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신앙
현대 사회는 긍정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성공을 원한다면 먼저 긍정적인 사람이 되라고 한다. 밝고 진취적인 생각을 지녀야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사람은 경계하고 거부하라고 한다.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고 원하는 일을 성취할 수 없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불평과 험담을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쉽고 빠르게 전염된다.
불행하게도 교회공동체 안에도 긍정적인 성도와 부정적인 성도가 있다. 어려운 문제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와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이 매우 다르다.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는 것을 덕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문제를 지적하고 확대하는 것을 의로운 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인 사람은 공동체의 인간관계에 거침돌이 되고 어려움을 준다.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성경은 누구라도 십자가 보혈의 능력을 통해 거듭나 새사람이 된다고 선언한다. 성화의 길을 걸으며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된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격도 변화될 수 있을까?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으로 고쳐질 수 있을까? 이런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가?
긍정적 사고
한국교회는 샤머니즘과 운명론에 입각한 부정적 신앙의 영향 가운데 출발하였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사회전체가 매우 어두웠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재림하실 주님에 대한 종말론적 소망을 속히 받아들였다. 자신과 이 세상을 부정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덕스런 신앙의 자세로 이해하였다. 그 결과 성격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는 것과 성경적으로 자기부정을 실천하는 일 사이에 혼동을 경험해왔다.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 전체가 미래지향적으로 서서히 변화되었다. 이런 상황적 변화와 맞물려 미국에서 1950년대부터 시작된 긍정적 사고에 입각한 신앙이 한국교회에 소개되었다. 기복신앙과 번영복음에 이어 긍정적 사고에 기초한 설교는 성도들에게 희망을 안겨다주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요행을 바라거나 주저앉지 말고, 신앙적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에 충만하여 노력하면 반드시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성공할 것이라는 주제의 설교가 인기를 끌었다. 동서고금의 성공사례들이 설교예화에 등장하였다.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신앙적 확신을 선포하는 설교자들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설교를 들으면서 힘을 얻고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 것, 즉 심리적 감동을 은혜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흥미롭게도 성도들은 죄를 지적하고 성경적 자기부정을 요구하는 설교에 대한 부담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에 맞추어 심리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설교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특히 긍정적 사고를 도입하여 대형교회를 이룬 일부 목회자들의 목회를, 소위 성공적이라고 인식하고 자신의 목회에 적용하려는 설교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와 반대로 긍정적 사고의 위험성을 직시한 설교자들은 성도들에게 더욱 분명한 그리스도 중심의 복음 메시지를 선포하였다. 현재까지도 긍정적 사고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성도들이 듣고 싶은 것을 말하는 설교자와 성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을 말하는 설교자가 분명하게 구분된다.
그렇다면 긍정적 사고를 신앙인들에게 심어주는 설교가 유익한 것이 아닐까? 언뜻 보면 맞는 말이다. 긍정적인 성도가 활력이 넘치는 신앙을 영위하고, 공동체 안에서도 화목하고 순조로운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영적으로 건강한 성도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내주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긍정적인 태도로 변하는 것과 긍정적 사고에 입각해서 스스로 자신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노먼 빈센트 필
긍정적 사고가 교회 안으로 소개된 것은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 1898-1993) 목사에 의해서이다. 그는 어려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결국 뉴욕에서 교회를 급성장시킨 대형교회 목회자가 되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도 친분관계를 맺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서 그의 교회에 출석하였고, 클린턴 대통령이 그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한 바 있다.
그가 미국 사회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 계기는 1952년에 저술한 ‘긍정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 무려 168주 동안 뉴욕타임스에 의해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이후부터였다. 이 책은 미국 내뿐 아니라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소개되었다. 그는 많은 책을 저술하였고 54년간 ‘삶의 기술(The Art of Living)’이란 라디오프로그램을 지속하였으며, 텔레비전 방송과 정기발행 잡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신앙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시종일관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분명한 ‘방법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필은 젊어서부터 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기 초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사고에 붙잡혀 있던 미국인들에게 소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이드에게 영향을 받은 정신분석가였던 스마일리 블랜턴(Smiley Blanton, 1882-1966)과 같이 종교심리학적 치료를 행하는 진료소를 운영하였다. 향후 1951년에 ‘미국종교심리학재단’으로 발족하였는데, 필이 대표를 맡았으며 블랜턴은 총무직을 맡게 되었다.
