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믿음의 여정을 통해 사람들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많은 책이 있다. 그 중에서 로버트 굴리히와 제넷 해그버그가 공저한 “더 깊은 믿음으로의 여정”은 이해가 쉽고 신앙발달에 대해서 다른 저자들이 언급하지 않은 새로운 관점도 있는 좋은 책이다. 오래 전에 신학교에서 신앙발달에 관한 교재로 쓸 마땅한 책이 없어서 내가 번역을 한 책이기도 하다. 요즈음 몇 주에 걸쳐서 미주복음방송 칼럼시간을 통해 그 책을 소개하고 있다. 직접 번역을 했기에 익숙한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책을 보면서 이민교회에서 흔히 보는 현상인 교회를 쉽게, 그리고 자주 옮기는 교인들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나누고자 한다.
저자들은 믿음의 단계를 6단계로 묘사했는데 각 단계마다 믿음이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앙발달의 처음 단계는 주님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감격에 찬 단계이다. 그 다음 2단계는 제자훈련의 단계로서 여러 모양의 훈련을 받으며 믿음이 성장하는 시기이다. 배움과 소속감의 시기로서 탐색, 질문,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을 받아들이며 믿음이나 신앙의 원리들을 갖추는 때이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을 배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때로서 동료들과 함께 학습자로서 배우며 채우는 단계이므로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나 영적 지도자를 신뢰하며 가능한 한 그들처럼 되고자 노력한다.
당연히 이 시기는 출석하는 교회에 소속감을 느끼며 그 교회 교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믿음의 정체가 오게 되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을 보이게 된다. 첫 번째로 독선적이며 율법적인 크리스천이 될 수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경직된 이해 때문에 규칙을 위반한 사람의 처벌에 대해 매우 집착하지만 자신은 바르다는 생각에 빠져 있으므로 자신의 경직됨을 인식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끔 믿음 좋다는 분들이 보이는 흑백논리적인 사고가 이런 현상일 것이다. 또한 2단계에서 출석하는 교회에 대한 소속감이 지나치게 되면 단체적인 교만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와 “그들”의 강한 구분 때문에 누구든지 자기의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좋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로는 지도자에 대한 생각이 지나쳐서 건전하지 못하며 치명적일 정도로 비현실적인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몇몇 한국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세상도 비웃는 비윤리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그들을 따르는 교인들의 신앙의 모습이 아마도 이러한 2단계의 정체현상과 일치하는 것 같다.
2단계에서 정체될 때 나타나는 마지막 현상은 “옮겨다님”이다. 소속된 교회에서 훈련을 받고 자신의 교회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참여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속한 교회나 그룹이 반드시 자기가 바라던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실망하고 교회나 지도자를 비난하게 된다. 교회나 지도자가 처음 같지 않고 변했다,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소속된 교회를 떠나 변화를 시도하고 자신의 필요, 신념, 이상에 더 맞는 듯 한 새로운 교회로 옮긴다. 옮겨 다니는 사람들은 한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옮겨 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마치 다음 단계를 향하여 움직이는 듯 하나 사실상 2단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교회로 갈 때 감정적으로 기분이 좋기 때문에 자주 옮겨 다니기도 한다. “옮겨다님”은 요즈음 이민교회 교인들에게서 흔히 보는 현상이다. 물론 교회를 옮길 수밖에 없는 마음 아픈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에게 윤리적, 교리적인 문제가 없다면 몸담은 교회에 충성하는 것이 주님 보시기에 귀한 일 아닐까? 목사님이 설교가 약하다, 반갑게 인사를 안한다 등의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을 보내는 목회자의 마음을 떠나는 교인은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몸담아 섬기는 교회를 향한 성도의 마음이 교회의 연약을 품고 기도하는 일편단심이기를 바란다.
lpyun@apu.edu
09.07.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