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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불가능...시간 잡아먹는 괴물!

뉴스위크, 디지털중독에 대한 데이빗 T. 코트라이트 교수의 진단과 문제점 제기

스마트폰은 현실세계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그 결과 있는 그대로의 삶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중독이 심해져서 결국에는 술·마약·도박을 끊을 수 없는 증상과 공통점이 많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스플로리다대학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데이빗 T. 코트라이트(David T. Courtwright)는 인터넷과 전자 미디어에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디지털 중독자는 절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단언한다. 코트라이트 교수는 자신의 저서 ‘중독의 시대(The Age of Addiction: How bad habits became big business)’를 통해 헤어나기 힘든 웹의 덫을 한마디로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라고까지 부른다(Social Media Obsessives and Compulsive Gamers Share Addictive Traits, Experts Say).

인터넷 중독과 음식 중독은 아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음식 중독자는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 반면 마약과 도박 중독자는 적어도 끊으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온라인 유혹은 음식처럼 뿌리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사용을 생활의 일부로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중독 치료사는 그런 사정을 잘 안다. 음식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이 균형 잡힌 섭식을 지향하듯이 인터넷 중독을 치료받는 사람은 ‘문제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고, 통제되고 균형 잡힌 인터넷 사용’을 목표로 한다.

유사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 중독자와 인터넷 중독자는 똑같이 음식이나 인터넷에 집착하고, 절제력을 잃으며, 내성을 보이고, 불안과 강박 같은 장애를 나타내며, 금단 시기에 우울증을 겪는다. 재발하기 쉬우며, 가족의 애원과 사회적 비난에도 끈질기게 계속된다. 

인터넷 중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상황이 악화하기 전인 2000년과 2009년 미국·유럽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각각 1.5%와 8.2%였다. 중국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4-6.4%였고, 대만의 대학 1학년생 같은 일부 하부 집단의 경우 중독률이 18%에 접근했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중독이 적어도 음식 중독만큼 흔해졌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2010년 국제 연구팀은 10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전자 미디어 없이 지내도록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전형적인 반응은 놀라움과 초조함, 지루함, 고립감, 불안·우울의 혼합된 감정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자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중독을 솔직히 인정한 사례가 많았다.

술이나 마약, 가공식품, 또는 도박처럼 전자 미디어 소비도 호르메시스(hormesis) 원칙을 따른다. 쉽게 말하자면 ‘자극’의 원칙이다. 자극제는 적은 양을 사용하면 이롭고, 많은 양을 사용하면 해로운 경우가 많다. 가끔 사용하면 좋은 휴식 시간처럼 지루함을 달래고 의욕이 생길 수 있지만, 현실 도피용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의사들은 그런 상태를 인터넷 중독, 인터넷 중독 장애, 인터넷 사용 장애, 병리적 인터넷 사용 장애, 또는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부를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과도한 사용자는 현실 세계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잊어버리는 방편으로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 그들은 계속 빠져드는 슬롯머신 도박꾼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처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초당 최대의 피해를 가하는 캐릭터가 되면 다음 차례의 대형 습격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추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사는 낙제점을 주고, 부모는 질타하고, 회사는 해고하고,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하고, 판사는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에 등록할 것을 명령한다.

인터넷 중독을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일반적인 중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다는 사실이다.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습관적인 소셜미디어 소비의 경우가 특히 새로운 현상이다. 전례가 거의 없지만 다음의 세 가지가 두드러진다.

 

첫째, 디지털 연결성과 이동성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중독 행동을 만들어냈다. 분류와 원인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인 사실이 됐다. 내가 사람들에게 ‘중독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말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대수롭지 않은 골칫거리였던 습관이 진정한 우려가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이버 괴롭힘, 불안증, 학습 포기 등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강박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다른 것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

 

둘째,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도박·마약·매춘·포르노 등 과거의 나쁜 행동과 중독이 다시금 전 세계로 확산될 기회가 생겨났다. 실제로 인터넷이 처음 상업용으로 사용될 때부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포르노였다.

셋째, 새로 생긴 나쁜 습관과 과거 나쁜 습관의 새로운 발산 수단이라는 이 두 가지 사태 발전은 수익 창출, 소비자 정보 확보, 기기·앱의 사용 시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또 그 수단은 행동과학이 제공한다.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컴퓨터 사용에 자제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 자제력을 무너뜨리려는 전문가 1000명이 달라붙는다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는 청소년 플레이어의 성향을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면서, 플레이를 연장하고 게임 안에서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결과, 웹 중독의 주된 위험은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수면·운전·공부·사색·연습·작업의 끊임없는 방해다. 그로 인해 개인 사이의 친밀감과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 기술,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몰입 상태 등을 성취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박장의 슬롯머신처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활동은 가상적인 지름길을 통한 대안의 몰입 상태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시간과 돈이 낭비되고, 현실 세계의 성취와 만족이 줄어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무음 상태로 설정한 스마트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알림으로 화면이 켜지거나 진동하면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온라인 접근처럼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를 전문적인 용어로 ‘타임 서크(time suck)’라고 부른다.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뜻으로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속어 영영사전 어번 딕셔너리는 ‘타임 서크’를 ‘마음을 빼앗고 중독적이어서 실제 생활에서 중요한 일(생업이나 식사, 자녀 양육 등)을 못 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타임 서크’는 다른 형태의 중독 행위처럼 저절로 계속된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또 가상세계에 몰입해 외로움과 불안, 우울함이 생긴다면 또 다른 현실도피가 필요해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의 조지 쿱 소장은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음주는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어 결국 술을 더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중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

결론으로, 의학 역사학자인 찰스 로젠버그 하버드대학 교수는 “어떤 면에서 질병은 우리가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대응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합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중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그 중독을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그에 대응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런 과잉적 행동을 어떤 용어로 지칭하느냐가 아니라 그 대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 뇌를 절제되고 고차원적인 즐거움에서 저급하고 즉각적인 만족으로 수준을 낮추도록 이끄는 상업화된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다.

 

07.2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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