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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기뻐하실 졸업식

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오월은 졸업식의 달이다. 봄, 겨울 일년에 두 번 당연히 참석하는 우리 학교 졸업식 말고도 올 봄에는 큰 아들 약혼녀와 막내아들의 졸업식까지 오월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졸업식에 참석했다. 세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하면서 기독교 학교의 졸업식과 주립대학의 졸업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독교 학교 졸업식에는 졸업식 순서에 기도가 있고 축사나 학생대표의 연설에도 “하나님”이 꼭 등장한다. 반면에 일반대학 졸업식의 축사나 졸업생 연설은 학생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 미래에 대한 소망과 권면 등 좋은 내용으로 가득한 순서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축복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이 빠져 있다. 막내의 졸업식 전날 있었던 저녁식사 모임에서 축사를 한 교수님은 “무조건적 사랑”과 “평안”에 대해서 말했다. 기독교 학교가 아니었기에 나는 그 분의 단어 선택에 호기심이 생겨서 연설을 귀담아 들었다. 혹시나 했던 나의 기대를 벗어나 그 교수님은 무조건적 사랑이라는 기독교 단어를 사용했지만 불교 신자로서 불교의 자비와 평안을 설명했다.

우리 학교의 신학대학원은 졸업행사를 두 번 한다. 졸업예배가 있고 졸업식이 있다. 졸업식은 전체 대학원이 모이기 때문에 규모가 크고 웅장한 맛이 있다. 그런데 졸업식 전날 드리는 졸업예배는 신학대학원 졸업생들만 따로 모여 가족, 친지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이기 때문에 더 오붓하며 의미 있게 느껴진다. 졸업예배의 마지막 순서는 교수들이 다 앞에 나와서 졸업생들 뒤에 서서 그들을 위해 손을 얹고 기도하는 것이다. 매 번 그 시간이면 이제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져 목회로, 선교로 떠나갈 제자들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그들이 나아가는 사명의 길이 그리 만만치는 않기 때문이다. 요즈음처럼 신학대학원이 학생들 숫자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시대에 적어도 삼년의 시간과 만만치 않은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감당하며 학교에 오는 사람들은 목회에 대한 확실한 소명이 있든지 아니면 신학과 성경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에 학교에 온다. 대학원 과정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과정이기에 학생들이 졸업하면 각자 전공 분야로 나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며느리감도, 막내아들도 졸업 후 진로가 다 정해진 상태에서 졸업식을 하게 되어서 그동안의 수고와 성취에 대해서 축하하는 것이 졸업식 분위기이고 미래에 대해서 염려할 일은 없다. 그런데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는 우리 학교 졸업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서 학업을 마쳤는데 딱히 진로가 열리지 않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 학교 자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자료를 보면 종합대학 모든 단과 중에서 신학대학원 출신 졸업생들의 일년 수입이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세상적으로는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더 나은 직장, 월급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융자받은 등록금을 상환할 걱정을 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좁은 길을 걷겠다고 신학대학원에 와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졸업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특별한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을 간구하게 된다.

만약에 예수님이 오셔서 오월의 여러 학교 졸업식에 다 참석하신다면 신학대학원의 졸업식을 가장 기뻐하시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격려하고 축하하실 것 같다. 세상적인 명예와 부귀를 스스로 포기하는 길을 가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한 신학과정을 마치고,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 모든 과정 중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고 또 앞으로도 함께 하실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졸업식이야말로 아름다운 졸업식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명문 대학원 졸업식은 아니라 해도 우리 학교의 졸업예배는 주님이 부르신 좁은 길을 묵묵히 걷기로 한 졸업생들을 위해 마음 중심으로부터의 박수와 격려를 보낸 축복의 마음으로 가득한 귀한 시간이었다.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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