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거리두기 시대’ 결핍된 영양소 touch!

Aeon, 인간 신체적 접촉 전문연구자 라우라 크루시아넬리에게 듣는 “촉

촉감(touch)은 우리가 세상애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인 동시에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져가는 감각이다. 마가렛 앳우드는 “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sin)”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은 눈보다 빠르고, 말보다도 빠르다(Touch comes before sight, before speech)”. “촉감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말이며, 항상 진실만을 말한다.”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사실이다. 태아는 16주됐을 때 솜털(lanugo)이라는 가는 털로 뒤덮인다. 연구자들은 이 솜털이 모체의 양수가 주는 안락함을 느끼게 만들며 출산 후 어머니의 품에 안겼을 때 아기가 느낄 따스함과 평온함의 시작일 수 있다.

스웨덴 신경과학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석좌연구원이자 런던대학 임상교육보건심리학 명예연구원인 라우라 크루시아넬리(Laura Crucianelli)박사는 과학전문지 ‘에온(Aeon)’에 현재와 같은 비대면 상황에 오히려 대면 즉 “접촉/촉감의 르네상스”가 있어야 한다고 기고했다(The need to touch: The language of touch binds our minds and bodies to the broader social world. What happens when touch becomes taboo?).

미 전역에서 일일 확진자 수가 급증해 '거리두기'가 더욱 요구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인간은 신체적 접촉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우리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껴안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다. 과학자이자 인류의 일원으로서 그녀는 접촉의 권리를 주장하며 누구도 접촉에 굶주리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촉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각이다. 촉감은 우울힌 나를 위로해주며 기쁠 때 그 기쁨을 남에게 전달하게 해주는 나의 신실한 친구다. 

스웨덴에 산지 10년이 넘은 이탈리아인으로서 나는 신체적 접촉의 부족을 종종 느끼며 이는 내 기분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북유럽은 남유럽에 비해 신체적 접촉을 훨씬 덜 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어쩌면 지난 수년 간 내가 인간의 신체적 접촉을 연구한 이유는 이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의 시대’는 인간이 가진 이 가장 중요한 감각에 심각한 결핍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는 사람들 간의 접촉을 공공장소의 기침이나 재채기 다음 가는 최악의 금기로 만들었다. 코로나19는 확진자의 미각과 후각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인류 전체의 촉감 또한 가져갔다. 촉감은 어쩌면 이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일지 모른다.

지금의 물리적 거리두기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 돌봄과 양육의 관점에서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를 목욕시키고, 옷 입히고, 들어 나르고, 치료행위를 하는 등의 수단적 접촉(instrumental touch)에서부터 교감을 목적으로 하며 위로와 지지를 제공하는, 보다 정서적인 행위를 말하는 표현적 접촉(expressive touch)을 아우르는, 타인을 돌보는 모든 과정에는 반드시 신체적 접촉이 요구된다. 

뇌 과학자들이 도수 치료사들과 같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마사지 치료에는 치료사가 행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곧, 누군가의 손이 환자의 피부에 닿는 것 자체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접촉이 없다면, 돌봄도 없고 치료도 없다.

사실 지금의 거리두기는 인류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물리적 거리두기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다. 기술의 발달은 모든 세대가 물리적 접촉이 아닌 소셜네트웍을 기본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삼게 만들었다. 최근 한 설문조사는 십대의 95%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45%가 ‘거의 항상’ 온라인에 접속해있음을 보였다.

촉감을 다른 감각과 구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 감각이 상호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나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을 쳐다볼 수 있지만 촉감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은 환자와의 신체적 접촉이 그들과의 교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보호장구 때문에 서로 이야기할 수 없고 웃거나 적절한 표정을 보일 수도 없지만 의료진이 환자의 어깨를 두드리고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식으로, 환자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서 신체적 접촉은 분명 전염의 원인이지만 또한 치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촉감은 궁극의 사회적 연결도구이며, 다행히 인간은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1990년대에는 신체적 접촉이 인간의 발달과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 다수의 연구가 발표됐다. 생애 첫 해에 신체적 접촉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 루마니아 고아원의 아이들은 충분한 두뇌발달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후 인지적, 행동적 결함을 보인 경우도 있다. 

성인의 경우에도 사회적 접촉이 부족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일찍 사망한다. 신체적 접촉은 노후에 특히 더 중요하다. 한 연구는 요양원의 노인들에게 가벼운 신체적 접촉을 경험하게 했을 때 그들의 음식섭취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였다. 보거나 듣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촉감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정보를 주며 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과 교감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과학자들은 이제 촉감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연구하고 있다. 신체적 접촉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심박수를 떨어뜨리고, 혈압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수치를 낮아지게 만들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친구들과 껴안고 반려동물을 쓰다듬을 때마다 우리 몸에서는 옥시토신이 나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한다. 옥시토신은 이렇게 우리로 하여금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며 또 뇌의 발달을 돕는다. 옥시토신은 자기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연구실은 최근 옥시토신이 다감각 통합(multisensory integration)이라는 감각의 결합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다감각 통합은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감각이 서로 무관한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대상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해주는 능력이다. 또 자기 신체를 지각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며, 우리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우리는 사람들을 실험실로 불러, 고무손 착각 실험으로 알려진 잘 알려진 심리 실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의 진짜 손을 가리고 가짜 고무손을 보여준 상태에서 진짜 손과 고무손에 같은 자극을 주었을 때 사람들이 가짜 고무손을 마치 자신의 진짜 손으로 착각하게 되는 실험이다. 우리는 애정이 담긴 부드러운 자극을 주었을 때 사람들이 고무손을 자신의 손으로 더 빨리 착각하게 된다는 것을 보였다. 이는 정서적인 신체적 접촉과 옥시토신이 우리가 자신의 신체에 대해 갖는 감각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촉감은 우리가 가장 먼저 발달시키는 감각이자, 우리가 가진 가장 커다란 기관인 피부에 의해 주어지는 감각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미성숙한 개체로 태어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움직일 수도 없고,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도 없으며, 자신의 체온을 조절하지도 못한다. 이는 인간의 생존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이를 돌보고 양육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와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며, 젖을 먹이고, 잠을 재우는 등의 모든 행동에서 촉감이 작용한다. 태어난 후 몇 달이 지난 뒤에도 아기와의 신체적 접촉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산후우울증은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산모와 아기가 충분한 신체적 접촉을 가짐으로써 서로에게 그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신체적 접촉을 통해 양자가 모두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아기와 부모 사이의 신체적 접촉은 두 사람의 옥시토신 수치를 모두 증가시켜 부모와 아기 사이의 상호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호에 계속>

12/05/2020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