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집에서 온라인으로 성금요일 예배를 드리면서 혼자 준비한 성찬에 참여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우리 모두는 집에 머물며 주님만 바라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이 상황이 정리될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낀다. 높아만 가는 확진자, 사망자 수의 연이은 보고, 정지된 경제활동, 사회적 거리두기, 이 모든 것은 사람의 기본욕구인 생존 욕구와 사회적 욕구에 직결되기 때문에 불안함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님의 역할에 대한 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난에 대한 신학적 견해는 다양하다. 고난은 크게 하나님의 심판 혹은 우리를 교육시키기 위한 것, 사탄이 주는 것, 사람이 자초한 것 3가지로 해석된다. 현 상황을 하나님의 심판 혹은 어려움을 통해 인간을 교육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서 하나님은 인간의 죄악을 심판하고 경고한다고 보는 경우다. 카톡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동영상처럼 세례요한과 같은 모습으로 뉴욕의 한복판에서 회개를 외치는 사람이 지닌 것과 같은 견해다. 유산과 동성애 등 인간의 죄악에 대한 심판으로 하나님이 진노하셨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람들이 자초한 행동의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박쥐인지 천갑산인지 모르나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숙주인 야생동물을 먹은 것이 계기라고 보는 것이다. 그 결과로 중국 사람들을 위시한 아시안을 혐오하는 범죄가 종종 보도되었고 그런 인종적 혐오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을 갖게 하기도 한다. 목회자들이나 톰 라이트를 비롯한 학자들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신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들은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은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지켜보고 계신 것일지 우리는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을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상황을 인간의 죄악에 대한 심판으로, 사탄이 인간에게 주는 고통으로, 아니면 인간이 자초한 고난으로 인식하는지에 상관없이 하나님의 말씀은 고난 중에 있는 우리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위로와 힘을 주신다. 현재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 회개를 촉구하시는 하나님의 부름이라면 우리를 돌아보기에 지금처럼 좋은 시간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바쁜 일상이 사라지고 종일을 집에 있는 시간에 말씀 앞에 우리 자신을 비춰보며 우리의 부족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은 신, 구약 곳곳에서 약속하신 것처럼 마음을 찢으며 회개하는 그 분의 백성들을 다시 회복시키실 것이다. 이 어려움이 사탄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사탄의 활동을 규제하시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또 인간의 잘못으로 시작된 재앙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동맹자가 되셔서 우리를 격려하신다.
시편 8편 4절에 나오는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라는 구절에서 사용된 사람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의 사람을 지칭하는 네 단어 중에서 “약한 피조물”을 일컫는 단어이다. 사람의 영광과 존귀함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다. 이런 약하고 부족한 인간을 하나님은 생각하시며 돌보신다. 예수님이 본인을 “인자 (Son of Man)”라고 칭하실 때에도 같은 단어를 사용하셨다. 하나님이신 그 분이 세상에 오실 때 강한 모습이 아닌 피조물의 연약함을 지닌 사람의 모습으로 오셨다. 즉 우리의 연약함과 동일한 육신의 모습을 지니고 오신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은 우리의 연약함을 불쌍히 여기시며 우리의 고통 중에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이 우리와 같은 연약함을 지닌 채 십자가 형벌로 그 삶을 마치셨다면 지금처럼 힘든 시기를 지나는 우리에게는 아무 소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약한 존재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그 분이 부활하심으로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셨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 능력이 없는 갓난아기를 깊이 사랑하는 부모처럼 풍성하신 긍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이 재앙이 속히 지나가기를 기도하며 전능자의 손길을 구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어려움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연약한 우리를 눈동자같이 지키고 계신다. 부활의 아침과 함께 이 질병으로 인한 모든 어두움이 서서히 걷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lpyun@apu.edu
04.25.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