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원 박사 (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리더십학자)
지도자들, 과연 ‘리더의 자격’이 되는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교회가 혼란가운데 있다. 탁월한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리더는 시대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역사가 선택한 지도자는 도덕적인 확신과 분명한 목표가 있다. 현대인들은 뛰어난 머리보다는 뛰어난 인품을 갖고 감동적인 수사법으로 대화 나누는 리더를 원한다. 최근 전문기관의 리서치에 따르면 담임목사 청빙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설교, 성품, 목회철학, 평판, 경력 등으로 조사되었다. 리더의 자격이란 무엇인가? 리더는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을 최우선시 함으로써 리더의 자격을 얻는다. 동기부여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리더의 주된 임무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최고가 되지 않고서는 리더 역시 최고가 될 수 없다.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잘되게 하는 것이 탁월한 리더이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것에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얻는 리더는 자연스럽게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며, 따르는 이가 많을수록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갈 줄 아는 사람이 참으로 탁월한 리더이다. 혼자만 잘 나가려고 하지 말고 주변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귀한 기회를 제공하라. 그것이 함께 하는 공동체가 발전하고 새로운 리더를 통해 사회가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탁월한 리더는 ‘거울과 저울’ 같아야 한다. 거울이 흔들리면 분명하게 볼 수 없고, 저울이 흔들리면 바르게 잴 수 없다. 탁월한 리더는 자신의 분명한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갖고, 매사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최근 기독교계에는 교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자기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목회자가 성도들을 걱정하고 기도해야 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성도들이 목회자를 걱정하고 목회자들의 일탈 때문에 부끄러운 지적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지도자들, 과연 ‘리더의 자격’이 되는가?
공감과 조정이란 새로운 리더의 자격
인간 세상에는 어디든 리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더라고 모두 리더가 아니다. 조직의 흥망성쇠는 리더가 어떤 역량을 발휘하고 구성원들을 어떻게 하나로 모으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리더가 리더다운 면을 보일 때 존경을 받는다. 리더가 인간적인 욕심에 끌려 사익을 챙기고 윤리와 도덕성이 무너지게 되면 조직은 한순간에 허물어진다. 담임목사가 능력도 부족하고 고집도 세다면 분명한 답을 찾기 어렵다. 교회 구성원들은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속으로 애를 태우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교회는 중병을 앓게 된다.
리더의 자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리더에 대한 사회의 개념 규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수직적이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에 익숙한 탓에 ‘리더는 곧 지배자’라는 잘못된 인식이 삶의 모습가운데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곧 권력을 거머쥐는 것이란 그릇된 환상이 그것이다. 그렇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이틀과 감투를 쓰기 위해 사활을 걸게 된다. 21세기 현대리더십은 지배와 강요대신 공감과 조정이란 새로운 리더의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38년 동안 총 49개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전설적인 축구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경은 그의 저서 ‘리딩(Leading)’에서 선수들 마음에 공포보다는 존중을 심어주려 한 것을 그의 리더십의 비결로 꼽았다. 눈높이를 맞추며 한 발씩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리더, 그럼으로써 마음속에서 존경심이 우러나게 하는 리더, 이제 우리도 ‘공감과 조정의 리더’를 한번 가져볼 때가 되었다.
리더의 DNA를 깨워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사회생활을 통해 리더는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신앙공동체인 교회에서도 직분 자나 목회자는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늘 생각해 보게 된다. 리더는 다음의 4가지 DNA를 깨워 동서남북을 바라보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리더는 공정해야 한다. 공정성이란 주관적인 개념이다. 내가 마음속으로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이 보기에는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주관적인 공정성이 객관적이 되려면 일을 결정되는 과정이 투명하고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또 공정함이란 내가 기여한 만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성은 자신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너무 많은 혜택을 기대할 때 깨지게 된다. 왜냐하면 공정함이란 결과의 공평성(equity)이 아니라 기회의 공평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면서 그들 각자의 노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대가를 공정하게 분배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성을 가진 나눔의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리더는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리더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자이다. 구성원과의 오랜 협의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리더 자신이다. 의사결정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며, 우리가 바라던 결과가 항상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종종 사람들을 위험 회피적으로 만들고, 발전적인 시행착오를 억제한다. 하지만 발전적인 시행착오가 없다면 현상에 안주하게 되고, 조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의사결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 감수는 리더의 몫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한다면, 리더는 구성원의 신뢰를 잃게 된다. 구성원의 믿음과 그들의 진정한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결정하고 구성원이 행한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로, 리더는 민첩해야 한다. 민첩성이란 작은 환경 변화도 재빨리 알아차리고 이에 바로 대응하는 능력이다. 미세한 변화도 알아차리고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지금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리더의 또 다른 자격이 될 것이다. 넷째로 리더는 업무추진력이 뛰어나야 한다. 추진력이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기획능력이라기보다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다. 말만 앞서는 ‘스마트 토크의 함정(smart talk trap)’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을 행동하게 만드는 추진력이 리더에게는 꼭 필요한 자질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분야에서는 “Hear one, See one, Do one”이라는 금언이 있다. 하나를 들으면 그것을 실제로 관찰해보고, 직접 해보라는 말이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지만 본 것은 기억하고 한번 해보면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회자를 양성하는 우리의 신학교육현장은 어떤가? 혹시 말만 앞서는 무능한 리더를 양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의 기독교와 교회를 되살리는 길
사람이 리더를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님과 다르다. 사람이 생각하는 리더는 경험이 있고 일정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재능이 있고 카리스마가 넘치며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린 목동 다윗을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신 것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를 감행하신다. 하나님에게는 우리가 얼마나 배우고 리더로서 얼마나 훈련을 받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이 원하는 리더가 되려면,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뜻을 좇아야 한다. 또한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간적인 욕망을 모두 내려놓고 그의 인도를 전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현재의 기독교는 교회를 책임지는 지도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횡포와 비리를 일삼고 있다. 이를 더 이상 침묵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위기의 기독교와 교회를 되살리는 길은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기독교 지도자들이 자성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욱 낮아지는 자세로 교회와 세상을 섬기며,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것이 예측하지 못할 위기가 가득한 이 시대에 교회 리더들이 갖춰야할 자격이다. 우리 모두는 진정한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있다. 지금은 내안의 리더십 DNA를 깨우고 우리 모두가 성경적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따라야 할 때이다. sondong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