이들이 대부분이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이것 하나만으로 우리가 믿어온 이 속설을 당장 갈아치워야 한다. 아직도 숙명론, 혈액형, 기질론과 타고난 성격이라 할 수 없다고 포기하고 거기에 갇혀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수혈을 받으라! 누구든지 J형의 보혈로 가득하게 채우라! 그리하면 인생이 바뀌고 운명이 바뀌고 새로운 생명의 능력을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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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