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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렌즈

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학교가 커리큘럼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이전에 없던 몇 과목이 새로 생겼다. 그 중 한 과목이 Urban Immersion(도시체험)이다. 이 과목은 학생들이 도심지에 위치한 호텔에서 3박4일을 머무르면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주변의 다양한 문화권을 소그룹으로 함께 관찰하고 관찰하면서 느낀 것을 그들의 사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발표하는 과목이다. 지도교수로서 나는 이번에도 함께 학생들과 호텔에 머물면서 수퍼비전을 하였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모여 3박4일을 보내는 자체가 우선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첫 경험이 된다. 각 그룹이 돌아가면서 아침 경건의 시간을 인도했는데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찬양하고, 각자의 언어로 상대방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다양한 인종을 초월하는 성령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었다. 첫날 아침 경건의 시간에 우리 프로그램의 전도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도시 구석구석을 다닐 때 평소에 가졌던 다른 민족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우셨던 주님의 눈으로 도시와 사람들을 바라보자는 귀한 메시지였다.

아침식사 후 학생들이 그룹별로 도시를 체험하기 위해 떠나고 나도 동료 교수, 직원과 함께 걸어서 학교 사무실로 갔다. 학생들에게 권한대로 우리도 천천히 도시를 관찰하면서 걸어가자니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전혀 못 봤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끔씩 걸어 다니기도 한 길이었지만 별 생각 없이 어느 장소에 도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빨리 걸을 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대칭을 이룬 디자인의 아름다운 빌딩, 고풍이 넘치는 회당과 교회 등 도심 한 복판에 남아 있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한 어디론 가로 향하는 노숙자들의 힘겨운 행보도 눈에 들어왔다. 첫 날 하루를 보내고 와서 짧은 리포트를 하는 시간에 학생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 대화한 사람들, 평소에 아무 관심 없이 지나쳤던 노숙자들이 눕지 못하도록 칸을 막아놓은 벤치, 노숙자들의 출입을 막으려는 의도 때문에 도무지 찾기 어려웠던 공중 화장실 등 본인들의 평소 삶과는 생소했던 경험을 나누었다.

우리 한국학생들은 그동안 주로 유태인, 히스패닉, 중국, 일본 사람들이 사는 지역을 연구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두 그룹이 흑인 지역을 방문하였다. 흑인 지역을 갔던 학생들은 흑인 지역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프라이드치킨 식당에서 점심도 사먹고 식당 직원들과 대화 후 함께 사진도 찍고, 그 지역의 가장 성장하는 교회도 방문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길에서 만난 몇 흑인들의 계속적인 한국 사람을 비하하는 욕설과 고함소리에 겁이 나서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는 보고였다.

3일 동안을 나도 본교 여직원과 함께 한인 타운을 이곳 저곳을 다녔다.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어서인지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많은 직원은 매워서 나도 별로 잘 못 먹는 감자탕 국물을 맛있다고 열심히 먹더니 젊은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먹는 붕어빵 아이스크림이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늦은 저녁 시간에 젊은 사람들 틈에 긴 줄을 기다려 산 붕어빵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다고 자기는 도시체험이 아닌 한국체험을 하였다고 즐거워하였다.

한인교회는 다민족이 사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너무 한인중심으로만 뭉쳐있고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우리지 않는다는 연구조사들이 많다. 요즈음은 많은 교회들이 노숙자 사역 등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감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에게 익숙한 문화, 민족이 아니면 불편해하고 또 특정 민족이나 문화에 대한 편견, 우월감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쉬운 것 같다. 이제는 우리 한인교회도 “다름”이 주는 불편함을 벗어나 의식적으로 우리의 좁은 마음을 넓히고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그 분의 귀한 형상을 따라 창조하셨음을 우리의 삶과 사역의 자리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렌즈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바라 볼 때가 된 것 같다.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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