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더래피즈, 아이오와-민주당 하원의원 데이브 롭색은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방법을 미국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롭색은 아이오와주 제2선거구의 7선 현역의원이다. 이곳에서 버락 오바마는 두 번 승리했고,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에 다수표를 얻었다. 롭색은 20년 동안 정치학 교수로 재직했고 아이오와 정치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롭색은 노동절인 9월 첫째 주까지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을 전부 만난 다음,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그가 지지 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electability)을 가장 중시하는 롭색의 입장은 민주당 주류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허프포스트/유고브의 3월말 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은 승산이 가장 높은 후보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념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설문 문항의 표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는 있으나, 넓게 보았을 때 다른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경선이 일찍 실시되는 주의 설문조사, 선거캠프 및 관계자, 일반 유권자들 인터뷰에 따르면, 어떤 후보가 트럼프를 상대로 가장 승산이 있을지에 대한 견해가 민주당 경선의 최종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견해와 이론이 난무하는 중이다. 조 바이든은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퇴한 공업지역)를 다시 가져올 수 있어!’ 엘리자베스 워렌은 ‘힐러리 클린턴과 좀 비슷하지 않아?’ 버니 샌더스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이길 거야!’ 이런 얘기들의 근거는 희박하다. 유권자들이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단순하다. 반면 승산이 가장 높은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들어간다. 그건 유권자들, 심지어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조차 잘 모른다.
2020년 재선을 노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롭색은 승산이 어떨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정치 지형은 정말 유동적이다.” 오바마-트럼프 선거구의 의원이자 정치학 박사인 정치 전문가조차 트럼프를 이길 최적의 후보가 누구인지 예측할 수 없다면, 대체 누가 할 수 있을까(Every 2020 Democrat Wants To Be The Electable Candidate: But what does that even mean?)?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주요 후보들은 자신들이 공화당을 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안달이 나 있다. 클로버샤는 민주당 성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우세 정당이 계속 바뀌는 주)로 분류되는 미네소타의 시골 지역에서 승리한 전력을 내세운다. 샌더스는 치열한 선거 레이스에 대해 말하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캠프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샌더스가 승리를 거둘 방법을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의 측근들은 그의 강인함을 강조하는가 하면 ‘입소문을 타는 순간들’로 트럼프 정부에 책임을 물을 능력이 그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인디애나주 사우스 벤드(South Bend)의 피트 부티지지 시장은 갑자기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왔으며, 모금액도 크게 늘었다. 중서부(Midwest) 지역 출신인 그가 이 지역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영향을 끼쳤다. 3월 27일에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자신의 선거캠프 위원장이 쓴 1600자짜리 글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워렌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반박하기 위한 글이었다.
뉴저지의 코리 부커 상원의원과 지지자들은 과거 대선에서 오바마가 두 번 연속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던 지지층 연합을 부커가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지난달에 아이오와에 나타난 비토 오루크 전 텍사스 하원의원은 자신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도전해 아깝게 졌지만, 함께 치러진 주 단위 선거에서 자신이 다른 후보들에게 도움이 됐음을 강조했다.
이런 사례들은 몇 가지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민주당 중도파 그룹 ‘써드 웨이(Third Way)’의 라나 에릭슨은 민주당 선출직 당선자 및 정치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7가지 이론을 분석했다.
▲유권자 동원을 통한 승리: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와 유색 인종들에 집중해야 하며, 인구 구성이 다양한 애리조나, 조지아, 플로리다 등 남부 ‘선 벨트(Sun Belt)’ 주들에 집중해야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538명의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식탁 이론: 후보의 이념보다는 좁은 경제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유권자들을 분열시키는 ‘문화 전쟁’은 피해야 한다.
▲포퓰리스트 이론: 계급 문제를 대놓고 언급하며 경제 불평등에 집중하라. 이 이론의 가장 야심찬 버전에 따르면, 민주당이 시골 지역에서 크게 표를 가져올 수 있으며 몬태나, 캔자스, 웨스트버지니아 같은 공화당 지지가 강한 주(Red state)들도 흔들 것이라 말한다.
▲온건파에 집중하라: ‘당보다는 국가’와 화합을 내세워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적 부분을 좋아하지 않는 러스트 벨트 주의 유권자들을 다시 가져온다.
▲싸워라: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꺾었다. 그 누구도 트럼프만큼 열심히, 혹은 더럽게 싸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이 트럼프와 똑같이 세게 나가면 이길 것이다.
▲순수함: 민주당은 분명하고 떳떳하게 진보주의를 내세워서 정부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유권자들은 반응할 것이다.
▲넓은 길: 트럼프를 보다 큰 표차로 꺾으려면 민주당의 공약과 신념체계 중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무소속 유권자들 중에서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을 끌어와야 한다.
각각의 후보들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며 내세우는 주장들은 단순히 진보 대 기득권 대 이념의 대결이 아니다. 인구 구성, 개인적 스타일, 정치적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워렌은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후보로 보인다. 경선이 일찍 시작되는 주의 유권자들은 흔히 워렌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워렌이 과연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워렌이 약 8세대 전에 미국 원주민 선조가 있었을 수 있다는 DNA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자 워렌의 정치적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 민주당원이 많았다. 초기 경선 주들의 민주당 유권자들은 DNA 검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트럼프를 상대로 한 승산을 이야기할 때 이 문제는 자꾸 거론된다.
워렌은 트럼프와 붙어볼 만했지만 머뭇거렸다.
샌더스는 2016년에 너무 진보적이라는 우려를 샀다. 지금 워렌도 비슷한 처지다. 그러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워렌이 내놓은 야심찬 계획들은 다양한 이념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진보적인 후보들이 겪고 있는 큰 구조적 어려움이 있는데... 언론들은 당선 가능성과 과감한 변혁적 구상이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여론조사를 보면 그 두 가지는 꼭 붙어있는 하나다.”
