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비행기

송찬우목사의 조각 글

요즘 부쩍 잠자리들이 집 뒷편 정원에서 무리를 지어 날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리를 지어 나는 잠자리들을 보며 옛 어린 시절, 껍질을 벗긴 삼대나무 끝에 거미줄을 모아 감아서 침을 발라 끈적거리게 만들어가지고 날다가 지쳐 여기저기에 앉아 쉬고 있던 잠자리 날개에 붙여 잡던 것이 마음에 떠올라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미소 짓는 제게 부끄러운 추억이 다가와서 제 얼굴을 붉게 물들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아직 들어가지 않고 있던 어느 여름 이맘 때였습니다. 그 때도 오늘처럼 잠자리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그런 잠자리를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하다는 듯이 아빠인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것이 뭐야?"

저는 아주 쉽게 "아, 그거 잠자리야"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큰 딸 아이가 이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아빠, 영어로는 저 잠자리를 뭐라고 해?"

순간  한국에서 제 어린 시절에 헬리콥터를 잠자리비행기라고 불렀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아주 신이 나서 쉽게 "아, Helicopterfly라고 하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해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맞은 첫 번째 여름방학을 하고 집에서 함께 있던 어느 날 오늘처럼 날고 있는 잠자리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습니다. "아빠 아빠, 저 잠자리 있잖아 Helicopterfly이가 아니고 Dragonfly이라고 한다".

순간 나의 무지,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를 해주고 사전을 찾아서 옳게 가르쳐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 저렇게 날고 있는 잠자리들을 보면서 옛 일을 떠올리며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 제게 하나님은 야고보서 3:1, 2절 말씀으로 다가오십니다.

 "1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된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줄 알고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 2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 몸도 굴레 씌우리라."

그래서 늦었지만 다짐해 봅니다. "나이 들어 지내온 세월 속에서 얻은 설익은 지식을 앞세워 아는 척 좀 하지 말고 좀 더 겸손하자."

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chansong_hase@hotmail.com

07.2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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