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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주의적 복음주의 이끈 존 스토트 목사 소천

복음주의 진영, 존 스토트 목사의 업적과 평가 밝혀
대중주의적 복음주의 이끈 존 스토트 목사 소천

[20세기 최고의 설교자이자 현대 기독교 지성을 대표하는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John Stott, 1921-2011) 목사가 지난 27일 오후 영국 런던에서 노환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향년 90세.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와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 9시 반이면 어김없이 귀가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학생”, “마틴 로이드존스의 동역 제안에도 불구하고 성공회 소속으로 남아 교회연합을 꿈꾸었던 복음주의자”, “거창한 타이틀을 거절하고 누구에게나 ‘엉클 존’으로 불리고 싶어했던 친근하고 겸손한 목회자”,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청년의 영적 아버지로 일생을 헌신한 그리스도의 제자”... 이것이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지구촌 복음주의 진영이 그를 주목하고 그의 소천을 아쉬워하는 것은 비단 그의 사역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저서 ”현대 교회와 설교”에서 제시한 ‘다리 놓기’ 설교 이론을 통해 신학도와 목회자들에게 많은 영감과 도전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평생을 그의 사역지에서 성경적인 설교에 헌신해온 설교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크리스처니티투데이(CT)는 한마디로 그를 “평생 동안 20세기 복음주의를 만든 건축가”라고 평가할 정도(John Stott Has Died: An architect of 20th-century evangelicalism shaped the faith of a generation)로, 그가 복음주의 진영에 남긴 족적은 성경 중심, 기도 중심 그리고 전도 중심의 공부하는 목회자의 전형적인 본을 보여준 것이다. ]

존 스토트(John Robert Walmsley Stott)는 탁월한 설교가이자 복음 전도자이며, 기독교 학자이고 저술가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기독교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세계 복음주의 신앙의 대표적인 목회자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복음주의 신앙운동을 주도했으며, 세계복음주의협회(World Evangelical Fellowship)를 창설해 그 시대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평생을 영국 런던의 한 복판에 자리한 올소울즈 교회(All Souls Church)의 설교자로 사역했다. 특히, UCCF(한국의 IVF)와 국제복음주의연맹(IFES․International Fellowship of Evangelical Student)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복음주의 학생에 깊이 관여했으며, 세계복음화를 위한 복음주의 선교운동 로잔회의(Lausanne Congress, 1974)의 산파역을 맡아 ‘로잔언약’(The Lausanne Covenant)을 입안했다. 존 스토트는 설교와 강연을 통해 복음에 대해 충실히 증거 했으며, 무엇보다 여러 기독교 교리에 대한 도전에 대해 올바른 응전을 하도록 애썼다.

목회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86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열띤 강연을 통해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그는 2007년 영국에서 열린 케직사경회(Keswick Convention)에서의 설교를 마지막으로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그는 영국내 성공회 목회자 은퇴시설에서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그의 삶과 사역에서 공통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기여들은 다음과 같다:

1. 목회자가 계속해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 좋은 예를 남겼다. 그가 열심히 공부하고 써 놓은 책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학자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오전에는 그의 목사관 서재를 지키는 일에 헌신했다. 좋은 설교와 목회는 책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이다.

2. 명확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성경을 중요시하면서 설교하고 강연하고 책을 쓰고 활동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여러 주석과 강해서는 그가 얼마나 성경을 존중하는 태도로 성경을 설명하고 있는 지를 잘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본문에 충실하되 그 성경적 의미를 잘 드러내주는 작업을 해주었다. 특히 “성령 세례와 성령 충만”에 대한 짧은 책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히 개혁파적인 입장을 잘 드러내준 고전에 가깝다. 오늘날 성경을 비평적으로 대하려 하고 성경을 존중하고 그 형성에 관여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무시하는 해석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성경을 더욱 더 귀하게 여기면서 존중해야 할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3. 그는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성경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그것들과 관여하면서 해결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보인 진정한 복음주의자였다. 올소울즈교회 안에 이 문제를 돕기 위한 전문가위원회가 있었다는 것은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아는 매우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교회의 성도들과 함께 고민하며 효과적으로 설교하기 위해 애쓴 그의 모습을 이제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과 기독교적인 대답”을 통해서 더욱 더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그가 은퇴 후에 현대목회연구소(Langham Partnership International)를 세워서 2007년까지 봉사하면서 많은 목화자들을 도우려 했던 그 진정한 의도를 기억해야 한다.

4. 그는 영국 안에서나 전 세계적으로나 복음주의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애쓴 사람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를 현대 복음주의 운동의 형성자(건축자)라는 말로 표현한다.

WCC 회의에 참여하며 그 문제점을 목도하다가 결국은 복음주의자들을 결집해 세계 복음화를 위한 로잔 선언(1974)을 하도록 했던 장본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람이 스토트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편 스토트 목사의 소천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스토트 목사에게서 받은 영향과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복음주의권의 큰 별이었던 스토트 목사는 또한 많은 이들의 멘토로 섬겨왔으며 이에 ‘엉클 존’(Uncle John)이란 친밀한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성명을 통해 “복음주의 세계는 가장 위대한 대변인 중 한 명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조언자 중 한 명을 잃었으며 천국에 갔을 때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로잔운동(Lausanne Movement) 더글러스 버드셀 의장과 린지 브라운 국제디렉터도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그의 떠남에 슬퍼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의 그의 긍지와 희망, 그리고 그 평생의 업적을 통해 힘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스토트 목사는 복음주의 신앙의 수호에 위대한 기여를 했으며, 그는 복음주의 신앙이 성경적 신앙임을 언제나 믿었다”고 밝혔다.

스토트 목사가 설립했으며, 복음주의 목회자들에 대한 교육, 훈련, 문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랭햄 파트너십 인터내셔널(Langham Partnership International)과 그 미국지부인 존 스토트 미니스트리즈(John Stott Ministries)의 대표 크리스 라이트 박사 역시 성명을 내고, “그는 모세처럼 하나님께서 그 백성에 주신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그는 예수님의 사랑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토트 목사의 사역을 계승했다고 평가받는 라이트 박사는 작년 개최된 제3차 로잔대회에서 나온 케이프타운 조약(The Cape Town Commitment)의 초안 작성자이기도 하다.

결론으로, 목회자에게 있어 목회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대를 불문하고 반드시 확인하고 날마다 되물어야 할 중요한 물음이다.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리차드 백스터(Richard Baxter)는 이 물음에 대해 “목회는 양떼를 돌보는 일”이며 또 그것이 “개인의 목적을 위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부패와 금권, 세대간 계층간 이념간의 갈등, 자기중심의 가치관, 극도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 교회의 본질과 목회의 본질조차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목회자의 삶과 사역의 모습 속에도 때로 시대를 반영하는 혼돈과 갈등의 슬픈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현장인 목회, 결코 평신도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현장에 있는 목회자로서, 이러한 시대를 극복할 뿐 아니라 이 시대를 끌어안고 복음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 대안은 무엇일까, 수없이 고민하면서 발견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은 바로 하나님의 택하신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는 좋은 목회자의 삶과 평신도 사역의 모델을 찾고 본받는 일이다. 존 스토트 목사는 바로 그 모델로서 복음주의 진영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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