워렌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클린턴과의 비교다. 출마 선언 전부터 시달려왔다. 똑똑하고 나이 많은 금발 여성이 트럼프를 이기지 못했다면, 다른 여성이 이길 가능성이 있을까?
워렌이 이런 비교를 당하는 것은 여성으로서는 가장 잘 알려진 후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버지니아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제니퍼 로리스는 말한다.
“그녀는 앞장서서 도널드 트럼프와 싸웠고, 다른 여성 후보들은 그러지 않았다.” 로리스가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했던 비판 중 상당수가 워렌에게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워렌을, 그의 스타일과 정책적 입장을 더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워렌이 당선 가능성이라는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허프포스트의 설문 조사로도 뒷받침된다. 민주당 유권자 대다수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인물로 꼽은 유일한 정치인은 유력 주자들 중에서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69%가 바이든은 트럼프를 꺾을 수 있다고 봤다. 샌더스가 49%로 한참 뒤쳐진 2위를 기록했다. 오루크는 43%, 해리스는 37%였다.
또 연령에 대한 우려도 있다. 35%가 70세 이상의 후보는 불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 선거일(2020년 11월3일)을 기준으로 샌더스, 바이든, 워렌이 70세가 넘는다(트럼프는 74세가 된다).
현재 민주당원들은 바이든이 가장 승산이 높다고 본다. 바이든 측도 그렇게 생각한다. 1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바이든은 “백악관을 노리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이 핵심 지역인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을 되찾아올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을 떠난 백인 유권자들을 되찾아 오려면 기득권 정치인 중 하나가 후보로 나서는 게 가장 유리하다는 합의가 민주당에 퍼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고 이 가정은 틀린 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2015년 8월에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이 웨스트버지니아를 되찾아오기에 가장 적절한 후보가 클린턴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결과는 전혀 달랐다. 클린턴은 웨스트버지니아의 모든 카운티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했고, 주 전체에서 총 26%의 표만 가져왔다. 민주당 후보의 웨스트버지니아 득표율 중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다.
2016년 경선 당시 ‘클린턴은 이길 수 있지만 샌더스는 이기지 못할 것’이란 가정은 민주당 선출직들(2020년 경선에서 이들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이 압도적으로 클린턴을 지지하도록 이끈 이유 중 하나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가 클린턴보다 트럼프를 상대로 승산이 조금 높은 것으로 나오기 시작했음에도 말이다.
바이든 지지자들은 바이든이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많고(검증된 바는 없다) 오바마와 친밀하기 때문에 흑인 유권자들도 끌어올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그래서 바이든은 이번 달에 기자들과 이야기하며 자신을 ‘오바마-바이든 민주당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진보파는 이런 이론은 바이든이 민주당원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좌파단체 ‘진보를 위한 데이터(Data for Progress)’를 운영하는 트위터 평론가 션 맥엘위는 바이든이 가계 파산을 어렵게 하는 법을 지지했던 일부터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던 것까지 그의 의정활동 기록을 제시한 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여성, 밀레니얼 세대, 유색인종은 바이든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글을 썼다.
샌더스는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샌더스는 보다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겨냥하고 있으며 핵심 스윙 스테이트에 집중하고 있다. 샌더스 선거캠프 측은 쇠락한 공업지대가 있는 중서부 지역을 방문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샌더스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무역에 대해 트럼프를 공격하고 심지어 폭스 뉴스에 출연하기까지 하는 등 샌더스의 행보를 보면, 그가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지는 민주당 경선이 아니라 2020년 대선이 치러질 11월에 일단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샌더스가 2016년에 마지못해 고용했던 여론조사 전문가 벤 털친은 이번에도 샌더스와 함께 일하고 있다. 털친은 샌더스가 밀레니얼 세대, 무소속 유권자, 나이가 많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바로 당선 가능성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선거 참여율은 어디에서나 민주당의 승리에 있어 중요하다. 반면 과거에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를 선택한 주들을 되찾으려면 무소속 유권자들과 고령층 남성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버니의 매력은 그의 호소가 경제적 메시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고, 그는 틀을 깰 수 있다. 그에게는 기존의 민주당 후보들이 하지 못한 방식으로 노동 계급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털친이 말했다. ”우리가 48개 주에서 승리할 거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버니는 후보로서 고유한 강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가장 낙관적인 경우 백인 유권자들이 많은 공화당 우세주를 되찾아오는 것에 대해 말할 것이다. 털친은 자신이 돌려본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가 캔자스와 웨스트버지니아 같은 공화당 지지주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샌더스가 트럼프에게 맞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유를 언급할 때면 여러 차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로 되돌아갔다.
물론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버니라면 이겼을 거야”라는 모든 이론이 다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과 샌더스가 지지하는 좌파단체 ‘정의 민주당원(Justice Democrats)‘이나 ‘우리의 혁명(Our Revolution)’이 지지한 후보들 중 단 한 명도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의석을 빼앗아오지 못했다. 공화당 지지 주에서 후원금을 많이 확보하고 진보파의 열광을 이끌어냈던 좌파 후보들은 결국 두 자릿수 이상의 차이로 패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와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같은 좌파 초선의원들이 흥분을 자아내긴 했지만, 경쟁이 치열했던 하원의원 경선 대부분은 기존 민주당원들이 가져갔다.
결론으로, 역사를 살펴보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됐지만 실패한 후보들은 많고도 많았다. 힐러리 클린턴, 젭 부시, 미트 롬니 등등이다. 지금 백악관에 있는 사람도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09.14.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