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토비다. 낳은지 세달 되었을 때 우리 집에 와서 삼년 넘게 같이 살다보니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도 어느새 토비에게 정이 들었다. 얼마 전에 토비가 며칠 동안 계속 귀를 긁고 있었다. 어릴 때 귀에 물이 들어가서 병원에 갔던 적이 있은 후로는 목욕을 시킬 때 수의사가 알려준 대로 솜으로 귀를 막고 나름대로 조심을 했는데 또 물이 들어갔나 싶었다. 말을 못하는 강아지가 자꾸 귀를 긁어대니 마음이 쓰여서 병원에 데려가려고 전화를 했다. 동물병원 직원이 강아지 이름을 물어서 토비라고 하니까 성이 뭐냐고 물어서 “토비 변”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름을 가진 강아지들도 있을 테니 병원 파일에 동물들 기록이 주인의 성을 따라 보관이 되어 있나보다. 옆에 있던 언니가 깔깔대며 웃었다. “얘, 강아지도 변씨니?” 한국에서 다니러 왔던 언니에게는 동물에게 주인의 성을 붙이는 것이 우스웠던 모양이다. 평소에 별 생각 없이 동물병원에서 이름을 물으면 “토비 변”이라고 대답을 했었는데 언니의 질문에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의 이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날부터 자식이 행동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그 자식을 가문의 수치라고 말했다. 즉 그 집안의 이름을 욕되게 한다는 것이다. 아는 분이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는데 강아지들이 극성을 떨어서 털 깎는 곳에 가서 털을 깎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출장 나오는 사람이 강아지 털을 깎으러 왔는데 얼마나 강아지들이 난리를 했는지 그 사람이 털을 깎다 말고 돈을 안내도 좋으니 자기는 그만 가겠다고 하고는 중간에 포기하고 갔다. 그 분이 얼마나 창피하든지 자기가 마치 문제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학교에 불려가서 선생님 앞에 선 것처럼 당황스러웠단다. 강아지도 극성을 떨면 주인이 창피한 것이다.
안디옥에서 처음으로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은 분명 좋은 의미였을 것이다. 주님을 만난 이후 달라진 사람들의 삶 때문에 그들을 본 주변의 사람들은 그들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크리스천이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주어진 새 이름은 우리가 빛의 자녀들처럼 행해야 할 사람들임을 생각나게 한다. 크리스천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두움의 나라에서 빛의 나라로 입양된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이름이 훼방 받지 않도록 경건한 삶을 살아드려야 한다.
이제 세살 반이 된 토비는 훈련이 되어서 제법 말도 알아듣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낵을 먹을 때도 기다리라고 하면 참고 기다릴 줄도 안다. 우리가 집을 비워야 할 경우가 생겨서 아들 친구 집에 하루, 이틀 자고 오면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 하는 친구 어머니도 토비가 착하다고 칭찬한다고 한다. 나도 자주 “우리 토비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강아지지?” 그렇게 칭찬을 해준다. “변”씨 성을 붙여줘도 될만큼 착하다는 뜻이다. 우리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보며 “그래, 내 아들 예수의 이름을 붙여줘도 별로 부끄럽지 않은 크리스천이구나” 이렇게 우리를 향해 말씀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lpyun@ap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