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통화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우리글의 띄어쓰기는 글의 아름다움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가끔 섬세한 터치로 문장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 아예 마음먹고 띄어쓰기를 무시하며 글을 쓰면 어느새 이해가 안 되는 엉뚱한 문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듯 띄어쓰기를 잘 지키려고 보니 이런 섬세한 작업은 누가 고안한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되도록 띄어쓰기를 만든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그동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한글의 ‘띄어쓰기’를 고안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습니다. 최초로 한글교과서와 한글 띄어쓰기를 만든 사람, 바로 파란 눈의 외국인 호머 홀버트(Homer Hulbert, 1863-1949) 박사입니다.
홀버트 박사는 ‘성품이 승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가훈 아래 자랐습니다. 미국 명문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College)를 졸업하고 유니온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를 수학한 수재였지요. 어느 날 그는 조선에 파견할 영어교사를 뽑는다는 소식에 자발적으로 조선에 갈 것을 청했습니다.
드디어 1886년 7월 조선에 첫 발을 내디딘 홀버트는 각종 근대 학문을 가르치는 육영공원에서 5년간 학생들에게 영어와 역사 등을 가르쳤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세계정세에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조선인들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던 당시에 한글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홀버트는 포기하지 않고 일상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듣고 따라하며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노력한 결과 홀버트는 한국에 온지 3년 만에 “선비와 백성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뜻의 순 한글로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교과서 ‘사민필지(士民必知)’를 편찬했습니다. 조선인 중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홀버트 박사는 그만의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하고 조선인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한글에 띄어쓰기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한글에 띄어쓰기를 적용하면 “장비가말을타고”가 “장비가 말을 타고”처럼 의미의 오해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띄어쓰기를 최초로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그는 한글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한글은 대중 언어 매체로서 영어보다 더 우수하다. 한글을 띄어쓰기 하면 오해를 줄이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의성(Creativity)이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입니다. 무조건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창의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창의성은 창조주이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닮는 것입니다. 사랑이신 그 분의 성품을 닮아 나와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고 행복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한 모습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성품이 창의성입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이사야 43:19).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광야에 길을 내시고 메마른 사막에 강을 내시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바로 진정한 창의성입니다. 고향 땅을 떠나 전혀 알지 못했던 미지의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사랑하며 한글 띄어쓰기를 만든 홀버트 박사의 창의성도, 사실은 삶을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부터 출발한 성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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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