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예수님을 만난 이후 우리 성도의 삶은 거룩을 향해 나아가는 긴 여정이다. 처음 주님의 은혜를 깨닫고 나면 그 기쁨 때문에 주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기꺼이 말씀을 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성품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평생에 걸친 과정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 같은 명령은 그만두고라도 “오래 참으라, 서로 친절하라” 그런 당연한 것 같은 말씀도 사실은 쉽게 행할 수 없는 말씀이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오래 할수록, 또 주님을 사랑한다고 생각할수록 초라한 나의 모습을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고 외친 사도 바울의 탄식이 나의 탄식이 되는 것이다. 주님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살고 싶은데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부족한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영성 개발에서는 우리가 행하기를 원하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willing-doing gap” 혹은 “성화의 gap”이라고 한다. 주일에는 거룩한 것 같은 우리가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삶의 현장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쉬워서 달라스 윌라드는 이 간격을 “Sunday-Monday gap”이라고 표현했다.
나의 은사이신 클라우스 이슬러 교수님은 우리가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말씀을 실천하며 살지 못하는 이유를 마가복음에 나오는 씨 뿌리는 비유로 설명하였다. 길가에 뿌려진 씨는 마음이 굳어서 하나님의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사탄의 방해로 말씀을 받지 못하는 경우이니 성도들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돌밭이나 가시떨기에 뿌려진 씨처럼 말씀을 기쁨으로 받으나 삶의 어려움이 올 때 넘어지던지 염려나 유혹, 욕심으로 다가오는 세상의 가치관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우리 마음이 원하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예수님이 보여주신 본을 따라 행하라고 권면한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본을 따르라는 말을 생각하다가 에베소서 5장 1절 “그러므로 사랑을 입은 자녀 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라는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에베소서 4장 후반에는 성도들의 하나님을 본받는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거짓을 버려라, 참된 것을 말하라, 화를 내도 죄를 짓지 말아라, 더러운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마라, 모든 악독과 노함, 분냄, 떠드는 것을 버려라, 친절하게 해라, 불쌍히 여겨라, 서로 용서해라” 등 쉽게 순종하기 어려워 보이는 리스트들이다.
그런데 5장 1절은 “그러므로” 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그러므로”는 앞 문장과 뒷 문장을 연결하는 접속어다. 성도로서 행해야 할 이 모든 행동들을 읽고 주눅이 들어 있는 나를 향해 그런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닌,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녀이기 때문에 행할 수 있다는 크나 큰 격려의 뜻을 담은 접속사가 마음에 다가왔다.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녀이기에 부족하지만 아버지를 닮고 싶은 마음에서 그 분이 기뻐하는 뜻을 따라 살 수 있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을 본받는 자, 즉 하나님을 따라 하는 자가 그 분의 자녀이다. 마치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의 필체를 나도 모르게 닮아 갔듯이 그 분의 사랑을 받은 자녀로서 서툴지만 하나님을 따라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지키는 자리에 있을 것이다. 사람의 사랑을 받아도 얼굴에 생기가 나서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라고 노래하는데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 사랑을 받는 자녀라니 그 분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서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버거움이 아닐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듯 주님의 사랑을 입은 자녀라는 우리의 정체성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을 닮아 가는 자로 살게 할 것이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시고 나도 아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분의 뜻을 따라 가는 사랑스러운 자녀로 하나님을 닮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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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