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미국을 방문한 네째 언니, 형부와 함께 라스베가스에 사는 둘째 언니네 조카를 방문하러 간 적이 있다. 라스베가스는 우리 집에서 네 시간 걸리는 거리여서 조카 가족은 시간이 되면 한국식품도 살 겸 우리 집에 자주 오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바쁘기도 하지만 밤의 화려함과 낮의 초라함이 너무 다른 그곳의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여행 중 거쳐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라스베가스에 잘 가지 않았었다.
이모, 이모부를 대접한다고 조카는 호텔을 잡아주고 쇼 티켓을 준비해 놓았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제목의 쇼는 성인이 기저귀를 차고 우유병을 빠는 모습으로 나와서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수레 위의 태양에게 사람을 포함한 모든 만물이 절하는 자연 숭배주의로 끝나는 전형적인 뉴에이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쇼였다. 그 쇼를 보는 내내 즐겁기는커녕 음산한 음악과 이상한 내용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중간에 앉아 있으니 나올 수도 없었다. 형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쇼가 마친 후 “빨리 밖으로 나가서 좀 걷자.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고 하셨다.
시원한 밤공기라도 마시자고 호텔 밖으로 나오려는데 큰 글자로 반짝이는 “Religious Night Life”라는 사인이 눈에 확 들어왔다. “종교적인 밤”이라니 무슨 예배라도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광고가 나이트클럽의 광고인 것을 알았다. 밤새 춤추고 노는 것을 종교적인 밤생활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오려고 나오다가 본 큰 광고판에는 “Spiritual Dining”이라는 사인도 보였다. “영적인 식사”는 또 무엇일까?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종교적, 영적이라는 단어를 마구 사용한다는 것이 새삼 충격이었다.
정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 자녀 세대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혼합주의, 종교 다원주의, 상대주의에 별 생각 없이 끌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관심 있는 웰빙을 내세워서 인간을 하나님의 자리로 끌어 올리겠다는 무서운 도전도 영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세대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한국 일간지에서 세계 영성계 수퍼스타라고 소개한 인도 사람도 “진정한 영성은 자기각성… 종교와 아무 상관없다”면서 “(영성의 세계에서 요즘 가장 신나는 일은) 사람들이 점점 종교적인 도그마나 이념을 탈피하고 영감과 창의성의 원천인 자기각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영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에 출간한 책 이름은 “당신이 우주다 (You are the Universe)”이다.
라스베가스는 LA와 가깝기 때문에 음식이 푸짐하고 가족이 놀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라스베가스를 찾는 한인들도 많다. 또 젊은 아이들이 결혼 전에 파티를 할 때 쉽게 가는 곳이 라스베가스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어떤 상황에 있든지 세상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살펴보고 우리의 믿음으로 그 오염된 메시지를 평가, 분석, 선택해야 할 것이다. lpyun@ap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