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오십 대 중반이다.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이 예전 같지 않다. 심한 갱년기 앓이를 지내서인지 올해는 좀 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있다. 지난해는 불면증으로 하루에 두서너 시간만 자면 눈이 말똥말똥해서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우기 일쑤였고 관절통과 소화기 장애로 삶의 질은 바닥을 쳤다. 경건의 훈련을 매년 꾸준하게 지속하며 살아온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하나뿐인 배우자, 그렇게도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한 동반자에게는 고운 말이 쉽사리 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드리는 언행을 할 때면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아 톡 쏘는 벌처럼 쏘아버리고 배우자의 사소한 언행에 심하게 흔들리며 내 마음 나도 모르는 반응을 하곤 했다. 빈둥지 증후군이라 하였던가! 작년에는 설상가상으로 세 아이 모두 집을 떠나고 나니 그 허전함은 삶의 지축을 흔들었다. 호르몬의 변화가 이렇게 삶에 큰 영향을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십 대 중후반부터 시작하여 완경이 된 후 일 년 정도까지를 일컫는 갱년기는 여성 호르몬의 부족으로 인하여 안면 홍조, 가슴 두근거림, 발한, 우울증, 불면증, 신경질, 관절통, 근육통 등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여성 호르몬은 신경 전달 물질에 관여하고 있기에 이것이 부족하면 우울감이나 성격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갱년기 증상은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지만 본능의 흐름대로 감정을 방치할 경우 이는 삶의 큰 적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배우자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고 자녀들에게도 마음에 쓴 뿌리를 남길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발달 심리학자이자 정신 분석가인 에릭 에릭슨은 중년기를 생산성 대 침체성으로 설명하였다. 침체성의 전형으로는 매사에 불평불만을 일삼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삶을 따분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산성은 성숙한 성인으로 다음 세대를 구축하고 인도하는 일에 관심을 두는 것을 나타낸다.
모든 인생이 지나가는 중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환경과 삶을 비판하며 가정의 싸움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를 세우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삶을 드리는 우아한 백조가 될 것인가?
삶의 중년을 맞기까지 충분하지 않은 생활비로 자녀를 양육하며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부르심을 충성스럽게 이루기 위해 사명지에서 온갖 수모를 견디며 헌신한 사모님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심란한 시기를 보내는 동안 남편의 조력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사랑해서 결혼한 배우자가 나와 결혼했는지 목회와 결혼했는지 헷갈리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사모님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감정을 공감해 주는 목사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결핍된 정서는 날카로운 언행으로 가정에 화를 불러오지만, 채워진 정서는 부드러운 언행으로 가정을 살릴 것이기 때문이다.
yanghur@gmail.com
01.13.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