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바쁘게 기쁘게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얼마 전 아프리카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선교사는 사역의 현장에서 편하려면 한없이 편하게 또는 바쁘려면 한없이 바쁘게 사역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저희들에게 주어진 지극히 제한적이고 유한적인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음을 깨달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이 후자의 바쁜 선교사가 되어 하루하루를 은혜 가운데 감사하며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나태할 수 있는 선교 현장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생각하며 바쁜 선교사로 살겠다는 아름다운 다짐이 담겨있는 이메일이었다. 선교사님은 벌써 그 다짐대로 살아오셨기에 이미 선교 현장의 변화와 열매를 보여주고 계시다. 앞으로 그 선교사님이 그 바쁜 선교사역을 통해 이루어가실 일들이 또 기대된다. 

멀리 파송된 선교사만이 선교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삶의 현장에서 선교사의 사명이 있다. 일상(日常)의 선교사들이다. 그 길이는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육체의 남은 때가 있다. 그 특징은 제한적인 시간이고 유한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삶이 아쉽든 아니든 이제부터는 각자에게 주어진 남아 있는 육체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것 없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바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육체의 남은 때를 살고 나면 인생의 결산 보고를 해야 할 자리가 각자에게 기다리고 있다. 자칫하면 바쁜 삶이 지치는 삶이 될 수 있다. 바쁨 속에는 피곤함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언제나 같이 있다. 세상의 바쁨은 필연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바쁨은 다르다. 놀랍게도 샘솟는 기쁨이 그 바쁨과 함께 있다. 

우리의 바쁨에 기쁨이 함께 있음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천국 때문이다. 그리고 주님과 친밀한 관계 때문이다. 그 천국을 생각하면 날마다 바빠도 좋고, 그 주님을 바라보면 날마다 기쁠 수 있다. 당대(當代)의 대(大) 부흥사 이성봉 목사님께서 공산주의자들에게 잡히셨을 때 질문을 받으셨다. “네가 천국을 보았느냐?” 목사님이 대답하셨다. “나는 천국을 보지 못했지만, 천국을 누리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천국을 확신하시면서 바쁘게 전국의 부흥회 현장을 누비셨고, 천국을 누리시면서 기쁘게 천국 복음을 전하셨다.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목사님은 평소 한 손을 꼭 쥐고 다니시곤 하셨단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다니시냐고 물을 때에 “주님과 손을 잡고 있기 때문이요.”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놀랍고도 실제적인 주님과 목사님과의 친밀감이여! 천국을 이 땅에서 맛보며,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는 친밀한 관계가 있으셨기에 목사님은 육체의 남은 시간을 바쁘게 그리고 기쁘게 사역하시다가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육체의 남은 때를 생각하면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연말이 되니 그런 긴장감이 더 커진다. 육체의 남은 시간, 무엇에 집중할 것이며 누구와 친하게 지내야 하겠는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여도 결국 지나갈 이 땅의 것들에 남은 시간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영원히 거할 천국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옳다. 천국 집중과 함께 온 세상 다 버려도 나를 결코 버리지 않으실 주님과 더욱 친하게 지내는 것이 맞다. 올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육체의 남은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바쁘게 기쁘게 지내면 그날에 뼈아픈 후회는 없을 것이다.

12.16.2023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