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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사모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미전역에 있는 목회자 아내들을 대상으로 사모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로 진행하는 이 모임은 45세부터 60세에 이르는 담임 목사 아내를 대상으로 한다. 담임 목사의 아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등 그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하고 남편의 부르심을 따라 무작정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목회자 아내들을 위로하며 회복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준비하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상담 심리치료학회가 726명의 목회자 아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9.9%가 우울 증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주요 스트레스로는 “사역의 부담(22%), 경제적 상황(21%), 교인과의 관계(20%), 고충 나눌 대상 없음(19%)”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알게 된 어떤 사모는 성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삶을 살다 보니 지금은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외향적인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하며 자유가 없는 이 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호소했다. 좋은 사모가 되려고 애쓰다 보니 부족한 자신의 모습만 더욱 부각되고 어려운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말할 대상이 없어서 속으로만 삼키다 보니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사모 컨퍼런스를 열어줄 것을 제안했다. 

목회자 아내들은 성도들의 기대치가 주는 중압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남편의 요구에 반응하며 교회의 기대치에 자신을 맞추며 살다 보니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것은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여느 성도들처럼 교회 내에서 자유롭게 개인적인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고 어려움이 있을 때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마음을 나누기가 수월하지 않아 정서적 고립 상태에 처하게 될 위험이 크다. 이렇듯 목회자 아내들은 늘 성도의 시선과 잣대를 의식하다 보니 이것은 사역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고립으로 연결되어 해소되지 못한 정서적인 문제로 힘겨워하는 자들이 많다. 

글쓴이도 믿지 않는 가정에서 성장하여 목회자 아내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 없이 덜커덩 목회자 아내가 되어버렸다. ‘자매님’이라고 불리다가 갑자기 ‘사모님’이라고 불릴 때의 그 생경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온몸에 닭살이 돋는 느낌이었다. 풋내기 시절에는 사모가 무엇인지 그 정체성 정립이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교회를 건강하게 섬기고 있는 목회자 아내들을 만날 때면 항상 “사모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며 질문하곤 했다. 그렇게 얻은 답을 통해 사모의 정체성을 정립해 갔다. 그렇게 시작한 이민 교회 목회자 아내로서의 삶이 이제는 삼십여 년이 되어간다. 풋내나던 목회자 아내가 다양한 사건들과 상황들을 헤쳐나가며 달고 쓴 모든 훈련의 시간을 견디며 오늘에 이르고 보니 이제는 이 길을 걷고 있는 자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한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담임 목사의 영과 육, 정서적 강건함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목사의 강건함은 그 아내가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사모를 살리는 일은 목사를 살리는 것이고, 이것은 건강한 교회를 세우며 하나님 나라를 편만하게 확장하는 첩경이라 생각한다. 

yanghur@gmail.com

03.1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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