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는 팬데믹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심리학과 셰바운 노이퍼트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통제가 생각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신건강 측면에서 볼 때 미래를 언제까지나 미뤄두는 건 쉽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 사이에는 강한 연결이 있으며,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은 우울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이퍼트 교수가 공동 저술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바로 이런 불안과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을 지속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그 계획이 헛된 것일지라도 말이다. 계획을 세우면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것을 막아준다. 결국 계획수립은 우리의 본성이다. 노이퍼트 교수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면서 “인간은 미래의 일을 계획하기 위해 많은 뇌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Why can planning help you manage pandemic stress?).
인간만이 유일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긍정적 기분 유지,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것 막아
대응기제로서의 계획수립
계획을 세우게 되면 ‘사전대처’라는 인지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통해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전에 막을 수 있게 된다. 노이퍼트 교수는 여기에 “행동 구성요소와 사고 구성요소가 있다”면서 “행동적인 예로는 비상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것 등이 있고, 사고 구성요소에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해당된다”고 설명한다.
노이퍼트 교수는 연구를 통해 2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매일 스트레스를 탐색하는 방식을 9일 동안 추적했다. 사전대처에 참여한 사람들, 즉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며 잠재적인 어려움을 처리하는 방법을 예측하고 계획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덜 반응했다.
연구는 9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지속됐지만 노이퍼트 교수는 이런 원칙들이 훨씬 더 긴 스트레스 기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이퍼트 교수는 “계획수립이 강력한 사전대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래의 일들을 계획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달하게 될 미래가 있음을 인식하게 해주고, 결국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그는 “자기 자신을 회복시킨다는 느낌을 주는 활동을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이는 헤어숍이나 네일숍을 예약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이나 두 달 사이 무작위로 날짜를 정해보는 것이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
노이퍼트 교수는 “이런 계획들은 매우 개인화된 계획경험이 될 수 있다”면서 “헤어숍을 가거나 심지어 헤어숍을 가기로 계획한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굳이 달력에 날짜와 시간을 기록하지 않더라도 정신적, 감정적 혜택들을 얻을 수 있다. 평범한 것에서부터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이르기까지 하고자 하는 활동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면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일정들을 세우고 싶어질 것이다.
노이퍼트 교수는 “하고자 하는 활동에 대해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좋은 일에 대해 기대하는 감정은 굉장히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목록을 갖는 것만으로도, 비록 그 일을 언제 하게 될지 알 수 없을지라도, 우리 자신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미완성을 싫어하는 이유
계획은 우리에게 예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제공한다. 계획은 인지적 혼란을 처리함으로써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을 준다. 196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한 ‘인지부하이론’은 인간의 두뇌가 특정시간에 제한된 양의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정신처리모델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들을 성취하기 힘들어지면 결국 우리는 모든 일들을 한꺼번에 짊어지게 된다. 노이퍼트 교수는 완료될 수 없는 일들이 쌓여 우리의 짐이 된다고 설명한다.
바로 여기서 ‘자이가르니크 효과(미완성 효과)’가 일어난다. 1920년대 처음 이 효과에 대해 기술한 러시아 심리학자의 이름을 따온 자이가르니크 효과는 수행이 잘 된 일보다는 미완성이거나 실수가 있었던 일들을 더 잘 기억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효과는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만연할 때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심리학과 E.J. 마시캄포 부교수는 “충족되지 못한 목표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집요하게 남아있다”고 말한다. 마시캄포 부교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자이가르니크 효과를 얼마나 완화시키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목표와 해야 할 일들을 적게 하면 평균적으로 15가지의 다른 일들을 적는다”면서 “무의식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쇼핑계획에서부터 결혼시기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결되지 않은 생각들과 목표들은 인지부하에 쌓인다. 마시캄포 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쌓이는 생각과 목표들은 아주 쉽게 쌓여 불안과 방해가 되는 생각들을 유발한다.
인지부하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원칙적 방법이 있다. 마시캄포 부교수는 “실제로 그 일을 처리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실제로 그것을 완수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해가 되는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단순히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시캄포 교수는 “일정을 미루는 건 놀라운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스스로에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8월 1일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다시 생각해볼 거야’라고 약속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어떤 계획이든 좋으니 일단 계획을 세워라
불확실성은 우리를 화나게 한다.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무력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준다. 하지만 우리가 계획을 갖게 되면 비록 그것이 성과를 가져다줄 수 없는 헛된 계획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명확하게 하고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이퍼트 교수는 “결혼식과 같은 중대한 계획에 있어서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계획은 가장 크고 복잡한 것이지만 결혼식은 차치하고라도, 간단한 미래를 구상하고 계획하는 것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일부 사람들은 너무 큰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에 3개월 앞의 일을 생각하지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내일의 계획부터 세워보세요. 이것이 어렵다면 오늘 오후를 계획해보는 거죠. 몇몇 사람들은 아주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느껴요. 하지만 만약 그들이 오늘의 저녁식사를 계획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에요.”
만약 당신이 계획을 일상적으로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는 훌륭한 조언이다. 지금의 상황과 스트레스는 전례 없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스트레스를 해소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면 그것 역시 일반적인 일이다.
“지금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루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만약 당신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미래를 위한 작은 계획들을 하나씩 세워보세요. 그 계획이 다시 바뀐다 해도 상관없어요.”
09.26.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