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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쉼의 즐거움’ 주는 하나님의 은혜!

크리스천이 휴가나 여가 선용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들 제안

음악에도 쉼표가 있다. 쉼표 없는 음악, 쉼표 없는 노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누구도 쉼표 없는 악보를 보고 노래할 수 없다. 아마도 그 곡이 끝나기 전에 이 세상과 이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부지런히 달려가는 우리 인생길에서의 적당한 쉼표, 그것은 피곤한 우리 인생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이요, 은혜요, 축복이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따라 인간의 존재는 일을 통해서 생활 자원을 생산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쉼’을 통해 다시금 건강한 생산적 삶의 자세를 갖게 된다.

쉬지 않고 일에 치이다 보면 에너지가 바닥난다. 심하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져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 피해는 그대로 사업체, 기업에 미치기 마련.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하는 이유다. 휴가는 단지 ‘쉬는 것’이 아니라 활기차게 일하기 위한 자기 정비요, 투자다. 한마디로, “잘 쉬는 것”이 경쟁력인 셈이다. 

는 ‘여가/휴가’란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한다면, 우리는 ‘안식일’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여가, 곧 쉼의 의미를 가장 잘 가르쳐주는 것이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400년간 종살이한 이스라엘민족에게 안식일은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쉼을 누릴 수 있었던 최초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안식은 해방이었고, 해방된 민족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안식일을 통해 그들은 온 세상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을 예배했고, 여호와의 백성으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식은 그들과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그 날은 종들도 일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가축도 쉴 수 있는 날로, 소외됨 없이 공동체 모두를 샬롬으로 이끄시기 위해 하나님이 친히 구별하신 거룩한 시간(창2:3), 그 안식에 참여함으로 그 분의 거룩하심이 온 세상에 드러나는 시간이다. 

성경을 관통하고 있는 이 안식의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사역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다. 안식이란 결국 죄에서 구원받은 모든 백성이 피조물들이 새롭게 경험하는 순간이요, 이 세상이 생명을 얻게 하되 더 풍성이 누리게 하는(요10:10) 주님의 은혜다.

이러한 안식, 쉼의 정신은 우리의 모든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하나님의 자녀가 맞이하는 여가의 시간은 일과 일 사이에 막간으로 주어지는 자투리시간, 단순히 무엇으로부터의 도피하여 자유를 얻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가는 일에 찌든 이들이 소비문화가 만들어내는 어떤 환상적인 장소로 도피하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보다 창조적인 시간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는 시간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점에서 로버트 리(Robert Lee)는 크리스천인의 ‘여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1)모든 시간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2)우리는 시간의 질적인 면을 의식하면서 그것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하나님이 그러하시듯이 우리도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을 위해 노력한다. (4)삶의 진정한 본질은 기쁨임을 기억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세계 안에서 우리가 그러한 기쁨을 충만히 누리기 원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이 세계 안에서 삶의 기쁨을 누리며 창조적 삶을 살기 위해 힘쓰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가는 더 이상 육신의 자랑이나,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요일2:16)을 위한 시간일 수 없다. “온 우주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고백한 칼뱅의 표현대로, 여가는 우리로 주어진 모든 시공간 속에서도 온 세상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영광의 세계를 경험하고, 창조세계의 다양성과 섭리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우리는 여가를 통해 영과 육의 깨어진 균형을 다시 찾고, 나를 발견하며 또 나를 넘어 이웃으로, 온 세상으로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창조적 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분주한 일상에서 갖게 되는 휴가를 통해 기쁨과 쉼의 즐거움을 체험하게 되고, 이로써 깊은 인생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빗나간 휴가 방법은 그렇지 못하다. 순간적인 즐거움은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건강하고 창조적인 인간으로 소생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비생산적이고 소비지향적인 타락된 삶을 빚어내게 한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에서의 혹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치문화, 놀이문화, 휴가문화 등등이 이에 속한다.

물론 휴가를 자신의 쇠해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한 휴가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꼭 그러한 형태의 휴가만이 건실한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성경적, 교회적, 신앙적인 휴가라고 생각하거나 고집하는데 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그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바라보고, 느끼면서, 하나님의 아름다우심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영성이 아닐까? 서로의 피곤했던 삶을 위로하며 멀어졌던 부부애를 더 깊고 가까이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더욱 창조적이고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해 갈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신앙적이고, 더 지혜로운 일이다. 

결론으로, 우리는 휴가를 통해 '쉼의 즐거움'을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웹스터 사전에는 휴가란 “일이나 의무에서 벗어난 시간” 또는 “즐기거나 쉴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으로 정의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쉰다'는 개념은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그저 푹신한 베개를 베고 편히 누워있거나 잠이나 ‘푹’ 자는 것으로서 이해한다. 그래서 휴가를 잠으로만 보내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인간에게 있어 자연은 하나님이 주신 지상 최고의 선물이다.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을 자랑하기보다 최선을 다한 후에 찾아오는 쉼의 기회를 은총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그분은 더 소중히 생각하실 것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서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을 밟으며 혼자 걸어보라. 하나님도 보일 것 같이 마음이 맑아지리라! 혹은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소근 소근’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며 걸어 보라. 하나님의 은혜가 새삼 고마울 것이다. 올 여름에는 온 가족이 쉼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그런 신선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07.2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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