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만

김경진 목사 (빌라델비아교회 은퇴목사)

우리 집 식탁에 하루 두 번만 맞는 벽시계가 있다. 12시 04분에 고정되어있다. 다시 말해 고장 난 시계다. 비록 고장 난 시계지만 추는 계속 왔다 갔다 한다. 물론 배터리가 있는 한. 그러므로 우리 집 식구는 고장 난 시계로 알기에 일반적으로 시계가 말해주는 시간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배터리가 없어 추가 흔들리지 않으면 배터리를 갈아준다.

고장 난 시계를 몇 차례 고쳐보았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기에 우리는 더 이상 고칠 생각을 않고 그냥 추가 움직이는 것만 보면서 즐기고 있다. 고장 난 시계. 그것을 버리지 않고 하루 두 번만 맞는 것을 쳐다보고 있는 것은 그 시계를 선물하신 권사님 때문이다. 권사님은 생전에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서 아들처럼 생각해주시고 좋은 일 좋은 물건이 있을 때 항상 나를 기억하셨던 권사님이셨다.

권사님은 이제 이 땅에 계시지 않지만 시계추처럼 항상 움직이면서 사랑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사람은 일생을 살고 이 땅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고 나타냈던 사랑은 시계추처럼 가슴 속에 왔다 갔다 한다. 오늘을 살며 누군가에게 베푼 사랑이 있다면 그의 가슴에 항상 살아있을 것이다. 사랑을 하자. 그 시계는 시간의 기능은 죽었지만 흔들리는 추처럼 그 사랑은 내 가슴에 늘 출렁인다.

revpeterk@hotmail.com

10.1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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