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포켓몬 고(Pokémon Go)”광풍!

미국은 지금“포켓몬 고(Pokémon Go)”광풍!

지난 11일 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부두에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가상의 작은 괴물들, 포켓몬을 잡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LA타임스는 화요일 새벽까지 이러한 사람들이 부두에 보였다고 전했다. 포켓몬 고(Pokémon Go)는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기 게임에 등장하는 작은 몬스터를 잡고, 이를 키우는 방식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게임이다. 지난 6일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국 등지에서 출시됐다.

현재 미국 전역에선 ‘내가 실제로 살고 있는 세상에 피카츄가 나타난다면?’ 이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 광풍이 불고 있다.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국가들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으로 가는 운행 수단들이 마비될 정도다. 아이오에스(iOS)와 안드로이드용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선보인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시시각각 언론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포켓몬 고(Pokemon Go)…

뉴스해설 전문 매거진인 ‘복스(Vox)’ 편집장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은 선풍적인 인기를 넘어 미 전역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 고’의 열풍을,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새로운 것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라고 설명해준다(Pokémon Go isn’t a fad. It’s a beginning).

‘포켓몬 고’는 미국에서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라섰다. 11일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이 게임이 최소 750만회 이상 다운로드 됐다. 데이터 조사업체인 시밀러웹이 10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출시 이튿날인 8일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이용자 중 약 3%가 매일 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포켓몬 고의 일일 활성 이용자(DAU) 수치는 출시 닷새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일일 활성 이용자수를 추월했다. 지난 주말 내내 로스앤젤레스 뿐 아니라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곳곳에서는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포켓몬을 찾기 위해 관광지, 공원, 해변 등으로 쏟아져 나와 진풍경을 이뤘다.

처음 시작은 포켓몬 고 게임이었다. 이내 온통 어딜 가나 포켓몬 고 이야기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느덧 그에 대한 반발로 포켓몬 고를 비판하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다.

어쩌면 지금은 이런 글을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짧게나마 포켓몬 고가 왜 중요한지, 적어도 이에 관한 이야기에 우리가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적어보려 한다. 당장 앞으로 5년 뒤를 생각해보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떠들고 다니는 모습은 이미 과거가 돼있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일상 곳곳에 포켓몬 고와 같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글에 앞서 먼저 자진 신고를 하자면 나는 아직 포켓몬 고를 다운로드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포켓몬 고는 갑자기 나타나더니 (데이팅 앱) 틴더나 트위터 같이 앱 이용자 수 상위권에 있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앞으로 눈부신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기술을 처음 적용한 데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포켓몬 고를 눈여겨봐야 한다. 피카추(포켓몬 게임의 주인공)가 보내는 신호는 새로운 기술, 앞으로 펼쳐질 삶의 미리보기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를 경계하는 주장도 일견 이해가 간다. 어쨌든 비디오 게임에 불과한데 여기에 열광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나쳐선 안 된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켓몬 고는 그냥 비디오 게임이 아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크리스 딕슨은 전에 이런 말을 했다. “다음번 혁신은 장난감 같은 것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포켓몬 고는 장난감처럼 보인다. 물론 이 장난감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모두에게 적용한 덕분에 대박을 낸 것이다. 스마트폰은 애초에 증강현실 기기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개선되고 개발자들이 모두가 흠뻑 취할 만한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선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1년쯤 전에 처음으로 가상현실 안경을 써보고 정말 새 세상을 만난 것처럼 흥분했다. 그 전까지 가상현실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방에 들어가 헤드셋 하나를 끼는 것만으로 대도시 고층건물 꼭대기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뒤로 내가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때 나는 우리가 이미 가상현실을 발명해냈다는 것을, 우리의 과제는 가상현실 개발 자체가 아니라 이미 개발한 가상현실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어가고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비용과 가격을 낮춰 더 흥미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실제 삶의 대체재로 정말 가상현실을 더욱 즐길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내 생각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한 10년 정도면 그런 세상이 올 것이다. 포켓몬 고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출퇴근길에 가상현실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으면 지루해서 견디지 못할 날이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올 것이다.

나는 인간이 결국 모든 기계의 손에 멸종되리라는 식의 비관론적인 공상과학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Ready Player One”에 나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가상현실 콘솔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미래는 충분히 현실적인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약물에 비유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약물은 세상에 불만이 많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값싼 도피처를 제공한다. 잠시라도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향정신성 약물, 환각제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은 소비재에 쓰이는 기술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더 나은 소비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면 개발과 개선이 장려될 일이다. 그래서 증강현실은 앞으로 계속 더 나아지고 더욱 재밌어지며 중독성도 강해질 것이다.

한 가지 더. 현대인은 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마취성 약물 없이 못 사는 사람도 너무 많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놀라울 만큼 많다. 실리콘 밸리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모두 빼앗아갈 때를 대비해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있다. 즉 현실이 워낙 팍팍하다보니 가상현실이 엄청나게 환상적이고 꿈같은 이상향을 그리지 않아도 현대인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으로, 증강현실은 포켓몬 고를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시작은 장난감이었지만, 끝은 그보다 훨씬 더 창대할 것이다. 증강현실은 하나의 산업이 되고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며, 결국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될 것이다. 인간이 시간을 보내고 무언가를 위해 경쟁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할 때도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규범이 도전을 받을 것이다. 증강현실이 사회의 모든 규범을 하나씩 되돌아보게 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 한 번 기술이 바꿔놓으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포켓몬 고이기에 게임을 하던 하지 않던,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이슬람권·중동서도 포켓몬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슬람 종교계는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관련기사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