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한창 교회의 목장이 무르익던 시절에 각 목장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했을 때마다, ‘우리 부부는 목장 기다리는 기쁨으로 살아요. 목장에서 기도하는 것마다 이뤄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참! 신기해요... 우리 목자님이 기도해 주시는 대로 다 이뤄졌어요. 우린 이 교회에 온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없어요! 뭣보다 우리 목자님을 만난 것이 너무너무 감사해요. 늘 챙겨 전화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자기 목자 칭찬에 담임목사도 안중에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변을 토하는 목원들의 순수함을 보면서 목사의 마음이 참 따뜻했었다.
또 다른 목장의 풍경이다. ‘목사님! 내 평생 이런 생일 축하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꽃다발도 몇 개를 받았는지 몰라요! 집집마다 선물을 갖고 와서 목자라고 생일 축하송을 불러주는데 정말 몸 둘 바를…’ 목원들 칭찬을 듣고 있자니 이 속 좁은 목사 은근히 시샘이 끓어올랐다. 그래도 기분은 참 좋았다. 그래! 바로 이런 목장이야!
난 소년 시절에 아지랑이 피워 오르는 푸른 초원의 목장 꿈을 자주 꾸곤 했다. 파란 하늘 뭉게 구름 아래 싱싱하게 하늘로 치솟은 포플러 울타리 안으로, 한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한가롭게 풀 뜯는 소떼들과 토실토실한 양떼들... 잔잔한 연못에 엄마랑 한가로이 물장난하는 아기 오리들… 맨 날 봐도 자기 식구 아니라고 마구 달려와 덤비는 파수꾼 거위, 꼬리 흔들며 날쌔게 달려와 반기는 세파트는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세월이 흐른 뒤 주님은 나에게 색다른 목장의 꿈을 주셨다. 신학 훈련 마치고 강도사가 되었다. 서울 잠실 곁 석촌 호숫가 부근에 첫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목사 임직을 받은 바로 다음 첫 날 새벽이었다. 무릎 꿇고 엎드린 깜깜한 강단에 갑자기 눈부신 목장풍경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꿈에 동경하던 바로 그 목장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푸른 초장에 끝없이 넘실대는 소떼들과 토실토실한 양떼들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주님은 나에게 물으셨다. 목회 길 사양하고 뱅뱅 돌다 뒤늦게 돌아온 나에게 “김 목사야! 네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느냐?” 부끄럽고 죄스러워 침묵하는 나에게 주님은 말씀하셨다. “내 어린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오! 주님. 이 그림 같은 아름다운 목장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은혜, 이 부르심! 이 감사의 눈물. 성령의 강물 따라 끝없이 뻗어 가게 하옵소서!’ 39세의 어린 청년은 한없는 감사의 눈물을 깜깜한 강단에 쏟아내고 있었다. 시간의 구름들은 나를 송파를 떠나 드넓은 롱아일랜드 뉴욕 사만타 말 목장으로 이끄셨다.
오늘따라 훈풍까지 불어오는 포근한 오후. 목양실 창문 너머 넘실되는 오리 떼들이 나를 불러 둘레 길로 나섰다. 고즈넉한 산책길에 바스락 바스락 소리 내는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 상록수 싱싱한 전나무 길을 지나 아늑한 언덕 위에 몰래 숨어 사랑하다 들킨 오리 한 쌍이 허겁지겁 날개 치며 도망한다.
아직은 겨울, 가벼운 옷차림으로 둘레 길을 따라 주님과 산책길을 나섰다. 35년 전 보여주셨던 목장의 꿈이 눈앞에 있음을 보며 또 다시 감격했다. 주님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목장을 같은 목장송파의 지하실을 떠나 30년의 시간을 따라 토론토를 거쳐서 롱아일랜드 뉴욕 사만타 목장에 터를 잡으셨네요. 그리고 사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주님의 목장을 주께서 일구셨네요….
참 나의 목자장 되신 주님! 끝까지 풍요로운 목장 만들어 주님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붙잡아 주세요. 참으로 주님은 위대하십니다. 주님의 양무리 잘 섬기는 꿈은 비단 나 한사람만의 꿈이 아니리라. 당신을 사랑하는 모든 제자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목양의 꿈들이다. 이제 곧 서서히 우리 앞에 다가오는 주님의 그림 같은 목장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오늘도 갈망한다.
“네 양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떼에 마음을 두라”(잠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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