필이 제시한 걱정을 깨뜨리는 방법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걱정은 후천적으로 갖게 된 습관이므로, 자신이 적극적으로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연습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잠재의식과 연관되어 잠들기 전 5분이 가장 중요한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를 누리는 자신의 모습을 창조적으로 상상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빈 마음에 믿음을 채우라고 한다. 그런데 그가 제시하는 믿음이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이다. 그는 소망과 기대가 넘치는 생각을 채우며 자신에게 큰 소리로 외치라고 주문한다. 그 후로도 매일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란 확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의 잔가지를 쳐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필은 긍정적 사고를 갖기 위해 협력자이신 그리스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소개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이다. 내가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도가 이 사실을 분명하게 믿고 스스로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으로 변화하는 행동이다. 필의 긍정적 사고는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거부한다. 그는 가장 큰 죄를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이고, 진정한 구원의 열매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였다.
성령이 돕는 긍정적 변화와 긍정적 사고에 스스로 변하는 확신 혼동 말아야
긍정적 사고는 하나님 능력을 제한...자기 부정하고 하나님 철저히 신뢰해야
긍정의 달콤함
필이 제시한 ‘방법론’은 미국교회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심리학자들이 필의 이론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어설픈 자기 생각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와 동역하던 블랜턴마저 자신은 필의 방법론을 수용하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었다. 물론 교회 내에서도 전통적 신앙을 보수하는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그가 인간 중심으로 탈바꿈한 기독교를 소개하였다는 비판의 소리가 드높았다.
그러나 당대 사람들은 필이 제시한 방법론에 열광했다. 긍정이 지닌 달콤함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무쪼록 필의 긍정적 사고의 영향력은 후대에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미 육군 지원병 광고에 등장하는 ‘네가 원하는 대로 되라(Be all that you can be)’라는 문구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을 무조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이룰 수 있다는 주제를 담은 론다 번(Rhonda Byrne)의 ‘시크릿’이란 소설이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물론 교회 내에서도 심리학에 물든 인간중심의 신앙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내가 듣고 싶은 것을 말해주는 설교자에게 귀를 기울이려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긍정적 사고의 설교자로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 1926-2015)와 조엘 오스틴(Joel Osteen)을 꼽을 수 있다. 슐러는 1961년에 초대형 드라이브 인(Drive in: 파킹한 차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건물을 세우고, 1980년에는 그 유명한 수정교회를 건축한 목회자이다. 전 세계로 ‘능력의 시간(The Hour of Power)“을 방송하여 성도의 삶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다.
슐러의 가르침은 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닥쳤을 때, 부정적 강박관념을 벗어버리고 하나님께서 기적을 행하신다는 긍정적 사고를 지녀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즉 자존감이었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과 단절된 상태를 나타낸 것이기에, 반드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습관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사람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이기에, 반드시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지녀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일주일에 한번은 교회에 나와 긍정적 사고를 통해 깊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할리우드의 스타를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대단한 인물들이 그의 교회를 찾았다. 슐러 역시 긍정의 달콤함을 내세워 하나님이 아닌 인간 중심의 기독교를 추구한 것이다.
오스틴은 상당히 잘 알려진 목회자이다. 그는 신학공부를 정식으로 마친 경험이 없다. 그러나 그의 부친이 개척한 레이크우드교회에서 17년간 교회방송을 맡아 일을 하다가, 부친의 사망으로 공석이 되자 설교를 시작하여 초대형 교회를 이루었다. 그의 설교는 어렵지 않아 대중적이다. 불신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한다. 특히 그는 긍정적 사고를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긍정의 힘’에 나타난 그의 근본적인 사상은 필이나 슐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신앙인이 되기 위해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가장 먼저 마음으로 일어설 것을 권유한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울 수 심리학적인 방법을 소개하면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프로그램을 다시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하셨음을 강조한다. 불행하게도, 오스틴 역시 자신의 생각을 바꿈으로서 행복하고 평화를 누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하나님이 아닌 인간 중심의 기독교를 소개하고 있다.
자기부정
사람을 변화될 수 있다. 그러나 아담 이후 원죄로 인해 부패된 인간은 절대로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없다. 그것은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다. 나의 긍정적인 사고는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한다. 성도는 그리스도 없이 이 세상의 악을 이겨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인은 매 순간 자기를 부정하고 하나님을 철저하게 신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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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