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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연방대법 진보노선으로 변경 급발진!

미 언론,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대법관 은퇴결정배경과 향후 정국예측 제시

진보 성향의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대법관이 지난 달 27일, 올해 6월말 은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기간 동안 3명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의 정치성향이 보수 절대 우위로 굳어지자 브라이어 대법관이 은퇴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보여진다. 

올해 83세인 브라이어 대법관은 빌 클린턴 정부 때 임명돼 28년째 대법관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작년 6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 건강보험법(Affordable Care Act) 무효화 소송을 기각하는 판결문을 작성한 바 있다. 또 낙태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지난 2016년 텍사스 주의 낙태금지법과 2020년 루이지애나 주의 낙태금지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2015년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도 힘을 실었다.

따라서 미 언론은 브라이어 대법관 은퇴결정 이전에 논란이 됐던 민주당 주도의 연방대법관의 종신제 의의 제기와 맞물려, 민주당의 정치적 막후 활동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말에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패색이 짙은 민주당의 정치적 꼼수가 이번 브라이어 대법관의 은퇴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특히 트럼프 임기 막판이었던 2020년 9월 '진보'의 상징격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사망한 뒤 후임 인선과정이 그의 은퇴결심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대법관 후임으로 강경 보수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이 됐다. 이런 보수 절대 우위 구도로 인해 낙태권, 성소수자 권리, 총기규제 등 대법원의 결정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이슈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공화당의 엄청난 정치적 계산 때문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2월 대선을 9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법원 공석이 생겼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메릭 갈랜드 현 법무부 장관을 당시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당시 상원 원내대표는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새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인준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버텼다. 결국 이 공석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닐 고서치 대법관으로 채워졌다.

2020년 긴즈버그 대법관은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사망했지만 공화당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라는 태도로 4년 전 발언을 뒤집고 후임 인준을 초스피드로 진행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인준절차를 마쳤다. 당시 긴즈버그 대법관의 유언은 '내 후임은 새 대통령이 채우기를 바란다'는 것이었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보진영에서는 브라이어 대법관이 진보 대법관을 후임으로 임명할 수 있을 때 은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브라이어 대법관이 이를 수용한 셈이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대법관으로 일해 온 것에 대해 "도전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었으며 특권이자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브라이어 대법관에 대해 "이 나라가 분열된 시기에 재판부를 하나로 모으려는 가장 모범적인 공직자였다"고 치하했다.

바이든은 이어 그의 후임으로 대선 때 약속했던 것처럼 흑인 여성 대법관을 지명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비범한 자질, 자비심, 경험, 성실함을 갖춘 사람을 지명하겠다"며 "이 분은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최초의 흑인여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과 협의를 거쳐 '2월말 이전'에 지명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후보지명 후 13일 만에 첫 청문회를 가졌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 유사하게 인준청문회를 최대한 신속히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최초 흑인여성 대법관 후보로는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항소법원 판사, 레온드라 크루거 캘리포니아 대법원 대법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후보군 중 한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다만 브라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진보성향의 흑인여성 대법관이 무사히 임명된다 하더라도 '보수 6 대 진보 3'이라는 보수 절대 우위 구도는 변함이 없다.

한편 미국의 연방대법관 종신제를 임기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한번 기용되면 수십년간 대법관을 할 수 있는 미국 사법 체계의 독특하면서도 대표적인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대법원 개혁을 논의한 초당적 검토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지난 달 7일 보도했다. 이 위원회는 국가적 영향력이 큰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쏠림이 심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졌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가 공화당 주도 상원에서 거부당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해에는 별세한 진보성향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보수색이 강한 에이미 코니 배럿이 기용된 것에 대한 민주당 쪽 불만이 배경이다.

미국의 대법관 종신제는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하는 제도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고인 물’이 될 수 있고, 특정 정당이 ‘알박기’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1960년대 말 평균 15년이던 대법관 근속기간은 현재 26년으로 늘었다. 1991년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73) 대법관이 가장 오래됐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50살 때인 2005년 사법부 수장이 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4년마다 바꿀 수 있어도 대법원 구성은 특정 진영이 장기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어 ‘민주적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검토위원회 보고서는 임기 제한을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면서,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사망할 때까지 자리가 보장되는 현행제도를 임기 18년으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각 대통령마다 대법관을 2명씩 고르게 지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당 소속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인사가 많이 포진하느냐에 따라 판결 성향이 뚜렷이 갈리면서 연방대법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총기규제, 종교의 자유, 낙태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낙태제한을 강화하는 미시시피 주 법률을 둘러싼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임신 22-24주 전에는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한 1973년 판례를 폐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를 해칠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한편 검토위원회는 현재 9명인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위원들 간 이견이 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법관 자리가 소수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특정 이념 쏠림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쪽은 이를 진보 성향 대법관 수를 늘리려는 민주당의 술수라고 본다.

02.0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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