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교개혁 504주년을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맞이한다. 목양의 현장과 사회적 삶의 현장에서 모두가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영향 가운데 살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위드코로나(with-covid) 시대에 우리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의 정신 속에 생명의 길과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정신이라 할 때 많은 것이 언급될 수 있겠지만 위드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내용이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는’(Ad Fontes) 사상일 것이다.
위드코로나 시대, 종교개혁 그만큼 절실하다!
현재 교회는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마치 15세기 루터의 종교개혁 선언문이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부착된 이후 가톨릭교회당을 찾던 사람들이 개혁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가톨릭교회의 교세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상황과 유사하다. 중세 유럽을 온통 지배하던 가톨릭교회는 세력을 잃었지만 신생 개혁교회가 새로운 유럽의 번창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교회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
루터는 교리와 도그마에 몰입된 가톨릭교회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벗어나는 개혁을 요구했고, 그러한 주장에 동조한 사람들이 만든 개혁교회가 500년간 전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인이 됐다. 그러나 지금 ‘위드코로나’시대에서 개혁교회는 또 다시 개혁의 위기를 요청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빚어낸 강제 상황으로 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는 종교로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전문화된 제도적 규범들로 변장하지 않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종교의 세속화(secularization)로 이어지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의 본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504년 전 1차 종교개혁 당시에는 신앙,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운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구원론 한 가지 주제로 했지만 코로나를 맞은 세계교회는 근본적인 2천년 역사 속에 흘러왔던 신학의 전통의 근본까지도 지금 다시 물어야 할 시기다.
교회란 무엇인가? 교회공동체가 무엇인가? 사이버 공간에 교회가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현장예배를 떠난 현장 없는 예배는 과연 가능한가? 또 성찬은 어떤가? 그게 가능한건가? 이런 아주 기본적인 신학적인 질문들이 빠른 속도로 빠른 시일 내에 대답을 신학적으로 해야 되는 상황이다. 지금 혼란과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목회 일선 목회자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른다.
단기간에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도 그만큼 빨라야 한다. 늦으면 교회당이 텅텅 비게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불구에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온적 소극적 대응은 단순히 효과적이지 못한 것을 넘어서 오히려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비대면의 사회는... 그렇기 때문에 아마 미래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잡아가면서 각각 장점들을 어떻게 보완해갈 수 있을까? 거기에 노력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교회가 그래도 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교회들은 아무래도 많이 힘들게 될 전망이라고 신학교나 일선 목회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이번에 맞이하는 종교개혁주일은 중요하다.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양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예배, 경건, 양육, 전도와 선교, 구제와 봉사, 교제 등 사실상 대부분의 사역이 힘을 잃었고, 비대면 방식으로 겨우 버텨왔다. 아직 대면방식 모임이 전면적으로 재개되지 않았기에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하겠으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앞으로의 목회계획과 방향성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다. 여러 계획과 시도가 필요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이럴 때 자칫 위드 코로나 상황에 함몰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대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떤 실천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오직 ‘우리를 먼저 찾아오시는 하나님’이시다. 종교개혁 정신이 가르쳐주듯이 성경으로 돌아가고,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성경, 그 본질의 주인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러하셨듯이 코로나19 상황을 통해서도 교회를 찾아오셨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원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거나 코로나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 ‘위드-하나님’, 즉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분과 동행하려는 노력이어야 한다.
위기의 시기에 교회 안팎에서 많은 이들이 교회의 의미를 묻는다. 이 시대는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 회복을 요구한다. 교회가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개혁적 교회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환경재앙의 일환으로서 하나님의 심판이기보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의 결과다. 그동안 선교가 인간중심적 구원만을 강조하다보니 생태계를 인간의 삶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인간뿐 아니라 온 피조물을 살리는 생명선교를 지향해야 할 필요성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생명선교 차원에서 '창조세계의 돌봄'은 삼위일체적 하나님 선교의 또 하나의 핵심이다. 선교적 공동체로서 교회가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선교의 중요한 주제가 돼야 한다. 생명선교가 보여주는 것처럼 하나님의 사랑은 세상을 살리는 것이기에 사람들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치유와 위로의 선교를 전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함께하심이 갖는 연결성을 강조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문화 가운데서도 대면모임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사회적 연결성이 여전함을 보여주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계적 선교의 단초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믿음의 공동체로서의 관계의 의미와 그 진정성을 경험하도록 교회의 플랫폼을 적극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온라인 네트워크가 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교회는 성도들이 공동체의 소속감을 계속 갖도록 해야 한다.
10.30.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