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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교훈

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지난 주간에는 3박4일 동안 학교가 매해 마련해주는 교수들의 연구를 위한 리트릿에 다녀왔다. 여름 방학 동안 학술지에 기고할 논문이나 집필, 창작연구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말리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수도원에서의 자유시간을 마련해주는 학교의 배려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일상의 업무로 바쁘기 때문에 글을 쓰기는커녕 책 한권 읽기가 어려워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짬을 내어 동네 도서관에 가는 나에게는 참 고마운 시간이다. 일단 일상을 떠나 멀리 바다가 보이고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에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몇달 전 연구 리트릿을 신청할 때 어떤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주일학교 교사핸드북을 쓰겠다고 이메일을 했었다. 몇년 전에 시작해서 대강 골격을 잡아 놓았지만 다른 글쓰기에 밀려서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프로젝트였다.

교사교육 핸드북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학교가 원하는 교수로서의 출판 업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한인 이민교회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름대로 20여 년 동안 이곳저곳 다니며 교회 교사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한 내용들을 묶어서 한인교회 교육부에게 전해주면 교사훈련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이 교사훈련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일년에 한두 번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연중행사처럼 실시를 한다. 그러다보니 교사훈련의 내용에 연속성이 없어지고 각 교회 교육부에 맞는 훈련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교사훈련 세미나를 인도한 것을 핸드북으로 만들어서 각 교회가 자체적으로 교사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전해주고 싶었다. 나이가 60이 넘으니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던 일들을 통해 얻은 것들을 다음 세대에 잘 전해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부담이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수도원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책상 앞에 앉자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왜 이 핸드북을 써야 하는 것일까? 과연 이민교회 교육부에 이 핸드북이 도움이 될까? 핸드북보다 차라리 내용을 풀어서 책을 쓰는 것이 교회에 더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등의 질문이었다. 첫 날은 그런대로 서론을 다시 풀어쓰고 첫 두 강의를 조금 더 잘 정리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전에 묵상의 서클(한글로는 “미궁”으로 번역)을 걷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나님을 바라보며 중심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한 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원을 만들고 있는 돌멩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을 데리고 경건의 훈련을 위해서도 이곳에 여러 번 다녀갔지만 돌들이 묵상의 자료가 되었던 적은 없었다. 크기도 다르고 색도 다른 수많은 돌들, 어떤 돌은 깨져서 반쪽이 난 채로 두 동강이 함께 놓여 있기도 했다. 각 돌멩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물에 깎이고 바람에 깎여 둥글둥글한 모습을 한 채 이 높은 언덕에 있는 수도원까지 와서 묵상의 원을 만드는 일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돌멩이마다 자기의 스토리를 지닌 채 결국은 수도원 묵상의 서클에서 조용히 자기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과 달리 나에게만 허락하신 인생의 고유한 경험들을 통해 빚으시고 만드셔서 이미 마련하신 하나님의 선한 일을 하도록 계획하셨음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또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나의 것을 주님께 드릴 때 하나님은 선을 이루시고 주님의 교회를 세워 나가는 일에 또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유익을 가져오실 것이다. 돌멩이를 통해 교사핸드북을 계속 써야할지 생각이 많았던 마음이 정리가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 “하나님, 하나님은 돌을 통해서도 저를 가르치시는 자상한 분이시군요.”.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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