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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격노케 한 열심!

사무엘하 6:1-11

임건택 목사 (밴쿠버빌라델비아 교회)

오늘 본문을 보면 다윗은 여호와 하나님의 궤를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고자 하는 좋은 의도와 신앙적 열심으로 여호와의 궤를 옮겼습니다. 본문 5절을 보십시오. 다윗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얼마나 기뻐하며 열심으로 궤를 옮기려 하였습니까? 그런데 그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그토록 좋은 의도로, 불타는 열심을 가지고 하나님을 위해 일하고자 했는데 왜 실패하였을까요? 심지어 하나님을 격노케 하였을까요? 본문을 통하여 다윗의 실패의 원인을 살펴봄으로써 교훈으로 삼고 은혜를 나누기 바랍니다.

첫째로 다윗이 실패한 이유는 이 일에 대하여 하나님께 여쭙지 않고 정치지도자들과 의논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본문 바로 앞의 삼하5:19을 보면, 블레셋 군대가 쳐들어오자 다윗은 전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하나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다윗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행할 바를 하나님께 여쭙고 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호와 하나님의 법궤를 옮겨오는 이 중요한 일을 하면서는 하나님께 묻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본문과 동일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역대상13:1이하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천부장과 백부장 곧 모든 지휘관과 더불어 의논하고...” 다윗이 누구와 의논하였습니까? 천부장 백부장들을 위시한 정치지도자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이 무엇이라고 응답합니까? 이 일을 좋게 여겼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윗이 여호와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오고자 하였던 마음의 근본 동기는 여호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궤를 이용하여 온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통일되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던 듯합니다.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김으로써 아직도 사울을 기억하며 추종하던 세력까지 규합하려는데 그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여하튼 천부장 백부장들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 그리고 온 백성이 이일을 좋게 여기고 다윗의 제의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여호와의 이름으로 불리는 법궤를 옮기는 이일에 정작 누가 빠졌습니까? 하나님이 빠졌습니다. 하나님의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의했다고 해서 그 일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실수를 자주합니다. 아무리 온 세상 사람들, 혹은 성도들이 다 좋게 여기는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일이 아니면 그 일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찬성하는 사람의 숫자가 일의 동기와 목적을 옳은 것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다윗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다윗이 실패한 원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였다는데 있습니다.

본문 3절을 보시기 바랍니다. 궤를 어떻게 옮겼다고 기록하고 있습니까? “새 수레”에 실어 날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수기 4장 5절과 15절에 의하면 여호와의 궤는 항상 레위인 제사장 가문 중에서도 고핫 자손이 어깨에 메고 나르도록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 기록된 사건에 의하면 다윗은 법궤를 블레셋 사람들이 사용하던 방법에 따라서 수레에 실어 옮기려 하였습니다. 다윗 왕은 하나님께서 규정하신 규례에 따라 여호와의 궤를 나르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사용하는 쉬운 방법을 따라 궤를 옮기려했던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세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내버려두십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법에 따르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용납하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하나님의 자녀가 율법, 곧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언약을 파기하는 것이고 하나님께 반역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방법,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세상의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성공적이고 획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법이 아니면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사실을 다윗에게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시려고 레위인이 아닌 웃사가 법궤를 잡자 그를 즉사하게 하십니다.

다윗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오늘 본문에 이어지는 12절과 13절을 보면 다윗이 두 번째 궤를 옮길 때는 궤를 메는 자들이 메고 옮겼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실패 후 다윗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깨닫고 방법을 바꾸었던 것입니다.

웃사의 죽음으로부터 다윗이 실패한 세 번째 원인이 나타납니다.

웃사가 법궤를 만져서 죽게 되자 다윗의 태도가 어떠하였습니까? 8절에 의하면 다윗이 하나님께서 웃사를 죽이신 일에 대하여 분노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웃사의 죽음을 보고 ‘아차!’ 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즉시 속죄제를 드리고 바른 방법으로 다시 궤를 옮겨야 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다윗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율법에 지시된 방법에 따라 법궤를 옮기기는 하였지만 처음에는 오히려 하나님께 대하여 분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고 여호와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일을 포기하였습니다. 그 결과 여호와의 궤가 다시 한동안 오벧에돔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깨닫고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때 다윗은 돌이켜 올바른 방법으로 하나님의 궤를 다시 옮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오히려 하나님께 화를 냈던 것입니다. 이것이 다윗의 세 번째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런 다윗에게 스스로 잘못을 발견하고 돌이켜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런 사실은 얼떨결에 법궤를 맡게 된 오벧에돔은 그 궤를 맡고나서 축복을 받았다는 데서 나타납니다. 오벧에돔이 왜 축복을 받게 되었을까요? 물론 어느 누가 법궤를 맡게 되었어도 하나님께서 축복을 내리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상 26:1-4에 나타난 족보에 의하면 오벧에돔은 레위족속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명하신 규례에 따라서 여호와의 궤를 맡을 수 있는 자들이 궤를 맡았을 때 거기에 축복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벧에돔을 축복하심으로써 다윗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금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다윗이 자신의 생각과 열심만을 가지고 여호와의 궤를 옮기려 했을 때 그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전혀 하나님의 생각이나 하나님의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내 생각과 의도, 내 열심으로만 행하려 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오늘 본문을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그런 열심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할 때, 나의 무성한 계획과 나의 뜨거운 열심만 있고 하나님이 빠진 봉사와 섬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본문에 나타난 다윗의 실패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서 하나님 나라의 일들을 위해 열심히 섬기고 봉사하시되 내 생각과 내 열심만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방법을 먼저 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일을 충성스럽게 감당하시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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