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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모의 사명가꾸기 (4)

황순원 사모 (CMF사모사역원 원장)

지난 9월에 LA에 거주하고 있는 살롬장애인수련회를 섬길 기회가 있었습니다. 7년 전에도 장애인들을 섬기면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받아 사역에 큰 변화를 가져왔기에 이번에도 그들을 말씀으로 섬기면서 또 무슨 은혜를 주실까 하는 기대로 마음 설레었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장애인들을 섬기는 박모세 목사님 내외분을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됩니다. 20여년전 교통사고로 두 딸을 그 자리에서 하늘나라로 보내고 사랑하는 아내는 15일 만에 의식을 찾았으나 경추 4, 5, 6번이 마비되어 손가락도 까딱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어깨 아래로는 무신경이므로 그는 식사도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의 손이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낙심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인들을 섬기는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으로 휠체어도 특수한 것으로 평소에는 누워서 사역을 하십니다. 하루종일 그의 몸에는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광채가 납니다.

첫 시간부터 하나님은 하늘 문을 여시고 소낙비 같은 은혜의 단비를 주셨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 정신박약아에게도 은혜의 빗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10살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지 40년의 세월이 흘러간 어느 날 깨어나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꼬부라진 손과 발로 걸으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의 얼굴은 기쁨이 넘쳐흘렀습니다. 겉모양은 멀쩡하지만 군대에서 훈련받다가 머리를 다쳐서 더 이상 군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이곳에 온 청년, 그는 통증이 올 때마다 다른 어떤 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어 하나님의 말씀 신구약으로 암송하며 통증을 견딘다고 합니다.

시간마다 주시는 은혜를 받는 이들은 서로 특송하기 위해 다툽니다. 정신연령은 대체로 7세, 8세이기 때문에 그 어떤 실수와 부족도 허용이 되는 곳입니다. 부르는 찬송의 가사가 틀려도 곡조가 틀려도 심지어는 특송을 하겠다고 나와서는 ‘나의 살던 고향’을 부르는 이에게도 어느 누구가 돌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천국은 다른 곳이 아닙니다. 어떤 실수도 어떤 잘못도 용서가 되는 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남의 약점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잘 못하는지 확실히 알고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러기에 이들은 항상 정한 시간보다 일찍 모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알기에, 빨리 걸을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미리미리 서둘러 나옵니다. 한명도 이탈하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혹시 늦어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약하고 온전치 못함을 절실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다운신드롬환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정신연령은 어리지만 그들에게도 복음은 역사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알고 예수님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찬송소리에는 하나님이 감동하실 만큼이나 진실함이 가득차여 있었습니다. 그 순수함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박 사모님의 장애인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은 그 어떤 장애도 뛰어넘는 사랑이었습니다. 정상인들도 감히 할 수 없는 그 사랑은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사랑 아니고는 그 어떤 것도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애인들을 모두 한식구처럼 사위요 딸이라 생각하며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참 하나님의 방법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습니다. 인간의 고통은 하나님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상인들은 감히 그 세계를 알 수 없습니다.

박 사모님 앞에서는 그 어느 사모들의 고민도 나열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에게는 남이 갖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송명희 시인의 고백처럼 공평하신 하나님이 그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를 맛보게 하셨기에 그는 현실 속에서도 천국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남편 되시는 박모세 목사님도 그렇습니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두 딸을 잃고 아내는 평생 자기가 돌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힘차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시어 아내의 코칭을 받고 음반도 제작하였고 운동이나 언어구사에 뛰어나 오히려 세계 9개국으로 휠체어를 기증하는 일을 하십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의 내조는 위대합니다. 그는 남편의 도움 없이는 살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남편 또한 이 아내의 내조 없이는 모든 일을 해 낼 수 없는 남편입니다.

장애인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필자는 부부끼리의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기대하는 부부들에게는 항상 불만과 불평이 따르게 됩니다. 이들은 서로의 부족을 알고 서로 도움의 관계가 철저히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항상 행복합니다. 힘들고 어려워 이마에 땀이 흐르고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그들의 마음 안에는 이미 천국이 임했습니다. 그들의 마음 안에는 오직 사랑과 희생뿐입니다. 말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말씀이 아니면 통증을 이겨낼 방법이 없기에 그들은 말씀 안에 거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전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말씀의 능력을 익히 알고 말씀사역을 하는 사역자로서 새삼 도전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말씀의 능력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사이에 나의 어떤 조건을 끌어당기고 있었음을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내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행한 업적으로 말씀이 위대한 힘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살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우리의 공로나 업적이 아무런 힘이 될 수 없습니다. 장애인들과 다른 점은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건이 현저하게 눈으로 보이는 것이기에 전적으로 하나님을 붙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장애인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공평하신 하나님을 다시금 찬양합니다. 이들에게도 살아서 운동력을 발휘하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다시금 엎드려 봅니다. ▲이메일:hwangsun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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