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수/기

간/증/수/기

우지영 (강동제일교회)

[서른 중반을 넘도록 결혼도 안한 채 어린이 사역에 빠져 지냈던 우지영 씨가 지난해 6월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현실이었으나 믿음으로 견디며 고통의 늪을 지나 기적적으로 수술을 하고 회복 중에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찬양한 글입니다. <편집자 주>]

저는 아이들을 좋아하여 유치원선생님이 된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다보니 온통 관심사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 향하였습니다. 일 욕심이 많아서 밤을 새워서 일하는 것이 일쑤였습니다. 밤을 새워가면서 일을 해도 행복하고 기쁘고 좋았습니다. 때론 일에 빠져 주일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제 합리화를 시키면서 지나갈 때가 많았습니다. 중간 중간 몸이 좀 아프거나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길 때면 약해진 제 신앙과 주일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회개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며칠 동안 밤을 새워 피로가 쌓여서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거라고만 생각을 하고 좀 쉬면 나을 거라고 생각을 하였는데...새벽이 되자 왼쪽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통증과 아픔이 찾아와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는 유방암 4기였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종양이 크지만 전이만 되지 않았으면 선행항암(먼저항암)을 해서 암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전이가 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전이만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제가 근무하고 있던 유치원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저를 놓고 눈물을 흘리며 통성기도를 해주셨고 시간을 정해서 중보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기로 굳건하게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바램과는 달리 결과는 간과 폐에 전이! 전이만 되지 않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처음엔 낙심도 됐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항상 나와함께 해주실 거라”라는 믿음으로 “이제 암을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을 하고 그것에만 신경을 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종양의사 선생님은 “전이가 됐어도 먼저 8차 항암을 한다”고 하였고 저는 종양의사선생님께 “8차 항암을 하고 난후 수술을 할 수 있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께서 “우지영 씨는 8차 항암 후 기적이 일어나야 수술을 할 수 있지, 수술에 대한 장담은 아직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날 이후 3주에 한 번씩 항암이 시작됐고 독한 항암으로 인해 등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는 가만히 있어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후드득 떨어져서 마침내 빡빡 밀어야 했습니다. 긴 머리 대신 짧은 단발머리의 가발을 쓰고 항암치료를 감당했습니다.

암 진단을 받으면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새벽예배를 드리면서 소홀해진 제 신앙생활을 회개하고 돌아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늘 하나님과 약속은 잘하면서도 약속만 잘하지 막상 그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벽예배를 꼭 드리기로 한 것에 대해 하나님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은 항암으로 인해 너무 아파서 걷는 것조차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새벽예배를 드리러 갔고 엎드려만 있어도 힘든 고통은 이내 사라지고 하나님께서는 편안한 안식을 주셨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힘든 항암이었지만 감사하게도 1차 항암 때부터 암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을 했고 간과 폐에 전이 된 것들도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4차 항암 때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물 한 모금조차 마시기 힘들어서 누워 있을 때였습니다. 항암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더 힘들어지고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인해 말할 수 없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 때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야 하나? 너무 힘들다,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귓가에서 들리는 따뜻한 음성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지영아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 너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많단다” 이 음성을 듣고 난 뒤 어디선가 모르게 힘이 나기 시작했고 먹지 못했던 물도 마시고 음식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다고 느껴질 때 따뜻하게 잡아주셨던 하나님의 손길...그분의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6주마다 한 번씩 캄캄한 통속에서 CT검사를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찬양을(야곱의 축복) 불렀습니다. 찬양을 부르니까 무섭거나 두렵지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찬양가사 내용 중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너와 언제나 함께 할거야”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노래할 때면 더욱 힘이 났고, 저에게 큰 힘이 돼주었습니다. 저는 늘 밝은 모습과 씩씩함을 잃지 않았고 항암을 하는 중간 중간 의사선생님께서는 “항암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며 “어떻게 이겨내고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저는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분들이 많이 계셔서 기도의 힘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검사할 때마다 암의 크기는 확확 줄어들었고 9센티 암은 4센티로 줄어들어 간과 폐에 전이된 것은 깨끗하게 없어졌고, 9차 항암 후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저 역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가슴 한쪽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가슴 한쪽만 없어지고 생명을 연장시켜 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항암의 고통을 넘어 지난 1월초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고난 후 의사선생님들도 놀랄 만큼 회복이 빨랐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처음에는 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희망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술도 잘돼서 치료제를 먹으며 3개월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투병생활을 통해 그동안 제가 잊고 지내왔던 감사함과 하나님께서 저를 무척 사랑하시는 것에 대해 깨닫고 아는 시간이 됐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정 속에서 힘들 때면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셨던 말씀으로 많은 위로와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 말씀은 “내가 너희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창28:15). 독한 항암으로 인해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말씀을 읽었고 말씀을 읽을 때마다 평안했습니다. 아프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습니다. 그 전에는 그런 감사함을 깨닫지 못하고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호흡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새 생명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세상의 일과 타협하기보다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늘 한결같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힘을 주신 중보자들과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마 잘 견뎌내지 못했을 거예요. 저 또한 그 받은 사랑을 많은 분들에게 나눠 드리고 싶어서 항암 중에 있는 환우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드리고자 사랑의 힘을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기적과 희망을 행해주시고 늘 붙잡아주시는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