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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시간”(저자 김유비 목사)

-말씀으로 나를 봅니다 (우수상 이다복 사모)

한 때는 문학소녀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긴 장편소설도 밤을 지새어가며 하룻밤 만에 읽어 내려가던 나였다. 

어느 때부터였을까? 스마트폰의 스피드와 다양한 정보와 흥미 속에 익숙해지고 하루에 수백 번 열어보는 것이 습관이 되면서 서서히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는 나의 소중한 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 엄마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면서 부끄러웠다. 두려웠다. 양질의 책을 가까이 하고 기도하며 독서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스마트 폰이 결코 줄 수 없는 넓이와 깊이의 영감 있는 그 무언가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몇 권의 신간서적을 둘러보면서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책 제목이 강력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한 남자의 아내로, 며느리로, 목회자의 사모로, 한 어머니의 딸로, 세 자녀의 엄마로, 수십 명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 누군가의 친구로, 이웃으로 살아오면서 정말 열심히 뛰어왔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늘 계획하고 목표를 정하여 빈틈없이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늘 누군가를 돌보아야 했다. 음식을 해서 먹이고, 베풀고, 나누어야 했다.

내 삶의 터전에 늘 누군가를 초대하였고 만남을 준비했다. 돌보는 시간이란 당연히 그 대상이 타인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책은 그 제목 자체로 신선하게 의미를 부여하였고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 책은 복잡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내 믿음, 내 상처, 내 관계, 내 감정이라는 네 가지 영역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처음 한 페이지를 열었다. “나는 책을 쓸 자격도 재능도 없거든요. 그래서 나를 위해 책이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처 입은 ‘한 사람’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덕분이지요.” 그렇다. 저자 김유비 목사님께서 이 책을 쓰고자 했던 이유... 예수님이 필요한 상처 입은 한사람... 그 사람이 나였다. 

저자의 프롤로그는 신기하게도 내 마음 내 상황 그 자체였다. 마치 내가 이 책의 저자이고, 나의 이야기를 쓴 것처럼 현재의 내 모습이 참 많이 반영되었기에 내 안에 있는 거짓을 진실로 바로 잡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낯선 두려움을 찾아 해결하고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팽팽하게 긴장한 무대를 내려와 꽉 묶였던 허리띠를 풀고, 편안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느낌으로 향기 가득한 한 잔의 커피와 달콤한 케잌 한 조각을 앞에 둔 듯한 여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고 ‘이건 남의 이야기야, 나에게는 이런 약함과 상처는 없어...’ 라고 동감되지 않고 조금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어느 한 페이지에서 내 마음이 녹아내리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나님 앞에서 다른 사람 욕하는 게 이상한가요?  착한 척하는 게 더 이상합니다. 시편 자세히 읽어 보세요. 다른 사람 욕으로 꽉 찼어요. 참 신기하죠. 욕으로 시작한 기도가 찬양하는 기도로 끝나요.”

모태신앙으로 늘 경건하게 모범생으로 크리스천답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거짓된 강박 관념 속에서 늘 마음을 꼭꼭 숨기며 살았다. 누군가의 오해를 받고 인터넷에 악플이 달리는 평가 앞에서 억울하고 힘들 때도 나는 침묵했다. 힘든 내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누군가를 비방하고 험담하게 될까봐 죄책감이 들어 늘 나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밤마다 침대에 누워 안방 천장에서 상영하는 실수 비디오를 무한 시청하는 것이 나였다. 사람마다 좋고 나쁨을 걸러내는 마음속 감정필터에 대한 부분도 참 위로가 되었다. 

“필터를 갈아야 하는데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나쁜 말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귀찮더라도 뭔가 조치를 해야 합니다. 너무 촘촘하면 이것저것 다 걸립니다. 작은 말은 그냥 흘려보낼 정도로 넉넉한 크기면 좋습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 계시는 예수님의 필터를 통해서 내 감정을 필터링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게 되었다. 매일 아침에는 직장에서, 저녁에는 나의 자녀들에게 큐티 모임을 인도하고,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어두운 세상 다니엘과 같이 준비된 사람을 길러 내는 목표를 향해 달리기 이전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약함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왜곡된 자아상을 가졌기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평가하며 용납하지 못했는지 회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전히 집안을 어지럽히는 아이들...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남편의 생활 습관, 내 뜻과 가르침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 이런 상황 속에서도 늘 내게 다그치지 아니하시고 인상을 찌푸리지도 아니하시고, 언성을 높이지 아니하시는 한없이 따뜻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나를 통해 흘러가기를 원한다.

나는 연약하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말씀으로 잠시 멈춰 서서 다른 누군가를 돌보기 전에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말씀으로 그 분을 봅니다. 말씀으로 나를 봅니다. 나를 보면 그 분이 보이고 그 분을 보면 내가 보여요.”

 

02.0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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