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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한 마리

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여름 집중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차고 문을 열다가 드라이브 웨이에 무엇인가가 꼼지락 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가가보니 아주 작은 아기 새 한마리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몇 년 전 아들 방 창문 위로 새가 집을 지었었는데 다시 집을 지은 모양이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기 새를 찾는 것인지 지붕 위에서는 새들이 짹짹거리며 난리가 났다. 저녁 먹고 빨리 쉬어야 다음 날 또 여덟 시간 강행군 강의를 할 수 있을 텐데 집에 들어와 있으려니 그 아기 새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어느새 아기를 찾던 새들의 울음도 그쳐 버렸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드라이브 웨이에 새가 떨어져 있으니 차를 다른 곳에 세우고 들어오라고 했더니 아들이 인터넷을 찾아보면 길 잃은 아기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가 나와 있을거라고 알려주었다. 인터넷 사이트는 아기 새들이 땅에 떨어지면 죽을 확률이 높다는 정보와 함께 먹여야 할 음식, 임시 집을 만드는 법 등 급한 대로 도움이 되었다. 나뭇잎을 몇 장 꺾고 마른 가지를 좀 주워서 신발상자에 깔고 조그만 프라스틱 통으로 새 집 흉내를 내어 아늑하게 임시 집을 만들었다. 새를 데리러 나가보니 그 작은 몸을 굴리고 굴려서 잔디 위로 옮긴 채로 기진맥진한 채 뒤집어져 있다. 푸드득거리는 작은 새를 나뭇잎으로 살짝 들어서 신발상자로 옮겼다. 혹시라도 어미새가 와서 모이를 주고 돌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새집을 집 밖의 나무 위에 올려놓았지만 밤이 되는데 쥐가 와서 물어 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되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어차피 새가 살아남기 어려울 텐데 마음 아파서 안보고 싶다고 하더니 그래도 물이라도 먹여보자는 내 제안에 어떻게 이 어린 새에게 물이나 모이를 먹일 수 있을지 연구가 시작되었다. 강아지 약 먹일 때 쓰던 드랍퍼를 사용해서 작은 좁쌀을 물과 섞어서 주었더니 입을 쫙쫙 벌리면서 몇번을 받아먹었다. 물이 들어가니까 기운이 나는지 작은 소리로 짹짹 울기도 했다. 벌레를 먹여야 하는데 밤에 어디서 벌레를 잡아 올 수도 없고, 인터넷을 보니 계란을 먹여도 된다고 해서 급하게 계란을 삶아서 노른자를 찍어 입에 넣어주고 난리를 하다 보니 잠 잘 시간도 지나버렸다. 어미 새가 품고 있었을 테니 따뜻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아들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려서 히팅패드를 데워서 상자 밑에 깔아주고 차고에 넣어 놓았던 히터를 꺼내서 약하게 켜놓고는 “살아남아라”고 말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어서 가보니 전날보다는 훨씬 기운이 있는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다. 살아 있어서 반갑고 고마왔다. 다시 물과 달걀을 좀 먹여서 밖에 나무 위에 내놓고 출근을 했다. 아들도 새가 걱정이 되었는지 일하다 말고 점심시간에 잠간 들려서 모이를 주고 갔다고, 새가 잘 있다고 메기지가 왔다. 혼자 힘으로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돌봐주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오는 길에 새장을 사러 애완동물 가게에 들렀다. 점원 말이 주변에 있는 야생동물센터에 전화해보고 빈자리가 있다고 하면 갔다주란다. 희귀한 새도 아니고 참새를 받아줄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혹시 싶어서 아침 일찍 센터 연락처를 찾아 놓고 새집에 가보니 불쌍한 아기 새가 죽어 있었다.

그 전날 저녁까지도 모이를 잘 받아먹고 멀쩡했는데 아들이 상자 밑에 깔아준 히팅 패드가 너무 더웠던 것인지. 아들이 보면 마음 아플까봐 얼른 뒷뜰에 묻어주었다. 사실은 그러잖아도 바쁜데 새까지 돌보느라 더 마음이 쓰였고, 곧 집 떠나 몇 주간 여행계획도 있는데 아들이 혼자 바쁜 스케줄에 이 새를 어떻게 돌볼까 염려도 되었었다. 불쌍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도 하루 반 동안 아들과 나의 사랑을 다 받고 죽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다. 아기 새를 묻고 들어오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두려워 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 이메일: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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