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신학이 살아남으려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깊은 신학적 탐구와 더불어 삶에 대한 나눔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임성빈)가 ‘대전환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다.
이학준(사진) 미국 풀러신학교 석좌교수는 4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신학회 학술대회 주제강연에서 “미국 신학교들은 학생 유치를 위해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동시에 제공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학비와 수업일수, 이수학점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교수는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해체성과 변화, 생태계와 인간 위기의 시대에 ‘기독교는 무엇인가’ ‘교회는 무엇인가’ ‘신학교와 신학교육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현재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영적·도덕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신학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본회퍼의 지하신학교’가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하신학교는 나치 치하에서 종전 이후 새로운 유럽을 꿈꾸는 대안적 공동체였다. 본회퍼는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고 명상하고 토론하고 음악과 운동을 즐겼다. 이 교수는 “지하신학교에는 깊은 신학적 탐구와 삶의 나눔이 있었다. 앞으로의 신학교육은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가는 교육, 몸을 통해 가슴이 변화되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사회 곳곳에 이런 지하신학교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11.1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