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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느끼는 실존적 위협, 창조적인 생산으로 극복한다!

BBC, 실전주의 심리학에서 보는 불안 극복 대안 소개

최근에 나온 뉴스의 헤드라인들을 훑어봤다면, 당신은 꽤나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전 세계에서 원숭이 두창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협적인 발언과 함께 핵전쟁 위기감을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각처에서 발생한 극심한 기상 이변은 이제 기후 위기가 우리 눈앞의 현실임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러한 소식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 영향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으로도 이어질까? "실존주의 심리학"의 연구들의 답은 "그렇다"이다. 자신과 사회 앞에 놓인 위협을 걱정하다가,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쌓일 뿐만 아니라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음모론에도 쉽게 매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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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약하지만 실존적 불안에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창조적인 생산으로 연결해, 자신은 물론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The unsettling power of existential dread).

 

실험적 실존주의 심리학은 1980년대 후반 "공포 관리 이론"의 출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이론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실존 위기,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실존 위기로 인해 인간이 집단적 정체성이나 문화에 속하려 하고 그것을 통해 위안을 찾으려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사람들이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것(국적, 종교, 선호하는 정치적 입장 등)'의 일부로 자신을 생각할 때 삶의 의미를 찾고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된다고 본다.

그런데 집단적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면 때로는 독단적인 태도를 갖게 되거나 외부인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불안을 덜기 위해 집단적 정체성을 추구하다가, 그것과 다르거나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형적인 실험이 있다. 우선 심리학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죽을 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쓰라고 했다. 반면 통제 집단은 치아 통증과 같은 아주 불쾌한 것에 대해 글을 썼다. 단 통제 집단의 주제는 피하고 싶긴 하나 꼭 자신의 실존적 취약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은 아니었다.

잠시 후,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문화를 지지하거나 혹은 비판하는 글이 주어졌다. 예를 들어 그들이 미국 시민이라면, 미국의 자유를 칭송하는 글이나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강조한 글을 읽게 된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은 글에 대한 평가와  해당 글의 저자를 얼마나 만나고 싶은지 등에 대해 답했다.

처음에는 심리학자들이 예상했던 효과가 나타났다. 글을 쓰며 죽음에 대해 떠올린 참가자들은 자신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지지하는 수필가들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의 문화를 비판한 수필가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이 연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연구팀이 동일한 결과를 찾아내려고 해봤지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독일 뤼네부르크의 로이파나 대학에서 응용 사회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이몬 쉰들러는 "우리가 가진 자료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조건은 행동을 바꿀 만큼 충분한 실존적 불안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것. 반면 실생활에선 그런 일이 더 두드러진다는 설명이 있다.

실제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취약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심각한 질병을 겪은 후, 사람들이 더욱 극단적인 의견을 갖게 된다는 연구도 있다.

실존적 불안이 가진 영향력을 파헤친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전 세계적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분석한 것이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에서 알모그 심촌이 사회 심리학자 미카엘 길리아드의 지도 하에 쓴 박사 논문이 대표적이다.

심촌은 테러 행위로 사람들이 실존적 위협을 느끼면 그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2016년과 2018년 사이에 트위터에 올라온 250만여 개 게시물을 분석했다. 2016년 6월 플로리다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 총격 사건, 2017년 1월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 공항 총격 사건, 2017년 5월 맨체스터 아레나 폭발 등이 벌어진 기간이다.

사람들의 의견이 어떠한지 측정하기 위해 그는 "절대적으로(absolutely)", "결코(never)", "분명히(clearly)", "극단적으로(extremely)" 또는 "부정할 수 없는(undeniable)" 등과 같은 단어를 의견에 대한 확실성의 표시로 분류했다. 현재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 있는 심촌은 "이러한 표현들은 의견 사이에 다른 미묘한 차이를 용인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러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이들 단어가 올라온 빈도를 계산한 결과, 그는 각 사건 이후 사람들의 언어에서 확실성을 담은 표현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는 사람들의 트위터에 올린 글의 주제까지 세세하게 따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향을 보면 특정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사람들이 가진 신념은 보다 독단적이 되면서, 미세한 차이를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변했다.

자신의 연구에서 나온 발견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심촌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조사했다. 이번에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미국 뉴욕주에서 2020년 2월 25일부터 4월 15일 사이에 트위터에 게시된 80만 건의 글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감염이라는 일상 위험을 겪으면서 확실성을 담은 단어의 사용이 급격하게 늘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한 독단적인 태도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러한 발견은 공포 관리 이론과도 잘 들어맞는다. 우리가 뉴스에서 고통스러운 사건에 대해 읽을 때,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취약성을 떠올린다. 그 결과 우리는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의견의 차이를 무시하려 애쓰게 된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세계관을 분명히 드러내는 '흑이 아니면 백이 되는' 의견을 좇게 된다.

심촌은 음모론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실존적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덜기 위해 눈 앞에 놓인 위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에 기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죠. 그래서 '레딧' 사이트에서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를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한테 매료되는 거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얀-빌헬름 반 프로이엔도 음모론이 테러와 전쟁, 심각한 자연 재해와 같은 실존적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고통스러운 사건 뒤에 급증한다는 것을 연구로 밝혀냈다. 말하자면, 소외된 외부 집단을 자신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집단으로 낙인찍거나 그들이 그러한 위협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고 몰아세우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존적 위협에 거의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이런 반응은 비생산적이고 실제로 위협을 제대로 없애지 못한다. 심촌은 이러한 예로 코로나19를 둘러싼 양극화된 논쟁과 음모론을 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위기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과 해결책을 추구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당면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수용해야 한다.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절망의 감정을 창조의 행위로 바꾸며 실존적 불안을 건설적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어떤 이론에 따르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 노력은 실존적 불안을 진정시켜준다. 예술적 창작 활동이나 혁신적인 노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회를 이롭게 하겠다는 의지가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실험도 있었다. 물론 사례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창조적 노력의 효과는 크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중국 난카이 대학의 유-신 추이(Yu-Xin Cui)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도 이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자선 단체 모금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는 동안 코로나 사망자 증가에 대한 불안감이 잦아드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선임 연구원 로템 페라치는 자신의 최근 연구에서 이러한 효과의 크기도 그 사람이 가진 기존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미 창의성의 힘을 믿고 창조적인 추구가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였다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더 크죠."

팬데믹을 되돌아보면, 실제로 위기 상황에서 창조적인 시도가 많이 일어났다. 대도시에 팬데믹 속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벽화가 앞다투어 거리를 장식했던 것이나 많은 가수 및 밴드가 팬들을 응원하기 위해 무료로 콘서트를 열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뉴스에 등장하는 전 세계적인 위협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음모론이나 양극화된 사고로 위안을 찾기보다, 우리는 주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음악과 예술, 혁신적 기술은 그러한 노력이 해볼 수 있는 분야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영국 정부는 동기 부여를 위해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 내용을 오늘날 다른 식으로 인용하자면, 침착함을 유지하고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것이 실존적 위협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10.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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